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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회체육연맹 / 이상희 회장

淸潭 2010. 2. 3. 17:19

[초대석]세계사회체육연맹 이상희 회장




사회체육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있는 이상희 세계사회체육연맹 신임 회장. 원대연 기자

《주위에선 허구한 날 이상하고 희한한 일만 한다고 해서 이상희(李祥羲·67)라고 말한다. 본인도 이런 평가가 굳이 싫지는 않은 표정이다. 지난달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린 세계사회체육연맹(TAFISA) 총회에서 2009년까지 4년 임기의 새 회장에 선출된 이상희 전 과학기술처 장관. 국회의원으로 금배지를 네 번이나 단 중진으로 정계에선 과학통으로 불리는 그가 이번엔 사회체육에 소매를 걷어붙였다. 동양인이 이 단체의 수장이 된 것은 처음이다. 국민생활체육협의회가 따로 있는 국내에선 생소하기조차 하지만 이 단체는 96개국 103개 단체가 회원으로 가입해 있는 세계 최대의 사회체육 기구. 엘리트 체육이 아닌 ‘모든 이를 위한 스포츠(Sports for All)’를 기치로 1990년 설립됐으며 세계 걷기의 날, 세계 전통 게임 페스티벌 등을 개최하고 있다.》

이 회장은 당시 총회에서 인라인스케이트를 타고 미끄러지듯 단상에 올라 주위를 깜짝 놀라게 했다. 백발이 성성한 노신사가 헬멧에 무릎 보호대까지 하고 취임사를 한 장면은 사회체육이 나아갈 바를 몸소 보여 준 것이란 찬사를 받았다.

이 회장의 기행은 예전부터 유명했다. 국회의원 시절에는 외국 출장지에서 화상으로 국정감사에 참여했다. 2002년 한나라당 대통령후보 경선 때는 ‘과학 대통령’이란 슬로건을 내걸고 출마했다.

굳이 이런 게 아니라도 그와 잠시만 같이 있어 보면 그의 독특함을 곧 눈치 채게 된다.

먼저 곰 발바닥만 한 초대형 휴대전화. 휴대용 개인정보단말기라는 일명 PDA폰이다. 칠순이 다 된 이가 깨알 같은 문자판을 잘도 쳐 내려간다. 좀 늦겠다든지 하는 문자 메시지도 척척 보낸다.

식사 때는 별 도구가 다 등장한다. 휴대용 이쑤시개와 치아 소제용 줄이 허리춤 지갑에서 나온다. 약학박사답게 디저트는 약 한 움큼이다. 모두 생약제제라 부작용은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단다. 물론 딱히 아픈 데가 있어서가 아니다.

이렇게 건강관리를 철저하게 하니 아직도 손가락 하나만으로 팔굽혀펴기가 가능한 노익장을 과시한다. 부산고 재학 당시 몸이 아파 중퇴한 뒤 검정고시를 거쳐 대학에 진학했고, 그래서 약대를 지원했다는 소년 시절과는 전혀 딴판이다.

이 때문인지 이 회장은 오래전부터 사회체육과도 깊은 인연을 맺어 왔다. 30여 년 전 국내 최초의 사회체육 단체인 한국사회체육센터 창립 이사를 시작으로 1988년 부산사회체육센터 이사장, 2000년에는 아시아 오세아니아 사회체육연맹 회장에 취임했다.

이번에 세계연맹 회장이 된 것은 6년째 텃밭을 다져 온 아시아 오세아니아 지역 연맹의 압도적인 지지를 이끌어 낸 덕분.

그러나 이런 이 회장도 정치만큼은 항상 ‘나대로’의 외로운 길을 걸어 왔다.

과학에만 매달리다 보니 현실 정치와는 맞지 않았다. 자신의 이름에 이상하고 희한하다는 주석이 달린 것도 이때. 4선의 중진임에도 아직 이진희 전 문화공보부 장관의 동생이란 말을 많이 듣는 것도 비슷한 이유에서다.

하지만 동료 의원들은 골치 아픈 과학 얘기만 나오면 모두 이 회장에게 떠맡기다시피 하는 가외의 소득도 얻었다. 헤아릴 수조차 없는 각종 과학기술 법안의 통과를 주도했고 과학기술처 장관, 국가 과학기술자문위원장,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장을 역임한 것은 모두 이 덕분이다.

“솔직히 정치는 처음부터 안 맞았는지도 몰라요. 과학이야말로 저의 천직입니다. 사회체육은 생명공학의 연장선이죠. 남들은 이상하고 희한하다고 하지만 그렇지 않아요. 나는 여태껏 이상과 희망을 좇아 왔어요.”

지난해 정계 은퇴를 선언한 뒤 오히려 더욱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이 회장. 그는 “이제 금메달에만 환호하는 시기는 지났다”며 “모든 국민이 자연스럽게 스포츠를 즐기는 가운데 덩달아 엘리트 스포츠도 함께 커 나가도록 생각과 제도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언제 어디서나 운동을 즐길 수 있는 두루누리(유비쿼터스) 사회체육 기반 구축, 어린이를 위한 스포츠 게임, 노인을 위한 마인드 스포츠 개발과 보급을 위해 노력할 것이란 다짐이다. 독일의 연맹 사무국을 국내로 옮기는 것은 물론 내년 5월 이사회와 이후 열리는 총회 역시 국내에서 개최할 예정.

이 회장은 “사회체육의 활성화를 통한 국민 건강증진을 위해 전문 케이블 채널을 만들거나 기존 방송에서 전문 코너를 개설하는 방안을 연구 중이다”고 말했다.

▽이상희 회장은▽

△1938년 부산 출생

△부산고 중퇴, 서울대 약학 박사

△1981∼2004년 제11, 12, 15, 16대 국회의원

△1988∼90년 과학기술처 장관

△1990년 청조근정훈장

△현 세계사회체육연맹 회장, 대한변리사회 회장, 한국우주정보소년단 총재

장환수 기자 zangpab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