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이야기/부처님 마음

[천불만다라] 77. 삶의 즐거움

淸潭 2009. 8. 28. 12:29

[천불만다라] 77. 삶의 즐거움
행위가 고귀하면 외도라도 공경하라
기사등록일 [2009년 08월 25일 14:44 화요일]
 

세상에서 어머니를 공경함은 즐겁고
아버지를 공경함도 즐겁다
수행자 사문을 공경함도 즐겁고
브라흐만을 공경함도 즐겁다.
                              - 『법구경』


 
그림=이호신 화백, 수화자문=조계사 원심회 김장경 회장

부처님께서 세상이 어지럽고 위정자들이 나라를 잘못 다스리고 있는 것에 대해 잠시 걱정을 하고 계실 때, ‘마라’ 곧 마왕이 틈을 내어 부처님 앞에 나타났다. 그리고 부처님께 붓다의 길을 버리고 세속에 돌아가서 왕이 되어 국가를 통치하라고 유혹하였다. 이에 부처님께서 자신은 세속의 즐거움이나 욕망을 얻고자 함이 아니라고 마라를 깨우치셨다. 위의 게송은 부처님께서 수행자의 길에 있으면서 세상의 참다운 즐거움이 무엇인가에 대해서 가르치신 게송이다.

사람 가운데 가장 귀한 이는 부모

앞의 게송에서는 ‘도움이 필요할 때 좋은 벗이 함께 있음과 충만한 마음으로 모두와 기쁨을 나눌 수 있는 일, 공덕을 쌓고 착하게 살면 죽음에 이르러서도 즐겁고 모든 고통에서 벗어남은 더더욱 즐거운 일’이라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이어지는 이 게송에서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또한 즐거운 일이란 어머니, 아버지, 수행자 사문, 그리고 인도 전통종교의 수도승인 브라흐만을 공경하는 일이 즐거움이 된다고 가르치고 계시는 것이다.

부처님은 삶의 참다운 즐거움을 먼 곳에서 찾지 않는다. 나와 가장 가까이에 있는 어머니와 아버지를 공경하는 것에서부터 삶의 즐거움을 찾으라는 가르치셨다. 뿐만 아니라 항상 부처님의 비판 대상이 되었던 전통 종교의 브라흐만(brhmaññatā) 수행자까지도 고귀한 행위를 하는 자라면 그를 공경 하라고 말씀하셨다. 당시 사문(沙門sāmaññatā)은 불교의 수행자를 포함해서 모든 신흥종교의 수행자, 내지는 사상가들을 일컫는 말이다.

또한 부모를 공경하고 진리의 길을 인도하는 모든 스승을 공경하는 것이 사람을 통한 제일의 기쁨이 된다는 말씀이다. 부처님께서는 기본적으로 참다움을 가르치는 모든 종교 사상가를 다 공경하고 가르침을 받으라고 가르치신 것이다. 세상의 진리는 모든 거룩한 성자의 언어와 행위에 의해서 언제나 빛나고 있음을 깨우치시는 말씀이다.

사람 관계 속에서 가장 귀한 사람은 부모이다. 『대승본생심지관경』보은품(報恩品 )에는 부모의 은혜를 설하고 있다. 아버지는 자은(慈恩)이고 어머니는 비은(悲恩)이라고 한다. 어머니의 비은은 영원한 시간 동안에도 다 말할 수 없는데, 그 일부분을 말하면 세상에 그 어떠한 위대한 성자나 수행자를 공양하는 것보다도 비은의 어머니를 공양하는 공덕이 더 크다고 말한다. 자식을 잉태해서부터 지키고 보호한 애틋한 은혜는 수미산보다도 더 높고 거대하다고 비유한다.

옛날에 한 어머니가 어린 자식을 안고서 거친 강을 건너다가 폭류에 휘말려 애기를 안은 채로 물에 빠져서 죽고 말았다. 자식을 아끼는 선근 공덕의 힘으로 이 어머니는 천상에 태어나서 범천왕이 되어서 어머니에게 열 가지 덕이 있음을 설했다고 한다.

어머니 돌아가시니 해 저문 밤과 같다

어머니가 갖고 있는 열 가지 모덕(母德)이란, 대지와 같이 태내에서 아기의 의지처가 되어준 덕, 모든 고통을 다 참고서 능히 탄생시킨 덕, 어머니는 자신의 손으로 자식의 눈과 귀 등 5근을 항상 올바르게 가다듬어 준 덕, 온 종일 양육해서 키운 덕, 여러 가지 방편으로 지혜를 길러준 덕, 자식을 항상 아름답게 가꾸어 준 덕, 어머니가 자식을 가슴에 안고서 편안하게 쉬도록 한 덕, 자식을 잘 교육시킨 덕, 잘 가르치고 경책해서 모든 악으로부터 멀어지게 한 덕, 가업을 이어서 자식에게 뒷일을 부탁한 덕 등이다.

경전은 결론으로 세상에서 가장 부자는 애틋한 정으로 보살피는 비모(悲母)가 살아 계신 것으로 태양이 중천에 떠있는 것과 같고, 가장 가난한 것은 이 어머니가 세상에 계시지 않는 것으로 마치 해가 서산에 져서 캄캄한 밤중이 되는 것과 같다고 비유한다. 또 영원한 시간상에서 본다면 부모와 자식의 인연은 끝없이 서로 이어지기 때문에 세상의 모든 남자는 나의 자부(慈父)이며 세상의 모든 여인은 나의 비모(悲母)가 되므로 모든 남녀를 부모로서 공경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경전에 기록되어 있다.

오늘날 우리는 현세의 부모에게조차 은혜를 보답할 겨를도 없이 바쁘게 살아가고 있는데, 영원한 시간상의 부모의 은혜를 생각하는 일은 더더욱 요원한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부처님의 가르침을 마음에 새겨서 자신의 부모님께는 물론이거니와 그 외의 모든 연장자에게도 부처님의 말씀처럼 다생의 부모로서 존중할 수 있다면 우리가 사는 세상은 참으로 즐겁고 행복한 삶이 될 것이다. 이 모든 것은 먼저 은혜를 알고 은혜에 보답하려는 마음에서 시작되는 일이다. 이를 경전에서는 지은보은(知恩報恩)이라고 한다.

공경-존중이 행복한 세상의 출발

이상과 같이 부모에 대한 지은보은과 함께 또 하나 중요한 은혜는 중생에 대한 은혜이다. 이를 중생은(衆生恩)이라고 하는데, 중생이란 ‘뭇 생명’을 의미한다. 나 자신이 하루를 살아가기 위해서는 수많은 생명의 희생위에 나의 삶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뭇 생명에 대한 은혜를 생각하고 모든 것에 은혜를 알고 은혜를 갚는 즐거움에 사는 것이 곧 일체를 공경하는 마음임을 깨닫게 하는 가르침이다.
 
본각 스님(중앙승가대 교수)


1011호 [2009년 08월 25일 14: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