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곶감계의 양대 산맥, 청도 반시 vs 상주 둥시

淸潭 2013. 1. 20. 22:23

곶감계의 양대 산맥, 청도 반시 vs 상주 둥시

 

레몬트리

곶감계의 양대 산맥, 청도 반시 vs 상주 둥시

감은 중국,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에서 주로 나는 열매다. 더욱이 겨울철 달콤한 주전부리인 곶감은 제사 문화와 함께 발전한 우리나라 고유의 먹거리다. 우리나라의 대표 감 산지인 경상북도 청도와 상주를 찾아 각기 다른 감의 매력을 비교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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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종 따라 달라지는 곶감의 일생

딱딱한 것은 단감, 말랑한 것은 홍시, 말리면 곶감 정도의 얕은 지식만 가지고 있었던 이라면 주목할 것. 우리나라에 있는 감은 청도 반시, 상주 둥시, 산청 고종시, 논산 월하시, 임실 먹시, 장성 비단시 등 그 종류만도 무려 2백여 종에 달한다. 또 딱딱한 감이라고 다 단감이 아니다.

감은 크게 단감과 떫은 감으로 나눌 수 있는데, 딱딱한 감 중에서도 사방의 귀퉁이가 올록볼록 나온 것은 단감이고, 보기에 반질반질 매끈한 것이 떫은 감이다. 떫은 감이 시간이 지나 말랑말랑해지면 홍시가 되고, 이를 딱딱할 때 수확해 깎아 말리면 곶감이 된다.

딱딱한 때의 떫은 감은 이름처럼 떫은맛이 나 가을에는 큰 주목을 받지 못한다. 단감이 사랑받는 가을 한 철, 떫은 감은 어두컴컴한 덕장에 걸려 때를 기다린다. 그렇게 설움당하며 맛을 꾹꾹 응축시킨 때문일까? 겨울 곶감으로 태어난 떫은 감은 단감의 서너 배에 달하는 단맛을 낸다. 숙성되는 과정에서 가지고 있던 떫은맛을 모두 날려버린 것은 물론이다.

구박덩이 떫은 감, 곶감으로 태어나다

곶감을 만들기 위해선 감이 채 익기 전에 따두어야 한다. 완전히 익은 상태에서 수확하면 섬유질이 줄어들고 수분이 많아져 건조가 어렵기 때문이다. 수확한 감은 꼭지를 제외한 나머지 껍질만 벗겨낸다.

지금은 감을 끼우면 드르륵 한 번에 껍질을 벗겨주는 기계가 있지만, 불과 6~7년 전만 해도 감을 깎느라 철이면 일대 할머니들의 손길이 분주했다. 그렇다고 곶감 만드는 작업이 쉬워진 것은 아니다.

한 알 한 알 기계로 껍질을 벗긴 감은 타래에 손으로 일일이 끼워 45일의 건조 기간을 거친다. 조금만 습해도 썩어버리고, 추우면 딱딱하게 얼어 매일같이 온도 조절에 신경을 써야 하고, 말리는 동안 햇빛을 보면 검게 변하기 때문에 곶감을 말리는 덕장 안은 검은 차양막을 드리워놓아야 한다. 그렇게 돌보기를 수십 일, 한 달 반이 지나면 비로소 설탕처럼 하얀 가루 옷을 입은 쫀득한 곶감이 완성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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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 수확철에 찾아간 청도. 11월 중순까지는 동네 전체가 한산할 정도로 모두 곶감 만드는 일에 매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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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대추, 밤, 감은 제사상에 꼭 올려야 하는 진설품이었는데, 저장이 어려운 감은 언제든 제사상에 올릴 수 있도록 곶감으로 만들게 되었다. 곶감으로 만들려면 떫은 감이 홍시가 되기 전에 수확해 말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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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터널은 1백 년 전에 지은 자연석 터널로, 본래 열차가 다니던 곳을 카페로 꾸민 것이다. 와인이 발효, 숙성되기 좋은 13~15℃를 상시 유지하기 때문에 사계절 어느 때고 선선한 기온을 즐길 수 있고, 동굴 속에 들어온 듯 독특한 운치를 느낄 수 있다.

씨 없는 감, 청도 반시

경상북도 청도군이 주산지인 반시는 모양이 쟁반을 닮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청도 반시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씨가 없다는 것이다. 이는 기후와 연관이 깊다. 감꽃이 피는 5월, 청도 지역에는 짙은 안개가 껴 수정을 도와줄 곤충들이 방해를 받는다고 한다.

그래서 수꽃을 맺는 감나무 없이 암꽃 혼자 열매를 맺는다고, 신기하게도 청도의 반시 나무를 다른 지역에 심으면 씨가 생긴다니, 이는 하늘에서 청도에 내린 특혜가 아닌가 싶다. 어찌 되었든 씨가 없기 때문에 이를 일일이 발라내지 않아도 되고, 그래서 청도 반시는 다양한 형태로 가공하기가 편리하다.

청도의 감말랭이는 요즘 곶감에 버금가는 인기를 누린다. 씨 없는 감을 쪽 내어 기계에 말리는 것이니 곶감 보다야 만들기 쉽겠지 싶었는데 웬걸. 감말랭이 역시 감을 일일이 깎아 자른 다음 건조실에서 10시간 정도 저온 건조시키고 실온에서 숙성시키기를 하루에 한 번씩 반복해야 하는, 상당한 공력이 드는 작업이었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나야 감말랭이가 되는데, 그냥 말리기만 하면 딱딱해지기 때문에 말리고 식히고를 반복해야 한단다. 그래야 쫄깃한 식감의 말랭이가 된다니 맛은 아마도 수고로움에 비례하나 보다.

Made by 청도, 다양한 감 가공품 구경

청도에는 이 외에도 감으로 만든 가공품이 다양하다. 감을 바삭하게 말려 튀긴 감칩과 초콜릿은 물론, 감 껍질도 그냥 지나치지 않고 이를 활용해 감 시럽인 '감당'을 만들었다. 감당은 여러 가지 시럽을 대체하기에도 좋아, 메이플 시럽처럼 팬케이크나 크레이프 위에 뿌려 먹으면 된다. 감으로 만든 청도의 와인 또한 맛이 제법 괜찮은데, 그래서 지난 2005년 부산 APEC 정상회의에는 만찬주로 사용되었고, 2008년 대통령 취임식에는 건배주로 쓰이기도

했다. 감 와인과 감칩, 감말랭이 등은 주문해 먹을 수도 있지만, 청도에 들르게 된다면 감 와인 터널에 가볼 것을 권한다. 와인 터널은 1백 년 전에 지은 자연석 터널로, 본래 열차가 다니던 곳을 카페로 꾸민 것이다. 와인이 발효, 숙성되기 좋은 13~15℃를 상시 유지하기 때문에 사계절 어느 때고 선선한 기온을 즐길 수 있고, 동굴 속에 들어온 듯 독특한 운치를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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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도는 감과 관련된 볼거리, 먹거리를 다양하게 갖춰놓았다. 이미 유명세를 탄 감 와인 터널은 청도에서만 만날 수 있는 즐길 거리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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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도 반시는 씨가 없기 때문에 와인, 감칩, 감말랭이 등의 가공품으로도 많이 사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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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도에서는 감 껍질 또한 버리지 않고 이를 감 시럽으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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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의 올록볼록한 것이 단감, 오른쪽의 매끈한 것이 떫은 감이다. 감은 타닌 성분이 함유되어 맛이 떫은데, 이는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단맛으로 변하고 홍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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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치에 꿰어 말린 감이라는 뜻의 곶감. 줄줄이 꿰어 매단 감이 걸린 덕장의 풍경은 이처럼 장관을 연출한다.

주황색 감빛으로 물든 경북 상주

경상북도 상주는 곶감의 원조답게 어느 집에 가든 감나무 한 그루씩을 가지고 있다. 그도 그냥 감나무가 아니라, 수령 1백 년은 훌쩍 넘은 것을 지천에서 만나게 된다. 특히 상주 연원마을은 전국 곶감 생산량의 60%를 차지할 만큼 곶감이 많이 나는 곳으로, 우리나라 최초의 곶감 특구로 지정되기도 했다.

이곳 사람들에게 감나무에서 감을 따고 말리는 일은 먹고 자는 일처럼 당연한 일상이다. 1백 년 넘게 자란 감나무에 열린 감은 장대로도 따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장정들이 나무에 올라가 힘 있게 가지를 흔들어야 한다. 이렇게 한 번에 수확한 감은 껍질을 깎아 말리는데, 상주 곶감은 대개 자연 건조를 시키기 때문에 초겨울 동네를 다니다 보면 주렁주렁 감이 매달린 풍경을 쉽게 볼 수 있다.

입 안에서 쫀득하게 녹는 상주 둥시

반시가 뉘어놓은 달걀처럼 옆으로 둥글다면, 상주 둥시는 양파처럼 둥그스름한 모양이다. 둥시라는 이름 역시 둥근 감이라는 데서 비롯되었다. 청도는 겨우내 눈이 한 번도 올까 말까 따뜻한 기후를 유지하지만, 상주는 눈도 많이 오고 추웠다 따뜻했다 날씨가 버라이어티하다. 이런 큰 일교차는 과육을 더욱 쫀쫀하게 만든다. 섬유질이 많고 수분이 적어 속살이 실한 상주 곶감은 입에 넣으면 꿀 한 숟가락을 문 것처럼 달고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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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철엔 단감이 사랑받지만 한겨울이 되면 주인공이 달라진다. 하얗게 덮인 눈을 걷어낸 항아리 속에서 꺼낸 곶감 한두 알. 생각만 해도 입 안이 달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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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도에 감 와인 터널이 있다면, 상주에는 7백 년이 넘은 감나무인 '하늘 아래 첫 감나무'와 세계 유일의 곶감 테마공원 등의 볼거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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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주 곶감과 청도 감말랭이. 곶감은 감 종류와 지역 여건에 따라 30~70일의 건조 시기를 거친다. 상주 둥시 곶감은 두 달가량 자연 건조하고, 반건시는 35~40일의 건조 기간을 거친다. 말랭이는 기계에 말리는 것을 병행해 일주일 정도 말려야 한다

상주 vs 청도, 입맛 따라 주문하는 곶감 농장 정보

상주 황금 곶감 농장…

60일 동안 꾸덕꾸덕하게 말린 상주 곶감을 판매하는 곳. 과육이 실하고 달기로 유명한 상주 곶감을 건시와 반건시 등 다양한 제품으로 만날 수 있다.문의http://sangjushop.co.kr

청도 한재 평양 농장…

청도군에서도 청정지역으로 유명한 한재 평양리에 위치한 농장. 양지바른 곳에 자리해 일조량이 많을 뿐 아니라, 평지가 아닌 산을 밭으로 일구고 감나무를 심었기 때문에 다른 감밭보다 햇빛을 골고루 받아 감의 당도가 높다. 군에서 '우수 농산물'로 인정받았으며 감말랭이와 감식초 등을 판매한다.문의054·372-1470, http://www.pyfarm.com

네이처 팜…

상품성이 낮았던 감 껍질과 낙과를 시럽으로 만들어 판매한다. 감 시럽은 당 수치가 낮은 천연 당에 칼슘, 칼륨, 철분 등 미네랄이 풍부해 설탕이나 시럽 대용으로 쓰기 좋다. 감 시럽 외에도 반건시 등을 구입할 수 있다.문의www.gamsarang.co.kr

푸드 큐레이터 안은금주 씨는…

좋은 식재료가 나는 산지를 소개하고, 농장으로의 여행을 연결하는 커뮤니티 '빅팜'(http://cafe.naver.com/bigfarm)의 대표. 한국 컬리너리 투어리즘협회 부회장이기도 한 그녀는 레몬트리와 함께 식문화 여행인 컬리너리 투어를 떠나, 건강하고 좋은 먹거리를 소개하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

기획_오영제 기자 사진_신현국, 이과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