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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대북정책 등 ‘국민 목소리’에 귀 열어야

淸潭 2010. 8. 31. 09:37
 
 

» 왼쪽부터 문재인 전 비서실장, 김성재 전 장관, 이원종 전 정무수석, 남재희 전 장관, 박철언 전 장관.
[‘반환점’ 돈 이명박 정부] ⑤ 역대 정권 인사들의 고언

‘1825일 마라톤’의 하프 지점을 돈 이명박 대통령은 남은 2년반 동안의 성공적인 완주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역대 정권의 핵심 인사들의 고언을 들어본다.

참여정부 마지막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문재인 변호사는 ‘인사’를 가장 중요한 대목으로 꼽았다. 국민의 정부에서 정책기획수석·민정수석·문화부장관을 했던 김성재 김대중도서관장은 정책의 ‘선택과 집중’을 강조했다. 문민정부 정무수석으로 일했던 이원종 한양대 석좌교수는 ‘권력의 분점’을 조언했다. 김영삼 정부 첫 노동부 장관이던 남재희 전 의원과 노태우 대통령 때 정무장관을 했던 박철언 전 의원은 남북관계 긴장 완화를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다섯 명이 한결같이 주문한 건, ‘국민과의 소통’이었다.

 

국민 눈높이 맞춘 인사 ‘첫단추’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

집권 중·후반기에 접어들면 대통령과 청와대는 그동안 국정 운영과 관련한 정보를 축적해왔기 때문에 자기 확신에 빠지게 되는 경우가 많다. “국민이 잘 몰라서 그렇지 제대로 알고 나면 우리 정부의 정책을 지지하고 이해해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오류에 빠지지 않도록 하려면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더욱 겸손하게 국정을 운영해가야 할 필요성이 높아진다.

 

이번 8·8 개각 인사들의 면면에서도 나타나지만, 인사권을 쥔 대통령은 가장 우선적으로 능력과 역량을 보고 사람을 쓰고 싶어하게 된다. 다소 도덕적으로 흠결이 있다고 하더라도 국민이 이해해주길 바라면서 내정한 사람들을 그냥 쓰고 싶은 욕심을 갖게 된다. 그럴 경우엔, 아주 예외적인 경우라면, 인사권자가 솔직하게 이런 점을 이해해달라고 국민에게 미리 얘기하는 게 온당하다. 하지만 예외적인 게 아니라 으레 그러하듯 일반적인 현상처럼 도덕적인 흠결이 계속 드러나는 것은 곤란하다. 그런 점에서 국민들 기준과 눈높이에 맞춰서 인사를 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에 앞서 인사를 추천하는 사람과 검증하는 사람을 분리해야 한다. 그래야 추천된 인사에 대해 민정수석실에서 소신껏 검증을 할 수 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 과정에서 대통령이 절대 개입하지 말아야 한다. 대통령이 미리 누구를 쓸지 그 의중이 드러나면 민정 쪽에서 대통령의 의지에 맞추는 방향으로 검증을 하고 만다. 참여정부에서는 그래도 이런 원칙이 지켜졌는데 이 정부 들어 이런 시스템이 후퇴한 것 같아 안타깝다.


풀어놓은 정책, 선택과 집중을
김성재 전 문화부장관

대통령이 특정 정파나 특정 보수세력에 의지해 다음 정권 재창출 문제에 사로잡히면 국민이 눈에 들어오지 않고 목소리도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국민과의 신뢰를 쌓으려면 가장 중요한 것은 청와대 비서진·국무위원들이 신뢰를 받는 인사들이어야 한다. 이 대통령은 임기 초반기엔 ‘고소영 내각’으로 흔들렸다가 후반기엔 ‘8·8 개각’으로 인해 또다시 흠집이 났다. 이 대통령의 불행은 개각 때 법적·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 인물들을 밀어붙였다는 것이다.

 

정책에 있어선 이제 정리할 것은 과감히 정리하고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임기 반환점을 돌자마자 청와대 비서진과 국무위원들에게 지속적으로 해야 할 일은 무엇이고, 마무리해야 할 일은 무엇인지, 또 공약을 했다고 하더라도 할 수 없는 것들은 다 정리하라고 지시했다. 김 전 대통령은 국민보다 ‘반보’만 앞서가야지 후반기에 새로운 일들을 내놓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이 대통령은 4대강사업을 정책의 최우선과제로 삼고 있는 것 같은데, 그렇게 가시적인 정책 하나로 승부수를 걸겠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국민이 의구심을 갖고 있는 사업에 대해선 “운하가 아니다”라고 말만 하지 말고, 이런 차원에서 4대강살리기의 본래 목적을 살려서 다시 점검해서 추진하겠다고 약속해야 한다.

 

특히 중요한 건 남북문제다. 대북문제는 대통령이 민족의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철학에 달려 있다. 북한의 불행은 대한민국의 불행이지, 그들의 아픔이 우리의 즐거움이 아니다. 한민족 전체를 아우르는 큰 생각을 해야 한다.


권력 나눠야 레임덕 최소화 가능
이원종 전 청와대 정무수석

김영삼 정부나 김대중 정부는 ‘반독재 민주화’라는 단일한 가치경험을 공유한 사람들이 정권을 이끌었다. 그에 비해 이명박 정권의 청와대는 어떤 가치를 공유하고 있는지 딱 잘라 말하기가 쉽지 않다. 이건 단점인 동시에 장점일 수 있다.

 

어느 정권이든 임기 말 레임덕을 피할 순 없다. 하지만 권위주의적일수록 레임덕은 더 강하게 온다. 이명박 정권 역시 레임덕을 피할 순 없다. 지금은 탈권위주의가 매우 중요한 시대여서 1990년대와도 상황이 많이 다르다. 이 대통령이 레임덕의 충격을 완화하려면 권력을 나누고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 임기 말이 될수록 정부와 민간의 여러 부문이 함께 협력하는 ‘거버넌스’가 중요해진다. 정부 내에선 물론이고 세대·계층·이해집단 간에 대화와 소통 범위를 넓히는 데 대통령이 온 힘을 기울여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집권 전반기엔 자신의 국가관을 확고하게 내세우며 나라를 이끌겠다는 생각이 강했던 것 같다. 이젠 정치권, 다양한 사회세력, 정부의 테크노크라트들과 좀더 마음을 터놓고 대화할 필요가 있다.

얼마 전 이 대통령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만나, 정권 재창출을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는 기사를 읽었다. 다음 대선에서 누굴 대통령으로 뽑느냐는 국민의 몫이다. 과거를 돌이켜보면, 정권 재창출이 대통령의 뜻대로 되고 안 되고 하는 게 아니다. 물론, 이 대통령이 국정을 잘 이끌면 그것이 한나라당의 정권 재창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대통령이 선거를 의식해서 집권 후반기를 끌고 나가면, 실패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비현실적 대북정책 대전환 필요
남재희 전 노동부장관

 

이명박 대통령의 집권 전반기에서 제일 불만스러웠던 점은 남북관계였다. 광복절 경축사에서 통일세 운운한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북한으로선 핵이 최대의 협상카드인데 핵을 포기하는 대가로 이것저것 준다고 하는 것이 말이 되겠나. 리얼리즘이 없는 것이다.

 

북한의 체제에 대한 가치 판단과 남북간 평화체제 구축은 별개의 문제다. 남한은 경제적 여유가 있는데, 형제한테 너무 박절하다. 지금처럼 하면 통일도 안 되고 비용도 더 든다. 앞으로 남은 임기 동안엔 대북정책의 일대 전환이 필요하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은 비핵과 안전보장, 경제협력을 동시에 진행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전혀 현실성이 없다. 이명박 정부도 최소한 클린턴 행정부처럼 비핵-경협 두 가지를 병행해야 한다.

 

이 대통령이 공정한 사회를 강조하고 친서민정책을 펴는 것은 좋지만, 국가가 세금을 걷어서 나눠주는 소득재분배와 소득분배의 문제는 다르다. 소득분배는 주로 노동조합 활동에 따라 결정된다. 이명박 정부에선 노조에 억압적이고 위압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는데 노조가 위축되면 소득분배 격차가 더 벌어진다. 역대 정권에서도 임기 후반기엔 부패문제가 심각했는데 이명박 정부 또한 고위직에 ‘패거리’들이 들어가 있어 부패문제가 부각될 것이다. 깨끗한 것과 패거리는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에 이 대통령이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개헌의 경우, 이 대통령이 개헌이란 화두를 던졌다면 국회에 맡겨야지 청와대가 나서서 강공 드라이브를 걸면 친박근혜계의 반발 등 상당한 부작용이 나타날 것이다.


빈부격차 해소·국민통합 힘써야
박철언 전 정무장관

우리 시대의 과제는 △발전과 성장 △복지와 분배정의 △통일 △화합과 국민통합 네가지다. 이는 여야와 진보·보수 모두가 함께 풀어야 할 공통의 과제다.

 

대북정책, 통일문제는 원점에서 다시 출발해야 한다. ‘비핵·개방·3000’은 보수 결집용 슬로건이다. 북한이 제일 싫어하는 개방을 하라고 하고, 그러면 10년 안에 국민소득 3000달러 해주겠다고 하는 것은 오히려 감정만 자극하는 행위다. ‘비핵, 남북 공동번영’ 정도면 충분하다.

 

갑자기 통일세 얘기를 꺼내든 것도 해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북한의 ‘급격한 붕괴’를 떠올리게 하는 건 북한과 중국 모두에 좋지 않다. 이번 개각의 포인트도 사실 통일·외교 부처였는데 교체하지 않았다. 천안함 사태에선 국방태세의 허점이 드러났고, 대중국 외교에서도 제대로 한 것이 없지 않은가?

집권 전반기에 미국발 금융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처해 비교적 경제위기를 잘 넘겼다고 본다. 다만 이 과정에서 빈부격차를 해소하고 국민통합을 이루는 과제는 미흡했다. 대통령이 지금 지적하고 있는 중소기업·영세소상인과 대기업 상생은 정말 필요한 문제고 좋은 착안점이다. 보수 포퓰리즘으로 경제를 망치지 않도록 하면서 조화점을 잘 찾아가야 한다.

 

임기 후반기 레임덕은 부득이한 일이다. 시대적 과제를 생각하고 반드시 야당과 많은 대화를 해야 한다. 레임덕에는 야당의 협력을 받아야지, 다른 방법이 없다. <끝>

정리 안창현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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