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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수로기구 총회 참석 이기석 동해연구회장

淸潭 2010. 2. 17. 17:48

[초대석]7일 국제수로기구 총회 참석 이기석 동해연구회장




7일 모나코에서 열리는 국제수로기구(IHO) 총회에 한국대표단으로 참가하는 이기석 동해연구회장은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한 IHO의 공식 명칭을 바로잡기 위해 학자로서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진환 기자

“세계 해양학자들 ‘동해’ 정당성 공감”

한반도 동쪽 바다는 동해(東海)다. 한국인은 누구나 그렇게 부른다. 수학명제로 비유하면 ‘참’이라 할 수 있다.

세계로 나가면 달라진다. 바다 이름을 규정하는 국제수로기구(IHO)가 발행한 ‘해양의 경계’에는 동해가 아니라 일본해로 등록돼 있다.

같은 바다를 동해로 부를 것인가, 일본해로 부를 것인가를 놓고 한국과 일본은 2002년 IHO 총회에서 맞붙었다.

한국이 일본해를 동해로 고쳐야 한다는 의견을 1997년 내놓자 IHO는 2002년에 처음으로 일본해로 단독 표기한 부분을 삭제한 뒤 ‘해양의 경계’ 4판 초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일본 정부의 총력전에 의해 초안의 IHO 총회 표결이 갑작스레 무산됐다. 종전처럼 일본해로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7일 모나코에서 열리는 IHO 총회를 무대로 한일 양국은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외교전을 벌인다. 동해의 국제 표준 명칭을 바로잡기 위해 16년째 절치부심해 온 이기석(67) 동해연구회장을 2일 오전 서울 관악구 신림동 동해연구회 사무실에서 만났다. 그는 이번 IHO 총회에 한국 대표단으로 참가한다.

―동해의 국제 공식 명칭에 대한 한국 정부의 문제 제기가 늦은 것은 아닌가.

“1919년 영국 런던에서 24개국 대표가 모여 만든 IHO는 1929년에 세계 곳곳의 바다 이름에 대한 표준을 처음 마련했다. 당시 일본의 식민지였던 한국은 당연히 참석할 수 없었고, 일본해로 이름 짓겠다는 주장에 반대하는 나라도 없었다. 한국이 IHO에 가입한 해는 1957년이다. 1970년대부터 학계와 언론에서 동해의 국제 공식 명칭이 잘못됐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한국 정부는 유엔 가입 이듬해인 1992년 국제 사회에 처음으로 이 문제를 공식 제기했다. 전문가도 없었고, 경제 회복 등 다른 과제가 더 시급했기 때문이었다고 생각한다.”

―국제 사회의 반응은 어떤가.

“전반적으로 나쁘지 않다. IHO의 ‘해양의 경계’는 1953년에 만든 3판이 아직까지 통용되고 있다. 4판 초안에서 일본해 부분이 삭제됐다는 사실은 한국의 주장이 정당하다는 IHO 현 78개 회원국의 견해를 대변한다. 일본이 IHO를 탈퇴하겠다며 워낙 강경하게 나서는 바람에 논의가 중단됐지만, 일본해라는 명칭의 입지는 이미 크게 흔들렸다. 세계 각국의 옛 지도 자료에서 찾을 수 있는 이름은 ‘동양해’, ‘조선해’ 등이다. 국제 사회에서 일본의 영향력이 워낙 막강해서 즉각 바꾸는 것은 쉽지 않겠지만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한국과 일본 간 협의가 이루어질 가능성은 없나.

“지금으로서는 어렵다. 2002년 논란이 벌어진 후 2003년부터 올해까지 두 나라 대표단이 다섯 번이나 만났다. 그러나 서로의 주장만을 되풀이할 뿐 한 치의 양보도 없었다. 협의를 위한 대안을 제시하는 목소리도 있긴 하지만 소수 의견일 뿐이다.”

―두 나라를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대안은….

“IHO의 기본 방침은 이렇다. 분쟁이 있는데 협의가 안 되면 두 나라에서 사용하는 두 가지 명칭을 지도에 병기한다. 일단 그 후에 협의안을 찾는 게 순서다. 지난해 노무현 대통령이 한일 정상회담 자리에서 ‘평화의 바다’라는 명칭을 갑작스레 제안해 여론의 비판을 받았다. 그건 문제 해결의 단계를 지나치게 뛰어넘은 발상이다. 일본으로서는 오해할 수밖에 없는 제안이었다.”

―일본과의 외교력 싸움으로 간다면 만만치 않을 텐데….

“IHO는 5년 임기로 3명의 이사를 둔다. 이번 총회에서는 기존 이사로 재임에 도전하는 그리스와 칠레를 포함해 나이지리아 노르웨이 일본 호주 등 6개 나라 대표가 이사로 선출되기 위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일본 후보로 나선 니시다 히데오(西田英男) 씨는 해상보안청장을 지낸 이 분야의 일본 최고 전문가다. 이 사람이 이사가 된다면 동해의 해저 명칭 등 일본과 벌이는 해양 분쟁에서 한국이 불리한 처지에 놓일 수밖에 없다.”

―한국이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노력은 무엇인가.

“조급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동해연구소는 1995년부터 해마다 전 세계의 해양학자를 초청해 ‘바다의 이름과 동해’라는 세미나를 열고 있다. 동해 표기에 대한 정당성에 많은 학자가 공감한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세계에서 생산되는 국제 공인 지도 가운데 동해를 ‘동해(East Sea)’와 ‘일본해(Sea of Japan)’로 병기하는 지도가 20%를 넘는다. 십수 년 전만 해도 2%가 안 됐다. 정당성은 한국에 있다. 필요에 의해 지도가 바뀌면 국제 표준도 당연히 따라서 변해야 하기 때문이다. 연구의 주도권을 놓치지 않는 게 중요하다. 학자로서 후손을 위해 해야 할 당연한 사명이라고 생각한다.”

:이기석 동해연구회장:

△1940년생 △1963년 서울대 지리학과 졸업 △1977년 미국 미네소타대 지리학 박사 △1977년 이화여대 사범대 사회생활과 교수 △1980∼2006년 2월 서울대 사범대 지리교육과 교수, 2006년 3월 명예교수 △1999∼2000년 한국도시지리학회장 △2001∼2002년 대한지리학회장 △2005년 사단법인 동해연구회 회장, 대한민국 학술원 회원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