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명상실
♤ 강천의 옛집을 지나다 ♤ - 물새의 근심 -이현(李袨),過江川舊莊(과강천구장) 危磴臨江高復低 行人過盡水禽啼 위등임강고부저 행인과진수금제 世間憂樂何時了 匹馬重來意自迷 세간우락하시료 필마중래의자미 물가에 가파른 길 높고 낮은데 나그네 가고서야 물새는 운다. 세상길 근심이야 언제 다하리 필마로 다시 오매 마음 심란타. 강을 끼고 난 가파른 산길이다. 높아 힘겹다 싶으면 내리막길이 나오고, 그저 내려가나 싶은데 다시 올라간다. 제멋대로 물가서 울던 새가 낯선 객의 침입에 놀라 입을 다문다. 나는 네 친구이고 싶은데, 너는 나를 받으려 않는다. 내가 저만치 물러서자 그제야 제 하던 짓을 하며 다시 논다. 시인은 3구에서 ‘세간우락(世間憂樂)`을 말했지만, 그가 말한 것은 즐거움은 아니다. 물새를 보다가 그는 왜 세상 근심을 떠올렸을까? 너와 나 사이에 벽이 있어 세상 근심은 끊일 날 없다. 나 혼자 우는데 네가 들어오니 같이 울 수가 없다. 겁이 나고 믿을 수가 없어서 울음을 딱 그친다. 눈치를 살핀다. 저만치 가기 전에는 마음을 놓을 수가 없다. 높은 길은 힘들고 낮은 길은 수월하다. 하지만 올라가면 반드시 내려오고, 내려가서는 꼭 올라온다. 평탄한 내리막길만 있다면 인생이 순탄할 것 같지만, 오르막길의 거친 숨이 없고서야 순경(順境)의 고마움을 모른다. 오르막길에 숨이 턱에 차도 역경은 반드시 끝이 있게 마련이다. 올라가는 길은 힘들지만 오를수록 시야가 트인다. 내려가는 길은 수월치만 내려갈수록 올라갈 일이 암담하다. 게다가 강가의 가파른 길이라 자칫 헛디디면 굴러 떨어진다. 시의 제목은 <과강천구장(過江川舊莊)>이다. 강천의 옛 집을 지나다 문득 느낌이 있었던 게다. 옛집이고 ‘중래(重來)’라 했으니 전에 와본 곳이다. 전에 와 보았으되 전과 달라서 느낌이 일었다. 지나온 세월 되돌아 보면 물가에 나타난 낯선 침입자에 놀라 입 딱 다물고 놀란 가슴을 보듬던 물새와 같은 조바심으로 살아왔다. 인생길은 고비도 참 많았다. 평탄한 길도 있었고, 수월한 내리막길도 있었다. 때로 가파른 길에서 숨을 헐떡이기도 했다. 높이 올라가 득의양양할 때도 있었고, 한없이 추락해 죽고 싶을 때도 있었다. 그러나 그길을 다 지나서 다시 와 보니, 괜스레 마음만 가눌길 없다. 모두 다 쓸데 없는데 왜 그랬을까? 길은 원래 그렇게 생겨 먹었고, 물새는 원래 그렇게 겁이 많고, 세상은 원래 그렇게 시비번복으로 얼룩진 데인줄을 모른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새는 여전히 나를 경계하고 나는 낯선 침입자일 뿐이고, 세상의 근심은 시도 때도 없이 지나가는 행인처럼 찾아온다. “백구야 날지 마라. 네 벗인줄 엇디 아난.” 그러나 낯선 객에 맘졸이는 백구는 바로 나다. 내가 백구다.
시의 제목은 <과강천구장(過江川舊莊)>이다. 강천의 옛 집을 지나다 문득 느낌이 있었던 게다. 옛집이고 ‘중래(重來)’라 했으니 전에 와본 곳이다. 전에 와 보았으되 전과 달라서 느낌이 일었다. 지나온 세월 되돌아 보면 물가에 나타난 낯선 침입자에 놀라 입 딱 다물고 놀란 가슴을 보듬던 물새와 같은 조바심으로 살아왔다. 인생길은 고비도 참 많았다. 평탄한 길도 있었고, 수월한 내리막길도 있었다. 때로 가파른 길에서 숨을 헐떡이기도 했다. 높이 올라가 득의양양할 때도 있었고, 한없이 추락해 죽고 싶을 때도 있었다. 그러나 그길을 다 지나서 다시 와 보니, 괜스레 마음만 가눌길 없다. 모두 다 쓸데 없는데 왜 그랬을까? 길은 원래 그렇게 생겨 먹었고, 물새는 원래 그렇게 겁이 많고, 세상은 원래 그렇게 시비번복으로 얼룩진 데인줄을 모른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새는 여전히 나를 경계하고 나는 낯선 침입자일 뿐이고, 세상의 근심은 시도 때도 없이 지나가는 행인처럼 찾아온다. “백구야 날지 마라. 네 벗인줄 엇디 아난.” 그러나 낯선 객에 맘졸이는 백구는 바로 나다. 내가 백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