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난다·우파리와 출가…신통력으로 혹세무민
명예·재산 등 세속적 욕심 버리지 못하고 자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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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 만년, 두 가지 중대한 사건이 발생한다. 사캬족의 멸망, 그리고 데와닷타의 반역이다. 친척과 관련된 이 두 가지 사건은 연로한 부처님의 마음을 더할 나위 없이 쓸쓸하게 만들었음에 틀림없다. 특히 데와닷타의 반역은 승가의 분열뿐 아니라, 당시 승가 최고의 외호자였던 빔비사라왕까지 죽음으로 몰고 갔던 불행한 사건이었다.
데와닷타의 출신에 관해서는 전승마다 다르다. 남전에 의하면 부처님이 출가하시기 전 부부의 연을 맺었던 야소다라의 남동생이라고 하며, 북전에 의하면 부처님의 사촌동생인 아난다의 동생 혹은 형이라고 한다. 어느 전승에 의하든 데와닷타가 부처님과 친인척 관계였음은 분명하다. 데와닷타는 부처님이 성도 후 고향 카필라왓투를 찾았을 때, 아누룻다, 밧디야, 아난다, 바구, 캄빌라, 그리고 우파리와 함께 출가했는데, 함께 출가한 자들이 아라한이 되거나 다른 과(果)를 얻었던 것에 비해 그는 그저 세속적인 신통력을 얻는데 그쳤다고 한다.
데와닷타는 야망이 큰 인물이었던 것 같다. 부처님 만년, 데와닷타는 마가다국의 왕자였던 아자타삿투에게 접근하여 그의 환심을 사고자 노력했고, 데와닷타의 신통력에 반한 왕자는 그에게 절대적인 신뢰를 보내며 날마다 많은 공양을 바쳤다. 다른 수행승들은 데와닷타가 부럽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부처님은 이런 모습을 근심스럽게 바라보고 계셨다. 데와닷타의 마음속에 독버섯처럼 자라나고 있는 야망이 언젠가 불러일으킬 재난을 미리 알고 계신 듯, 부처님은 데와닷타를 부러워하는 비구들에게 설하셨다.
“명예와 재산을 탐하는 세속적인 욕망은 부질없는 것이니라. 그 욕망이야말로 결국은 자신을 파괴시키는 원인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 출가한지 얼마 안 되어 불법에 대한 깊은 이해를 지니지 못한, 혹은 어리석은 비구들은 그 가르침의 진의를 깨닫지 못한 채 데와닷타를 동경하며 추종했다. 한편, 아자타삿투와 친밀한 관계를 맺은 데와닷타는 드디어 감추고 있던 속내를 드러냈다.
“왕자님은 부왕인 빔비사라를 대신하여 왕이 되고, 저는 부처님을 대신하여 승가의 지도자가 되면 어떻겠습니까.”
아자타삿투와 반역행위 계획
마침 앙가국에 대한 세금 부과 문제로 부왕으로부터 심한 꾸중을 듣고 분노로 가득 차 있던 왕자의 마음에 데와닷타의 제안은 불을 질렀다. 게다가 자신의 출생에 대한 비밀까지 전해들은 왕자의 마음은 소용돌이쳤다. 이렇게 왕자의 마음을 동요시켜 놓은 후, 어느 날 데와닷타는 부처님에게 제안을 던졌다. 라자가하에서 빔비사라왕을 포함한 대중에게 설법하고 계신 자리였다.
“부처님께서는 이미 연로하셨으니 앞으로는 은거하여 편안한 생활을 즐기시고 비구 승가는 제게 물려주십시오. 제가 승가를 통솔하겠습니다.”
참으로 당돌한 제안이었다. 부처님은 말씀하셨다.
“데와닷타야, 나는 사리풋타나 목갈라나와 같은 훌륭한 제자들에게조차 승가를 맡길 생각이 없다. 하물며 너처럼 다른 사람의 침을 6년이나 먹고 산 비열한 인간에게 승가를 맡길 듯싶으냐.”
이는 데와닷타가 아자타삿투에게 붙어 6년 동안이나 아첨하며 보시물을 받은 것을 비유한 말씀이었다. 많은 대중 앞에서 모욕을 당한 데와닷타는 부처님에게 깊은 원한을 갖게 되었다.
한편 부처님은 비구들에게 현시갈마(顯示磨)를 실행하도록 지시하셨다. 현시갈마란 데와닷타의 본성이 이전과 지금이 다르니, 그의 말이나 행동을 불법승으로 보아서는 안 된다는 것을 승가 차원에서 갈마를 통해 결의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사리풋타에게 라자가하로 가서 이 사실을 일반인들에게 널리 알리라고 지시하셨다. 사리풋타는 많은 비구들과 함께 라자가하로 들어가 데와닷타가 전과는 달리 이제 불교승가의 비구가 아니라는 것, 즉 데와닷타의 언동은 불교와는 무관한 것임을 사회적으로 현시했다고 한다.
더 이상 기다릴 필요가 없었다. 승가의 지도자가 되고픈 야망에 부처님에 대한 원한까지 더해진 데와닷타의 마음은 주변을 돌아볼 여유가 없었다. 말로 해서 안 된다면 강제로라도 승가를 빼앗아야겠다고 생각한 데와닷타는 아자타삿투를 찾아갔다.
“왕자님, 부왕이 장수한다면 언제 왕자님이 왕위에 오르겠습니까. 어쩌면 그 사이에 다른 사람에게 왕위를 빼앗길지도 모릅니다. 지금이 때입니다. 부왕을 죽이고 당신이 마가다국의 왕이 되어야 합니다. 저 역시 부처님을 제거하고 승가의 주인이 될 것입니다.”
데와닷타 못지않게 권력욕이 강했던 아자타삿투는 부왕을 죽일 계략을 꾸미기 시작했다. 일설에 의하면 자신을 살해하기 위해 날카로운 검을 지니고 왕궁에 들어갔다가 대신들에게 잡힌 아들 아자타삿투에게 빔비사라왕은 스스로 왕위를 물려주었다고 한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통해 권력의 무상함을 이미 알고 있었기에, 또한 그 누구보다 아들을 사랑했기에 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또 다른 전승에 의하면, 아자타삿투는 부왕을 철탑에 유폐시키고 결국 죽음으로 몰고 갔다고 한다.
여하튼 이렇게 해서 아자타삿투는 마가다국의 왕이 되었고, 어느 날 데와닷타는 그를 찾아가 부처님을 죽여 달라고 부탁한다. 머리를 맞대고 모의한 끝에 두 사람이 생각해낸 살해 계획은 이런 것이었다. 먼저 한 사람이 가서 부처님을 암살하고, 이어 두 사람이 앞의 암살자를 죽이고, 이어 네 사람이 앞의 두 사람을, 이어 여덟 사람이 앞의 네 사람을, 이어 열여섯 사람이 앞의 여덟 사람을 죽인다. 마가다국에서 이미 최고의 존경을 받고 있던 부처님을 살해하고 소문이 퍼질 경우 벌어질 사태를 감당하기 두려웠던 아자타삿투와 데와닷타가 범행 흔적을 없애기 위해 생각해낸 방법이었다.
하지만 이 방법은 실패하고 만다. 최초의 한 사람이 부처님을 살해하고자 다가갔을 때 그는 그만 부처님의 위력에 온 몸이 부들부들 떨리며 경직돼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부처님은 그런 그를 위해 법을 설해 주셨고, 그는 죄를 뉘우치며 우바새가 되어버렸다. 그를 찾기 위해 갔던 다른 두 사람 역시 마찬가지로 부처님께 교화되었다. 이런 식으로 결국 마지막 16명까지 모두 뉘우치고 우바새가 되어버린 것이었다.
데와닷타는 부처님을 해치고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지만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 스스로 산위에 올라가 큰 돌을 굴려 떨어뜨려 부처님을 죽이려 했지만 돌은 도중에 부서졌고, 작은 파편이 부처님의 발가락에 닿아 이로 인해 상처를 입고 피를 흘렸을 뿐이었다.
빔비사라왕 죽음으로 몰아넣어
라자가하에서 유명한 나라기리라는 포악한 코끼리를 조련사에게 부탁하여 부처님이 탁발하러 지나가시는 거리에 풀어놓게 했지만 이 역시 실패였다. 코를 치켜들고 양쪽 귀와 꼬리를 곤두세운 채 달려오는 미친 코끼리를 부처님은 자비심으로 마주하셨고, 그 위력과 자비심에 의해 코끼리마저 순한 양처럼 부처님 앞에 발을 구부리고 앉아버린 것이었다. 데와닷타가 이성을 잃고 온갖 사건을 꾸며대는 사이, 데와닷타가 부처님을 해치려한다는 소문은 라자가하 성 안에 퍼졌고 사람들은 그에 대한 공양을 멈추었다. 데와닷타는 더욱 더 분노하며 안절부절 못했다.
데와닷타가 마지막으로 생각해 낸 묘안은 승가 분열이었다. 부처님이 받아들이지 않을 것을 알면서 그는 고칼리카, 카타모라카팃사카, 칸다데위야풋타, 그리고 사뭇다닷타의 4명에게 다가가 부처님에게 다섯 가지 주장을 함으로써 승가를 분열시키자고 제안한다. 다섯 가지 주장이란 다음과 같다.
첫째, 평생 삼림주자(森林住者)로 살아야 하며 촌락에 들어가는 자는 죄를 짓는 것이 된다. 둘째, 평생 걸식자(乞食者)로 살아야 하며 초대를 받는 자는 죄를 짓는 것이 된다. 셋째, 평생 분소의자(糞掃衣者)로 살아야 하며 거사의를 받는 자는 죄를 짓는 것이 된다. 넷째, 평생 수하주자(樹下住者)로 살아야 하며 지붕이 있는 곳에 다가가는 자는 죄를 짓는 것이 된다. 다섯째, 평생 생선과 고기를 먹어서는 안 되며 이를 먹는 자는 죄를 짓는 것이 된다.
데와닷따의 예측대로 부처님은 이와 같은 엄격한 생활양식을 실천하고 싶은 자는 실천해도 좋지만 실천하고 싶지 않은 자는 청식이나 거사의, 그리고 청정한 생선이나 고기의 섭취 등과 같은 완화된 생활양식에 따라도 좋다는 3가지 점에서 중도적인 입장을 취하며 데와닷따의 제안을 거절했다. 그러자 데와닷따는 사람들에게 “부처님께 5사를 청했지만 허락해 주지 않으셨습니다. 하지만 우리들은 이 5사에 의해 살아갈 것입니다”라고 알린 후, 자신을 추종하는 500여명의 비구들과 함께 가야시사로 떠났다고 한다.
사리풋타와 목갈라나는 데와닷타의 파승을 수습하기 위해 뒤따라 나섰다. 그러자 데와닷타는 이들도 자신을 추종하여 온 것으로 착각하고 기뻐했다. 그리고는 저녁 무렵 비구들에게 설법하다 피곤해지자 사리풋타와 목갈라나에게 대신 설법을 맡기고는 잠시 수면을 취했다. 그 사이 이들은 데와닷타를 따르는 500여명의 비구들에게 지금 하는 행동이 얼마나 어리석고 잘못된 것인가를 설했고, 이에 법안을 얻은 비구들은 그들을 따라 부처님이 계신 곳으로 돌아왔다.
잠에서 깨어난 데와닷타는 비구들이 없어진 것을 알고 실망하여 피를 토하며 그 후 9개월 동안 병을 앓다가 죽었다고 한다. 혹은 부처님에 대한 원망이 점점 깊어져 손톱에 독을 바르고 부처님을 해칠 기회를 노리다가 결국 그 독에 중독되어 심한 고통을 받다가 죽었다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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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오르는 탐진치의 불길을 끄지 못한 채 결국 그 불길에 스스로 타 죽고 만 데와닷타. 그에 관한 대부분의 전승은 이렇듯 지독한 악인으로 묘사한다. 하지만 ‘악인’이라는 단 한마디로 정리해 버리기에는 뭔가 아쉬움이 남는 인물이다. 무슨 이유일까….
이자랑 박사 동국대 불교문화연구원 전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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