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이야기/부처님 마음

[천불만다라]44. 천상 설법 마친 붓다의 하강

淸潭 2008. 12. 12. 17:53

[천불만다라]44. 천상 설법 마친 붓다의 하강
천상-허공-지상 경계 허문 붓다의 귀환
기사등록일 [2008년 12월 08일 13:58 월요일]
 

깨달음을 얻어 깊이 생각하고
명상에 전념하는 지혜로운 이는
이 세상에서 떠나 고요를 즐긴다
신들도 그를 부러워한다
 - 『법구경』

거해 스님의 편역에 의하면 위의 게송은 부처님께서 어머니를 위하여 천상에서의 설법을 마치시고 지상에 돌아오시면서 사리불과 모든 제자들에게 설하신 게송이라고 한다.

인도 상카시아라는 지방은 불자들에게 인도 8대 성지의 하나로 잘 알려져 있다. 이곳은 부처님께서 도솔천에 환생하신 어머니 마야부인을 위하여 천상에 올라가셔서 3개월 동안 법을 설해드리고 다시 인간 세상으로 하강하신 곳으로 유명하다. 석존의 신통력은 천상과 인간세계를 자유로이 넘나드셨고 이곳 상카시아는 하늘과 인간세계를 이어준 상징적인 장소로서 의의를 지니고 있다. 또한 부처님께서는 인간과 천상을 오가면서 어머니를 위하여 법을 설하신, 세간과 출세간의 효도를 실천하신 성자로 기록되고 있다. 지금도 참배객이 이어지고 있는 상카시아는 매우 조용하고 싱그러운 기운이 감도는 곳이다. 아쇼카왕이 부처님의 성지를 순방하고 기념탑을 세운 것이 아쇼카 석주로 남아 있는데, 이곳 상카시아에도 머리 부분에 코끼리를 장식한 아쇼카 석주가 세워져 있어서 석존이 하강하신 장소임을 증명하고 있다.

부처님께서는 성도하신 뒤에 45년간 많은 사람들을 교화하셨는데, 돌아가신 어머니를 위하여 설법하신 일은 생과 사를 넘나드는 효도의 극치이며, 이 세상을 떠난 자를 위한 구원의 행위로서도 평가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부처님의 설법과 중생구제는 인간세계뿐만 아니라 천상의 세계까지 가능했다는 신비로운 이야기로 전하여 온다.

어머니 위해 천상에서 설법

부처님은 사위성의 암라 숲에서 천불이 화현하는 기적을 남기시고는 곧바로 자취를 감추셨다. 그리고 그길로 부처님은 어머니가 계시는 도리천궁에 올라가서 어머니를 위하여 설법을 하신다. 부처님이 천상에 오르셔서 어머니를 위하여 설법하시는 광경을 기록한 『불승도솔천위모설법경』이 전해져 온다. 경전에 의하면 부처님의 탄생은 지혜에 의해서 탄생한 것이지 마야부인으로부터 탄생한 것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그러나 부처님은 마야부인의 은혜에 보답하기 위하여 천상에서 설법을 하고 다시 인간 세상에 하강하는 모습을 남기셨던 것이다. 이 기적을 보인 장소인 상카시아에는 하강하실 때 밟으셨을 세 개의 계단이 부서진 조각품으로 남아 있고, 건물 안에는 그림으로 표현된 천상의 길이 장식되어 있다.

부처님께서 도리천에서 3개월을 보내시는 동안 인간세상에서는 부처님을 그리는 많은 일화가 전해져 내려온다. 부처님을 그리워한 지상의 왕이 전단향목으로 부처님의 모습을 조각한 것이 불상의 시원이라는 설화가 있는가 하면, 연화색 비구니는 천상에서 내려오시는 부처님을 누구보다도 먼저 맞이하려고 공중으로 몸을 날려서 부처님을 마중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연화색 비구니의 극성스러움과 그의 신통력이 가상하지만 부처님께는 칭찬을 듣지 못했던 것 같다. 왜냐하면 수보리존자는 영축산에 있으면서 부처님의 하강을 알고 마중을 나가려고 일어서는 순간 제법(諸法)이 공(空)한 이치를 깨달아, 가고 오는 형상에 사로잡히지 않고 앉은 자리에서 마음으로 부처님을 마중했다고 한다. 부처님께서는 신통으로 몸을 허공에 날려서 부처님을 마중한 연화색 비구니 보다는 제법공상(諸法空相)을 깨닫고 마음으로 부처님을 마중한 수보리존자가 여래를 가장 먼저 마중한 제자라고 칭찬하셨던 것이다.

4차원의 세계가 펼친 대 향연

부처님이 천상에 계시는 동안 신통제일 목건련 존자는 부처님을 뵙기 위해서 천상에 올라가서 문안을 드렸고 지혜제일 사리불 존자는 상카시아 지방에서 여름안거를 보내고 있으면서 천상의 부처님으로부터 가르침을 받았다고 전한다.

부처님의 어머니를 위하는 효도의 마음이 중심이 되어 부처님과 제자들 그리고 인간과 천상을 잇는 4차원의 세계가 우리의 상식을 벗어나서 대향연을 벌이고 있는 광경이다. 천상에서 하강하시는 부처님을 대중과 함께 공식적으로 맞이한 제자는 사리불 존자였다. 부처님께서 인간세상을 저버리지 않으시고 다시 내려오심에 대한 환희의 광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천상의 왕들과 지상의 제자들에게 둘러싸이신 부처님의 몸에서는 거룩한 자비광명이 나와 상카시아 온 도시에 충만하였다. 이러한 아름다운 광경에 고무된 사리불 존자가 이처럼 아름다운 광경은 처음 보는 것임을 깨닫고, 실로 부처님은 인간과 천상의 모두에게 오직 한분이신 스승이라고 찬탄의 말씀을 올린다.

사리불 존자와 함께 부처님광명이 도시 전체를 밝게 비춘 이러한 거룩한 모습을 눈앞에서 맞이한 당시의 사람들은 참으로 행복을 만끽하였을 것이다. 그리고 천상과 인간세상의 사람들은 이러한 부처님을 마음으로 환영하고 찬탄하였다. 부처님을 제일의 스승으로 모시고 기뻐하는 사리불과 여러 대중들에게 이 환영과 찬탄에 답하시어 위의 게송을 설하셨다고 전한다.

다시 게송을 살펴보면, ‘지혜로운 사람은 꾸준히 좌선 정진하여 일념 성취를 기뻐하고 세상의 번뇌를 초월한다. 그들은 청정하고 진리를 깨달은 성자들, 인간은 물론 천상인들 까지 존경한다.’라고 부처님 자신의 모습을 자신감 있게 기쁨에 넘쳐서 스스로 표현하신 게송이다. 부처님의 세계는 인간과 천상을 구분하는 경계선이 이미 없고, 천상인조차도 부처님을 존경하고 있음을 표현한 환희의 게송이다.
 
본각 스님 (중앙승가대 교수)

그림=이호신 화백, 수화자문=원심회 김장경 회장


977호 [2008년 12월 08일 13: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