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54(2010)년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이 5월 21일 오전 10시 서울 조계사를 비롯해 전국 2만여 사찰에서 일제히 봉행됐다.
조계종 총무원이 주관한 서울 조계사 봉축법요식에는 종정 법전 스님을 비롯해 총무원장 자승 스님, 중앙종회의장 보선 스님 등 종단 주요관계자와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비롯해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 민주당 정세균 대표,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 민노당 강기갑 대표 등 정관계 인사와 불자 등 사부대중 1만여 명이 동참했다. 특히 ‘6·2전국지방선거’를 앞두고 서울시장에 출마한 한나라당 오세훈, 민주당 한명숙, 자유선진당 지상욱, 진보신당 노회찬 후보 등이 나란히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종정 법전 스님은 부처님오신날 법어에서 “오늘은 부처님이 미완의 여래로 태어나서 해탈의 길을 열고 우리 곁에 오신 날”이라며 “본래는 범부도 성인도 아니고 이름도 없었으나 어둠에 미혹해 중생이 되고 부처가 되었으니, 오늘을 얽매임에서 벗어나 무위진인을 이룩해 모든 중생이 부처로 태어나자”고 당부했다.
이어 이명박 대통령은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대독한 봉축메시지를 통해 “부처님께서는 우리 모두가 헛된 욕망과 집착에서 벗어날 때 진정한 행복을 얻을 수 있음을 일러주셨습다”며 “우리는 부처님의 이런 가르침을 통해, 마음의 평화와 정신의 풍요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알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또 “불교계는 생명에 대한 부처님의 무한한 자비를 본받아, 생명 사랑을 실천해왔다”며 “불교의 지혜는 사람과 자연이 조화를 이루는 녹색 대한민국을 앞당기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이 대통령은 “예로부터 불교는 나라가 어려울 때마다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모아, 위기를 극복하는 튼튼한 버팀목이 되어주었다”며 “우리 사회의 갈등과 대립이 커질 때마다, 원융(圓融)의 지혜로 화합을 이끌어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이에 앞서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은 봉축사를 통해 “이기심과 탐욕의 불길 속에서도 연꽃씨앗은 발아할 인연을 기다리고 있으며 대화와 타협은 공생을 위한 또 다른 지혜”라며 “사통팔달 소통으로 막힌 곳이 없으니 남녀노소와 내외좌우가 언제나 화합의 광장에서 춤을 추고, 나눔의 강물이 사해로 흘러 소외된 이웃이 없어 동포와 다문화가정이 모두 일가를 이룰 것”이라고 밝혔다. 스님은 이어 천안함 희생자들과 관련해 “천안함 희생자들의 극락왕생과 유가족의 청안을 기원한다”며 “더불어 걱정해 주고 함께 어려움을 나눈 모든 국민들은 이 공덕으로 원하는 모든 일들이 뜻대로 이뤄지길 축원한다”고 강조했다.
스님은 또 “부처님오신날은 스스로를 등불삼고 부처님 가르침을 등불삼아 여일한 정진과 자비로운 보살행을 통해 사바세계를 정토로 만들 것을 다짐하는 날”이라고 의미를 설명했다.
이날 봉축법요식에서는 최근 천안함 사태로 경색된 남북관계 속에서도 남북 불자들의 통일을 염원을 담은 공동발원문이 발표돼 이목을 집중시켰다.
중앙종회의장 보선 스님이 낭독한 공동발원문에서 남북 불자들은 “부처님은 ‘너와 내가 둘이 아니다’는 자타불이(自他不二)를 가르치고 실천해 왔다”며 “우리민족이 하나가 돼 6·15남북공동선언을 이행하면 그것이 곧 자타불이며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고 정의로운 사회를 구현해 민족의 평화와 번영을 도모하는 것 역시 자타불이의 실천”이라고 밝혔다.
또 “통일된 부강한 지상정토가 될 때까지 남과 북의 사부대중은 불국정토를 향해 발걸음을 맞춰 나아갈 것”이라면서 “그 길에 험난하고 어려움이 닥칠지라도 물러섬 없이 우리 손으로 상호존중과 평화체제의 정착, 신뢰의 통일민족공동체를 이루어 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한편 법요식에서는 불자대상에 선정된 고(故) 한주호 준위, 한명숙, 조용석 씨에 대한 시상식도 봉행됐다.
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1050호 [2010년 05월 21일 1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