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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연가-올인등 방영 NHK 수석PD / 오가와 준코

淸潭 2010. 2. 3. 17:16

[초대석]겨울연가-올인등 방영 오가와 준코 NHK 수석PD




‘대장금’ 포스터를 배경으로 포즈를 취한 오가와 준코 NHK 위성방송국 제작담당 수석 PD. 그는 우수한 드라마와 영화를 속속 만들어 내는 한국의 인재들을 무엇보다 부러워했다. 도쿄=조헌주 특파원

《일본 공영방송 NHK가 8일부터 한국 드라마 ‘대장금’을 전국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공중파로 내보내기 시작하면서 ‘제2차 한류’가 일본을 강타할 기세다. 위성방송(BS2)을 통한 방영은 1년여가 지나 종방을 앞두고 있다. 비공식 조사지만 벌써부터 ‘겨울연가’보다 시청률이 2, 3배 높을 만큼 인기를 끌고 있다. 대장금의 일본판 제목인 ‘장금의 맹세’ 제작 책임자인 오가와 준코(小川純子·45) 수석PD를 도쿄 시부야(澁谷)의 NHK 본사에서 만났다. 대장금 인기에 따른 유명세로 인터뷰가 잦아져 바쁜 모습이었다.》

“겨울연가, 올인에 이어 대장금을 내보내며 시청자들에게서 격려와 감사의 메시지를 받고 있습니다. 일하는 보람을 느끼죠.”

‘모처럼 가족 모두가 볼 수 있는 드라마로 감동적이었다’, ‘한일 문화가 한 뿌리에서 나왔음을 실감했다’, ‘역경을 이겨 나가는 장금을 보고 힘을 얻었다’ 등…. ‘왜 공중파로 방영하지 않느냐’는 압력성 전화와 편지도 적지 않았다.

오가와 PD는 대장금을 통해 한일의 문화적 동질성을 실감하면서도 미묘한 차를 발견하는 재미도 컸다고 했다. 가령 젓가락을 놓는 방향, 한국의 연(鳶) 가운데에 뚫린 구멍, 고개 숙여 인사하는 법의 차이 등.


일본 방영 대장금 홍보 포스터 '장금의 맹세.'

“새삼 드라마의 힘을 느꼈지요. 보도는 단편적 사실을 전달할 뿐이고 다큐멘터리는 특정한 의식을 가진 사람만 보지요. 하지만 드라마는 즐겁게 보는 가운데 무의식중에 정보와 사상과 기분을 전해 줍니다.”

보도국 PD로 입사해 만 20년째. 한국 드라마와의 본격적인 만남은 2003년 위성방송국의 해외드라마 구입 및 제작 담당 수석 PD로 자리를 옮기면서부터. 바로 일복이 터졌다. 겨울연가의 히트로 ‘용사마(배용준) ‘후유소나(일본 제목 ‘후유노 소나타’를 줄인 말)’란 일본어가 탄생했다. 후속 한국 드라마를 서둘러 선정해야 했다.

“2003년 가을 스태프와 함께 서울에 가서 대장금을 보았지요. 시청률 50%도 놀라웠지만, 한두 편 보고 나니 ‘바로 이거’란 느낌이 들더군요.”

주인공 이영애는 일본인들이 좋아하는 스타일의 배우. 무대는 조선 왕조이나 내용 전개는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다는 점에 스태프의 의견이 일치했다. 막상 방송을 앞두고 궁중 용어를 일본어로 옮기기란 쉽지 않았다. 한글 학습자를 고려해 원어로도 선택해 들을 수 있게 했다.

“겨울연가는 중년 이상의 나이 많은 여성 시청자를 사로잡았지요. 대장금은 중장년 남성층과 청소년층을 새로 끌어들였고 다모는 20, 30대로 시청자 층을 더욱 넓혀 줄 것입니다.”

시청률 확보를 위해 시도된 NHK의 한국 드라마 방영이 한류 확산의 기폭제가 된 것이다.

“한류가 끝났느냐 아니냐 하는 논쟁은 무의미합니다. 방송국 측은 시청자의 흥미를 끌 만한 한국 드라마가 있다면 계속 방영할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중단할 뿐입니다.”

입에 발린 듯한 한국 문화 예찬 따위는 없었다. 프로 방송인답게 차갑도록 명쾌하다. 한국 드라마 가격이 올랐다고는 하나 싸지도 비싸지도 않은 수준이고, 문제는 내용이라는 것이다.

주연배우 이영애에 대한 평가도 높았다.

“지적이고 세련된 느낌을 주지요. 귀엽다는 느낌보다는, 뭐라 할까…. 장금 배역에 딱 어울립니다. 겨울연가 주인공 최지우가 장금 역을 맡았다면, 글쎄, 어땠을까요.”

오가와 PD는 대장금의 후폭풍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크다. 대장금 가이드북은 소설로 나온 겨울연가보다 두 배 가까운 80만 부 가까이 팔렸다.

겨울연가는 보편적인 연애물로 한국 문화와 별 관련이 없었으나 대장금은 한국 풍습과 음식, 복식 등 다양한 문화상이 듬뿍 담겨 있어 일본 내 한류에 깊이를 더해 주고 있다.

NHK는 30일 본사 홀에 대장금 팬과 저명인사 3000명을 초청해 대대적 홍보 행사를 한다. 행사를 공동 주최하는 농수산물유통공사 도쿄지사는 농식품 홍보대사인 ‘한상궁’ 양미경을 비롯한 출연진의 협조를 얻어 삼계탕 등 한국의 맛을 알리는 호기로 삼을 계획이다.

오가와 PD는 올해부터 한국관광공사 도쿄지사의 ‘한류 마케팅위원회’ 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한류 정보 교환을 위한 이 모임에는 방송담당기자, 작가, 잡지 편집인, 한국어 방송 디스크자키, 영화사 간부 등 각계 한국 전문가 12명이 참가하고 있다.

“일본인이 한국 드라마에 빠진 이유는 좋아하는 배우 때문이 아닙니다. 그런 사람은 팬 미팅에 몰려다니는 사람 등 5%도 안 됩니다. 대부분은 각본과 감독의 솜씨에 반해서지요.”

우수한 드라마와 영화를 속속 만들어 내는 한국의 인재들을 그는 무엇보다 부러워했다.

도쿄=조헌주 특파원 hanscho@donga.com

○ 오가와 준코 씨는

△1960년생

△1985년 NHK 보도국 PD 입사

△‘NHK 스페셜’ ‘클로즈 업 현대’ 등 제작

△2003년 위성방송국 제작 담당 수석 PD

△한국 관광공사 도쿄지사‘한류 마케팅위원회’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