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실/인물초대석

이병화 국제농업개발원장

淸潭 2010. 2. 21. 14:59

[초대석]이병화 국제농업개발원장




국제농업개발원 이병화 원장이 23일 서울 송파구 가락동의 사무실에서 연해주를 중심으로 한 해외식량기지 확보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주성하 기자

이명박 대통령이 15일 미국 방문길에 오르면서 해외식량기지 확보의 필요성을 언급한 뒤 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 대통령은 특히 연해주에 대해 “북한의 노동력도 이용할 수 있고, 가까운 북한에 물자를 직접 지원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연해주 개발은 과연 현실성이 있는 것일까.

재단법인 국제농업개발원 이병화(63) 원장은 20년 전부터 연해주와 인연을 맺고 130여 차례나 이곳을 드나든 ‘연해주 전문가’다.

이 원장을 23일 서울 송파구 가락동 농수산물시장에 있는 국제농업개발원 사무실에서 만나 연해주 식량기지 사업의 가능성과 해결해야 할 점을 들어보았다.

―이 대통령의 발언이 나온 배경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국제 식량가격의 급상승으로 식량안보의 중요성이 새롭게 대두되고 있습니다. 한국은 전 세계에서 세 번째로 많은 곡물을 수입하는 국가이며 해마다 수백억 달러의 농축산물 무역 적자를 내고 있습니다. 이 대통령은 이런 문제를 의식했다고 봅니다.”

―왜 연해주입니까.

“연해주는 중국 북한과 국경이 맞닿아 있고 한국과도 뱃길로 가깝습니다. 한국의 기술과 북한의 노동력, 러시아의 인프라를 더하면 큰 시너지 효과를 나타낼 것입니다. 특히 다국적 곡물 메이저들이 항구를 선점하지 않은 지역이기도 합니다. 곡물부두 사용료를 지불하면 메이저사들로부터 구매하는 것과 가격차가 거의 없어 해외식량안보기지로서의 효과가 없게 됩니다. 이 대통령은 1980년대 현대그룹이 나서 시베리아 벌목 사업을 개척할 때 실무 사령탑을 맡았습니다. 그때 넓은 연해주 평야를 직접 눈으로 보았을 것이고, 북한 벌목장 사정도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연해주가 가진 농업 분야 경쟁력을 좀 더 설명하면….

“연해주에서 쌀과 콩 등 농산물의 생산원가는 한국의 5분의 1 수준밖에 되지 않습니다. 지력도 좋고 논밭 구획정리와 관개 체계 등도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옛 소련 시절 효율을 고려하지 않고 엄청난 사회간접자본을 투자한 결과입니다. 임차료도 ha당 연 30∼70달러면 되고 한번 계약하면 49년간 임차해 쓸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종교단체와 민간기업들이 이미 진출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제주도 면적의 2.5배에 해당한 땅을 확보해 두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는 절반 이상의 면적을 놀리고 있습니다.”

―무엇이 문제입니까.

“높은 관세가 최대 걸림돌입니다. 콩의 경우 수입할 때 무려 483%의 관세가 붙습니다. 해외식량기지에서 생산된 곡물에는 관세 혜택을 주어야 합니다. 또 기계화가 필수인 대농장 경영이어서 초기 투자비용이 크기 때문에 땅을 49년 임차한 등기부등본만 가지고 오면 국책은행에서 사업자금을 대출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일본이 이런 제도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북한 노동력은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요.

“북한 벌목일꾼들은 5월 1일부터 10월 말까지의 녹음기에는 할 일이 없습니다. 북한과 계약해 농번기인 5월 이후 이들을 농장에서 일하게 할 수 있습니다. 기계화가 된 대규모 농장들이기 때문에 북한이 추가로 인력을 파견할 필요는 없습니다.”

―연해주는 해외식량기지의 유일한 후보지인가요.

“다국적 곡물 메이저가 진출한 지역을 피해 개발할 수 있는 곳은 많지 않습니다. 동남아에서는 미얀마가 가장 적합합니다. 육로와 항만 등의 인프라 구축에 천혜의 조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남미에선 브라질 마투그로수 주 지역을 개발하고 바이오연료 작물인 콩과 옥수수를 생산할 수 있습니다.

이미 마투그로수 주정부가 15억 평을 한국 정부에 무상 제공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한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칠레의 아리카 항까지 철도 및 육로가 개설돼야 합니다. 또 최근 우리 정부는 한국국제협력단(KOICA)을 통해 몽골의 도르노트 할흐골 지역 27만 ha를 장기 임차한 뒤 식량기지로 활용하려는 방안을 계획 중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지역은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아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합니다.”

그는 1989년 국제농업개발원을 설립해 원장에 취임했다. 러시아의 극동러시아지역 대통령농업경제자문위원을 지냈고 러시아 국립하바롭스크 기술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