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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스미스소니언 박물관에 한국관 개관 / 폴 마이클 테일러 박사

淸潭 2010. 2. 19. 14:55

[초대석]美스미스소니언 박물관에 한국관 개관 폴 마이클 테일러 박사




미국 스미스소니언 자연사박물관의 한국관 설치를 주도한 폴 마이클 테일러 박사. 그는 역동적으로 변하는 역사 속에서 정체성을 잃지 않은 한국인이야말로 인류학적으로 중요한 연구 주제라고 말했다. 워싱턴=임소형 동아사이언스 기자

“도자기 변천사로 한국史 이해할수 있게”
“‘코리아 갤러리(한국관)’는 20여 년 만의 결실인 셈이죠.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에서 일하기 시작한 1980년대 초부터 한국 문화와 역사에 관심을 갖고 연구하기 시작했으니까요.”

미국 워싱턴 스미스소니언 자연사박물관 2층에 설치된 30평 규모의 한국관이 이달 8일 공개됐다. 스미스소니언 자연사박물관은 매년 약 600만 명의 방문객이 찾을 정도로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박물관이다. 한국관은 이 박물관에 있는 유일한 국가 단위 상설전시관이다. 한국의 역사와 문화, 자연 등이 상세히 소개되고 있다.

이 한국관 설치를 이끈 자연사박물관의 아시아 문화역사 프로그램 책임자 폴 마이클 테일러 박사를 11일 오후(현지 시간) 그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한국관이 문을 열게 된 계기는….

“2002년 우리 박물관은 아시아 전시관 도입을 미래 발전전략으로 삼기로 했지요. 마침 우리 박물관에 약 120년 전부터 모아온 한국 관련 유물들이 석기도구부터 외교사절의 선물까지 자그마치 4000여 점이나 보관돼 있었습니다. 이듬해 주미 한국대사관과 함께 한국관 설치를 본격 검토하기 시작했죠. 자연사박물관에 국가 규모의 상설 전시관이 생긴 것은 한국관이 처음이에요.”

외국의 유명 박물관에 한국관 설치를 지원해 온 한국국제교류재단도 125만 달러를 지원했다. 국립민속박물관은 전시 자문역을 맡았다.

―한국관에는 어떤 전시물이 있습니까.

“6세기부터 현재까지의 유물, 사진, 미술품 등 총 280여 점이 전시돼 있어요. 우리 박물관이 소장하던 것도 있고 한국인에게 기증받은 작품도 있습니다. 전시물을 선별하기 전에 먼저 관람객 700여 명을 대상으로 한국을 얼마나 알고 있는지를 조사했어요.”

―조사 결과가 전시에 어떻게 반영됐습니까.

“사실 남북관계에 대한 응답이 대부분이었고 삼성이나 LG 같은 전자회사가 뒤를 이었어요. 외국인 관람객들이 한국에 대해 현재의 모습 외에는 잘 모르고 있다는 증거죠. 한국관 한쪽에 청자와 백자, 분청자기 같은 도자기가 시대 순으로 배열돼 있는 거 보셨나요. 바로 ‘도자기 타임라인’입니다. 한국 역사를 잘 모르는 관람객들에게 삼국, 고려, 조선시대 등 한국 역사의 역동적인 흐름을 도자기의 변화를 통해 보여 주고 싶었어요.”

미국 중학교 역사 교과서엔 중국과 일본 역사를 소개하는 부분에 고작 1, 2쪽 분량으로 한국의 고대사와 분단사가 실려 있다.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의 한국관은 한국을 제대로 알리는 소중한 자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과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됐는지요.

“대학과 대학원에서 인류학을 공부하면서 특히 아시아의 역사와 문화에 관심이 많았죠. 박물관에 들어온 뒤 1985년부터 매년 한국 관련 공연이나 전시회를 개최하고 한국 영화도 상영하는 행사를 꾸준히 해 왔어요. 그러는 동안 여러 분야의 한국인 전문가들과 친분을 쌓았죠. 2003년 초 한복 디자이너 이영희 씨의 패션쇼를 열었는데 그때 느낀 한복의 아름다움이 잊혀지지 않더군요. 그 뒤 한국을 방문했을 때 이영희 씨에게 한국실에 전시할 한복을 기증해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흔쾌히 받아주시더군요.”

그렇게 해서 전통 혼례복이 한국관 한가운데 자리 잡게 됐다.

―인류학자로서 한국과 한국인을 어떻게 보십니까.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흥미로운 곳 중 하나입니다. 한국인은 오래전부터 세계 여러 지역으로 흩어져 살았고 생활모습도 많이 달라졌어요. 그러면서도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을 잃지 않았죠. 수천 년 동안 한국만의 독특한 문화도 지켜왔어요. 그런 노력이 오래된 자료에 축적돼 있을 겁니다. 전 현재의 한국을 한마디로 ‘다이너미즘(역동성)’이라고 표현하곤 해요. 비디오게임이나 애니메이션이 활발히 발달하고 한류 등 새로운 문화가 생성되는 곳이니까요. 이런 모습이 한국인이 살아온 역사의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한국 연구에 대한 계획은 무엇입니까.

“한국은 전쟁이 많았기 때문에 많은 기록이 소실되거나 다른 나라로 건너갔을 겁니다. 실제로 미국 전역에는 개인적으로 오래전부터 한국 관련 자료를 소장해 온 사람들이 꽤 있어요. 일일이 만나 자료를 기증받거나 연구해 책으로 출판할 생각이에요. 대만에서 이미 그런 책을 내 좋은 평가를 받았죠.”

올 12월에는 미국 휴스턴 박물관, 2009년에는 미시간대 박물관에 한국관이 들어설 예정이다. 문제는 한국을 잘 아는 큐레이터가 부족하다는 점. 이번 한국관 전시 자문역을 맡은 국립민속박물관 김희수 큐레이터는 “한국인 관리자를 뽑고 외국인 큐레이터를 대상으로 한국 관련 워크숍과 학위 과정을 마련해 전문가를 배출하는 계획이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폴 마이클 테일러 박사:

△1953년 미국 캔자스 주 출생 △1975년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 인류학과 졸업 △1980년 예일대 인류학 박사학위 취득 △1981년∼현재 스미스소니언 박물관 연구원 △1981∼1996년 스미스소니언 박물관 아시아민족학 큐레이터 △1990년∼현재 스미스소니언 박물관 아시아 문화역사 프로그램 책임자 △1994년 IBM ‘아세안 가상 박물관 프로젝트’ 참가 △1994년∼현재 미국-인도네시아학회 자문위원 △1996년∼현재 스미스소니언 박물관 아시아·유럽·중동 민족학 큐레이터



워싱턴=임소형 동아사이언스 기자 sohy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