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자살하는 사람 심정 알겠다" 최후진술
줄기세포 논문조작과 연구비 횡령, 난자 불법매매 혐의(사기 등)로 불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이 24일 3년 2개월을 끌었던 1심 재판 마지막 변론의 장에 섰습니다. 그는 최후 진술을 통해 함께 기소된 이른바 ‘황우석 사단’ 연구진에 대한 선처를 호소했습니다. 황 전 교수는 “63일 동안의 검찰 수사와 3년이 넘는 재판 과정에서 사회지도층 인사들이 왜 극단적 선택하는지 이해와 동감이 엄습했다”면서 “그럼에도 이것이 나의 운명이고 이런 과정을 통해 수행 수양 거쳐야만 그리도 꿈꾸던 열매에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다. 그는 또 “지금껏 노래방 한 번 가본 적 없이 햇살이 창문에 비칠 때까지 잠을 잔적도 없다”며 연구에 매진했던 20년 삶을 회고했습니다. 그는 끝으로 자신을 사기꾼으로 매도한 한 때 ‘황우석 사단’의 김선종 박사에 대해서도 “자신의 잘못만 뉘우친다면 함께 다시 일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김 박사는 재판 과정에서 “논문조작에 책임을 져야할 황 박사가 그 책임을 다른 사람에게 전가해서는 안 되며 맞춤형 줄기세포가 만병통치약이라는 국민들의 헛된 신기루 같은 꿈은 자제돼야 한다”고 황 전교수를 비난하기도 했습니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법정 안팎에는 황 전 박사의 지지자 250여명이 자리를 가득 매웠습니다. 대부분 불교계와 난치병환자 가족들인 이들 중 상당수는 황 전 박사의 최후진술을 듣는 도중 흐느껴 울었고, 진술이 끝난 뒤 박수를 보냈습니다. 이들에겐 황 박사의 연구 결과가 유일한 희망이자 종교일 수 있습니다. '황우석 사건'에 대한 법원의 1심 판결은 10월 19일 오후 2시에 나옵니다. 이하 황 전 교수 최후 진술 전문
<황우석 전 서울대교수 최후진술>
이 자리에 서기 전까지 자숙하는 의미에서 최후 진술을 하지 말까도 생각했지만 다른 피고인들의 변론을 들은 뒤 이야기 하지 않으면 비겁한 사람이 될 것 같아 생각을 바꾸었다.
이 사건 수사단계와 기소 후 억지로 잠이 들었다가도 새벽녘이 될 때 사기 횡령이란 단어 떠오르면 소스라치게 일어나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곤 했다. 20년간 금욕적 생활과 스스로 정한 생활범주에 넘지 않으려 노력했다. 노래방도 한 번 가보지 않았고, 햇살이 창문에 비칠 때까지 잠을 잔적도 없다.
사기꾼 집단으로 낙인 받으며 극심한 혼란에 빠져들었다. 63년간 검찰청 1235호에서 8명의 검사와 수십 명의 수사관에게 심문 당할 때, 이후 3년간 재판과정에서 왜 사회지도층 인사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지 이해와 동감이 엄습했다. 그러나 이제는 이 자체가 저의 운명이고 이 과정에서 수행 수양을 거쳐야만 그리도 꿈꾸던 열매에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 시간 최후진술을 통해 저 자신에 대한 탄원보다는 다른 피고인에 대한 소회를 밝히겠다.
우선 장상식 한나산부인과 원장님. 전 법정 나올 때마다 느끼는 중압감보다 장 원장을 보는 것이 더 큰 고통이었다. 안규리 교수의 소개로 장원장을 봤을 때 그는 줄기세포 연구를 위해 난자 제공을 흔쾌히 도와준다고 해 무척 고마웠다. 난자 제공할 때마다 빚 받아가듯 꼬박꼬박 듯 받아가는 어떤 의사와는 전혀 달랐다. 장 원장에게 하도 미안해서 그동안의 비용 물어봤더니 적지 않은 돈이었다. 그래서 최소한 과배란 주사만이라도 공급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그는 “내가 황 박사보다 사정이 좋지 않냐”며 사양했다.
당시 나는 의대 출신인 한양대 법대 교수에게 자문을 구한 결과 장 원장에게 난자를 받는 것이 생명윤리법 위반의 소지가 없아고 돋고 장 원장에게 말씀 올려 도움을 받은 것이다. 재판부가 견해를 달리해 장 원장에게 탓하실 일 있으면 저에게 포개어 벌해달라. 장 원장은 칭송받을 일을 했지 범법자가 아니다.
강성근 교수에 대해 얘기하겠다. 그는 원래 내 직접 제자가 아니었다. 당시 서울대 이준 총장이 국제적 연구를 위해 서울대 교수로 1명을 뽑으라고 해서 나의 제자가 아닌 다른 사람을 뽑겠다고 했다. 결국 나의 제자들을 물리치고 이병천 교수의 추천으로 그를 신규 교수로 채용했다. 그는 성실성이 누구에도 뒤지지 않았으나, 그 때 제가 교수로 발탁하지 않았다면 이런 불행은 겪지 않았을 것이다. 최근 수술을 받은 강 교수를 삼성병원에 문병 갔는데 강 교수의 아내가 나를 붙들고 우는데 가슴이 무너졌다. 그에게 법원 은전을 내려달라.
윤현수 한양대 교수. 그는 내가 간절히 추천해 모교인 한양대에 교수가 됐다. 나 아니었으면 미즈메디연구소장으로 잘 지냈을 것이다. 많은 교수 중 성실과 능력면에서 정말 탁월한 교수다.
끝으로 김선종 박사. 그는 아침 5시50분에 출근하는 나보다 더 먼저 출근해 1년 내내 나를 맞이했던 사람이다. 이렇게 성실한 사람은 처음이었다. 그가 이런 범죄(섞어심기 바꿔치기로 줄기세포 조작)에 어떻게 가담했는지 모르겠다. 그것도 몰라 난 그를 서울대 교수로 추천했다. 그가 과거의 잘못을 참회하고 그 성실성을 배가해서 참회하는 심정으로 과학도로 헌신한다면 연구팀에 다시 합류시키고 싶다. 그 열매를 함께 따고 싶다. 의례적 인사도 아니고 재판부나 방청객을 호도하려는 것도 아니다.
마지막 대국민 기자회견 때 약속했던 그 약속을 지키고 싶다. 머지 않은 어느날 약속 실현될 것이다. 나에겐 소박한 꿈이 있다. 기회를 주신다면 과거 일탈됐던 과학자 자세를 다시 세워 열정으로 꿈을 실현시키도록 노력하겠다. 그 추운 겨울 나를 위해 청와대에서 1인 시위하던 중학교 3학년 민지와, 추웠던 1월 광화문에서 나를 위해 몸을 불살랐던 그 지지자들과 함께 이 법정에서 다시 소리치고 싶다.
<관련 기사>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은 24일 줄기세포 논문조작과 연구비 횡령, 난자 불법매매 혐의(사기 등)로 불구속 기소된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에게 징역 4년을 구형했다. 법원은 이날 3년 2개월간 43차례나 열린 1심 공판 심리를 모두 마쳤고, 선고는 10월19일 오후 2시에 내린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부장판사 배기열) 심리로 열린 이날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이번 사건은 철저한 과학적 검증이 아닌 예상에 맞춘 각종 데이터 조작을 통한 왜곡의 전형”이라며 “황 박사의 과욕이 주 원인으로, 고질적 연구부정의 재발을 방지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며 구형 의견을 밝혔다.
이날 법정 안팎은 황 박사 지지자 250여 명이 가득 메웠다. 이들은 대부분 불교계 관계자나 난치병 환자 가족들이었다. 이들은 황 박사가 법정을 드나들거나 그에 대한 유리한 증언이 나올 때마다 박수를 보냈다. 반면 검찰이 구형 의견을 밝힐 때엔 야유를 보냈다.
황 박사 공판의 쟁점은 △논문 조작 책임 범위 △연구비 횡령 및 유용 △불법 난자 매매 혐의 등 3가지다. 황 박사 측은 “검증 단계마다 포괄적 지시를 내린 것은 인정하지만 연구원들이 데이터 작업을 하며 실수하거나 조작한 것까지 일일이 다 알 수 없었다”며 데이터 조작에 고의성이 없었음을 주장했다. 또 “검찰이 사이언스지 논문을 증거로 제출하지 못할 정도로 대부분 이해당사자의 진술만 갖고 기소했다”며 “일부 정부연구비를 불투명하게 사용한 것은 맞지만 연구목적 외에 사용한 점은 없다”고 무죄를 거듭 강조했다.
황 박사에 대한 1심 공판은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많은 증거가 제출됐고 오랜 기간이 걸렸다. 이날까지 증인만 100여명이 신청돼 60명이 법정에 나와 증언을 했고, 증거물 갯수만 780개, 분량은 2만 페이지에 달한다. 또 2006년 6월 기소된 이래 3년 2개월 동안 재판부가 2번이나 바뀌었다. 재판부는 “가장 큰 쟁점인 논문 조작 책임 범위 부분만 심리하는데 3년 가까이 걸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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