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 없는 세상 되도록 하겠나이다”대구경북 범불교도 결의대회 봉행 |
“국민통합과 사회안정, 경제 발전은 종교화합과 평화의 기초에서 이룩됩니다. 우리도 수행과 전법, 자비와 보시행이라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라 이 땅이 차별 없는, 편견 없는 사회로 만들기 위해 정진하겠습니다.” 전국서 스님 2천명, 불자 3만여 명 운집
‘종교차별금지 입법 촉구와 사회갈등 해소를 위한’ 대구경북 범불교도 결의대회가 오늘(11월1일) 대구 두류공원 야외음악당에서 거행됐다. <사진> 대구경북대회는 대구·경북지역 불자뿐 아니라 오직 종교평화를 염원하며 먼 걸음을 마다않고 전국 각지에서 달려온 스님 2000여 명 등 불자 3만여 명이 운집했다.
명고와 명종 5타로 시작된 결의대회는 신묘장구대다니와 참회진언을 봉독하는 대중 정진을 사부대중이 한 마음으로 낭송하면서 내 잘못부터 꾸짖고 마음을 깨끗하게 정화했다. 태고종 대구종무원장 경묵스님이 고불문을 낭독하고 대구경북대회 봉행위 집행위원장 현관스님은 경과보고를 통해 불자들이 이 자리에 모인 이유를 다시 한 번 되새겼다.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스님은 상임대책위원장 원학스님이 대독한 치사에서 “자비는 방관이 아니다”라며 “평화와 이타적 자비를 중시하는 불교이지만 인내와 관용만이 최선이 될 수 없으며 잘못을 지적하고 개선을 요구해야하고 우리들도 자신에 엄격하여 잘못이 있으면 가차 없이 참회하여야 한다”고 말했다.
또 지관스님은 “전 불자들은 대동단결해 우리민족의 숭고한 역사와 전통문화, 신앙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여러분들의 굳건한 의지가 필요하다”며 “하루 빨리 공직자의 종교편향을 근본적으로 방지할 수 있는 법률을 제정함으로써, 다시는 헌법을 파괴하고 사회갈등을 유발하는 공직자가 출현하지 않도록 재삼 정부에 촉구한다”고 역설했다.
종교차별금지입법. 공직자 성시화운동 중단 촉구
대회 공동봉행위원장 성웅스님(직지사 주지)은 봉행사를 통해 종교차별금지입법을 조속히 시행하고 차별 없는 사회를 만들어 줄 것을 정부에 촉구했다. 스님은 “오늘 우리가 이 자리에 모인 이유는 국민화합과 사회통합을 위한 정신적 바탕인 종교화합을 위한 것”이라며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 지도자들이 수차례 공언했던 공직자의 종교적 중립을 명시하는 입법조치를 금번 정기국회에서 조속히 마무리해 약속을 행동을 보여줄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뒤이어 이번 대회의 3대 요구사항인 △종교차별금지 입법 촉구 △사회차별 해소를 위한 불자행동지침 △공직자의 성시화 운동 중단 등을 차례대로 호소했다. 대회 공동봉행위원장 허운스님(동화사 주지)은 “지난 8.27 범불교도대회를 통해 공공영역에서의 종교편향을 방지할 수 있는 관계법령 제개정을 요구하고 정부 등도 입법화를 약속했지만 작금의 상황은 정부의 무관심과 정치권의 정쟁, 일부 개신교도들의 반대로 요원해지고 있는 현실”이라며 “정부와 정치권이 종교차별금지 입법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 일말의 신뢰를 접고 불자들의 의지를 모아 자구책을 강구해 나가겠다”고 경고했다.
대구경북 범불교대책위 정식 출범 선언
더불어 허운스님은 대구경북 범불교대책위원회 출범을 공식화했다. 스님은 “대구경북지역 모든 불자들이 참여하는 범불교대책위는 지역 종교편향 감시와 종교간 평화와 화합을 위한 가교역할을 다하겠다”며 “대구경북지역을 종교간 평화와 화합의 모범지역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선언했다.
법화종 대구경북교구 총무국장 도광스님은 불자들의 행동지침을 설명했다. 도광스님은 “부처님이 선언한 평등과 화합의 정토사회를 우리 불자들이 앞장서 만들어 가는 속에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음과 같이 실천하자”며 △매일 아침 10분간 종교평화 국민화합 위해 기도하기 △종교편향 감시 대응하기 △국민대화합 사회갈등 해소 위한 1인1봉사활동 실천 △수행 생활화 및 사찰 단체별 시국주제 법회와 활동 전개 △부처님 가르침을 배우고 수행하는 참다운 불자, 타종교인에게 마음 열고 이해하는 참다운 종교인으로 거듭 나기 등을 제안했다.
원융종 포교원장 해안스님은 공직자의 성시화운동 참여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해안스님은 “헌법정신을 파괴하고 종교간 갈등을 불러일으켜 사회 혼란과 국민을 분열시키는 행위를 자행하는 성시화운동에 참여하고 있는 공직자들은 당장 포기하라”며 “지속적으로 성시화운동을 전개한다면 공직자 명단을 공개하고 거부운동을 전개하겠다”고 선언했다.
대통령 할아버지에게 보내는 편지 눈길
이날 대회에서 가장 눈길을 끈 것은 어린이들이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글을 읽는 순서였다. 이현식(대구 만촌초3)군과 한수민(도원초4)양은 단상 앞에서 “대통령 할아버지 우리 모두 사이좋게 지내게 해달라”고 호소해 3만 참석대중들의 환호를 받았다. “엄마 아빠가 요즘 많이 힘들어해요. 살기 힘들다며 용돈도 전보다 덜주고 그래요. 엄마 아빠가 힘들어하면 마음이 아파요. 그러니까 엄마 아빠가 살기 편하도록 해 주세요.” “엄마 아빠는 절에 다니고 옆집 아저씨 아줌마는 교회에 다녀요. 이웃끼리 종교가 다르다고 싸우면 안 되지요? 그러니까 모든 이웃이 사이좋게 지낼 수 있도록 해 주세요.”
종교평화를 통한 사회갈등 해소를 이루자는 열기가 이날 모인 3만 대중들의 가슴에 가득 들어찰 즈음, 조계종 특별선원 문경 봉암사 주지 함현스님이 대표로 낭독하는 결의문을 통해 사부대중은 이 땅이 차별 없는 세상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재차 다짐했다.
함현스님은 “종교평화는 국민통합의 핵심 가치이며, 작금에 드리워진 경제위기의 해결점 또한 이로부터 시작돼야 한다”며 △정부는 공직자 종교차별 방지를 위한 입법 조치에 적극 나서라 △국회는 이번 정기국회에서 관련법 개정을 조속히 처리하라 △종교차별 자행하는 공직자 거부운동을 전개한다 △각종 사회 차별과 갈등해소를 위해 종교본연의 사명과 역할을 다한다는 뜻을 천명했다. 청도 운문사 교무국장 운산스님도 발원문을 낭독하면서 이 세상의 모든 차별과 갈등을 종식시킬 때까지 위법망구의 걸음을 멈추지 않겠다고 사부대중과 함께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이날 대구경북 결의대회는 8.27 서울대회 이후 두 달 만에 열렸다. 2개월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공직자의 종교편향에 대한 우려가 여전하다는 불심을 반영했다. 대구경북지역 사찰과 신도뿐 아니라 조계사, 봉은사, 도선사, 마곡사, 법주사, 선운사, 인천불교회관 등 전국 각지에서 모인 불자들이 동참해 결의를 다지면서 제2의 8.27 대회가 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국회가 국정감사를 마친 후 본회의를 시작한 즈음 열린 대구경북대회에서 보여준 불자들의 함성에 정부와 정치권이 종교차별금지입법 등 불교계의 요구를 어떤 방법으로 수용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대구=김하영 기자
사진 김형주 기자
다음은 총무원장 지관스님의 치사와 대통령 할아버지께 드리는 글 전문.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스님 치사
대구ㆍ경북지역 사부대중 여러분.
오늘 우리는 8.27에 이어 또 다시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불조의 혜명을 계승하고 종단의 항구적 발전을 도모하며, 한국사회의 평화와 미래를 담보하기 위해 불자들의 마음을 모으는 자리입니다. 1700년 한국불교사의 일대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이천만 불자들의 역량을 결집하기 위한 법회가 아닐 수 없습니다.
종단을 사랑하는 사부대중 여러분.
자비는 방관이 아닙니다. 무연대비의 실천은 말보다 행동에 있습니다. 평화와 이타적 자비를 중시하는 불교이지만 인내와 관용만이 최선이 될 수는 없습니다. 이제 잘못을 지적하고 개선을 요구해야하고 또한 우리들도 자신에 엄격하여 잘못이 있으면 가차 없이 참회하여야 할 것입니다. 불교적 가치를 구현하는 당당한 불교인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출가한 스님은 인천의 사표로서 상구보리 하화중생의 책무를 다해야 할 것이며, 재가불자님들은 승단을 외호하고 불교적 삶을 통해 모든 국민들이 함께 행복을 향유할 수 있는 기풍을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
종교의 자유를 헌법이 보장하고 있으며, 공직을 이용한 종교의 편향적 태도는 분명한 잘못임에도 불구하고, 욕망에 눈이 멀어 잘못을 저지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민의를 대변해야할 사람들이 집단이기주의 내지 종파주의에 사로잡혀 국가의 명운을 위태롭게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관념적 우상숭배라고 비판하는 종교차별과 갈등을 획책하는 무리들도 없지 않습니다. 이는 소아적 영웅주의에 물들어 민족과 국가의 항구적 발전을 저해하는 자들이며, 국민대통합을 저해하는 어리석은 행위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제 더 이상은 반문명적인 행태를 방관하고 있을 수는 없습니다.
대구ㆍ경북지역의 불자 여러분.
이젠 전 불자들은 대동단결해야 합니다. 전 세계적인 금융위기를 넘기 위해 여러분들의 결사(結社)가 필요하며, 불조의 혜명으로 세상을 밝히고, 헌법과 법질서를 수호하기 위해 호시우보(虎視牛步)의 정진력을 보여주어야 할 때입니다. 이웃을 존중해야하고 나만이 옳다고 주장하는 아시타비(我是他非)의 망견은 버려야 합니다. 우리민족의 숭고한 역사와 전통문화, 신앙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여러분들의 굳건한 의지가 필요한 것입니다.
오늘 이 자리에 함께하신 사부대중 여러분.
오늘의 대법회는 파사현정의 깃발을 세우는 대장정의 출발입니다. 파사(破邪)의 과정에서 참회하는 사람들은 백 번 천 번 용서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불의와 불법이 사라질 때까지 조상이 물려준 전통문화를 온전히 지키기 위해 정의가 올곧게 살아 숨 쉴 때 까지 우리들은 결단의 마음을 지녀야 할 것입니다. 지나온 역사 속에서 무수한 도전을 극복했듯이 결단코 나만이 옳다고 배타하는 자를 절복순화(折伏純化) 시키고 말겠다는 위법망구(爲法忘軀)의 결의로 대장정의 목표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하루 빨리 공직자의 종교편향을 근본적으로 방지할 수 있는 법률을 제정함으로써, 다시는 헌법을 파괴하고 사회갈등을 유발하는 공직자가 출현하지 않도록 재삼 정부에 촉구하는 바입니다.
불기 2552(2008)년 11월 1일
한국불교종단협의회 회장.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지관
대통령 할아버지께 드리는 글
안녕하세요? 이명박 대통령 할아버지!
저희는 대구 만촌초등학교 이현식 / 도원초등학교 한수민입니다.
오늘 저희들은 대통령 할아버지께 우리 모두가 사이좋게 지내게 해 달라고 편지를 씁니다.
우리가 먹는 반찬은 참 많아요.
김치, 콩나물, 계란, 멸치 엄마가 해주는 반찬이 참 많아요
그런데 한 가지 반찬만 먹으면 참 맛이 없겠죠?
아빠 엄마가 편식하지 말고 골고루 먹어야 건강하다고 했어요.
그러니까 서울 애들만 사랑하지 말고 지방의 저희들도 사랑해 주세요!
고속도로에 자동차가 달려가요.
버스, 트럭, 자가용, 빨간색, 파란색 자동차들이 어울려서 달려요.
서로 양보하며 달려가니 사고도 없고 얼마나 좋은가요?
그러니까 서로 양보하며 사는 좋은 세상 만들어 주세요!
경기도, 경상도, 강원도, 충청도, 전라도 모두 우리나라예요.
마을마다 여러 가지 특산물이 있고, 구수한 사투리도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요?
그러니까 모든 마을이 고루고루 살기 좋게 해 주세요!
산과 들에는 꽃이 피고 강에는 물고기가 뛰어 놀아요.
산과 들에 꽃이 없고 강에 물고기가 없으면 얼마나 재미 없을까요?
그러니까 산과 들에 꽃이 피고, 강에는 물고기가 뛰어 놀 수 있도록 해 주세요
엄마 아빠가 요즘 많이 힘들어해요
살기 힘들다며 용돈도 전보다 덜주고 그래요
엄마 아빠가 힘들어하면 마음이 아파요.
그러니까 엄마 아빠가 살기 편하도록 해 주세요
우리 동네에는 절도 있고 교회도 있어요.
엄마 아빠는 절에 다니고, 옆집 아저씨 아줌마는 교회에 다녀요.
이웃끼리 종교가 다르다고 싸우면 안 되지요?
그러니까 모든 이웃이 사이좋게 지낼 수 있도록 해 주세요
대통령 할아버지! 우리는 싸우지 않아요.
서로 아껴주고, 양보하고, 사랑하며
싸우지 않고 친하게 지내라고 배웠어요.
그런데 어떤 어른들은 자기만 잘났다며 다른 사람들을 미워해요.
우리에게 부끄럽지 않으세요?
그러니까 서로 싸우지 않고 사이좋게 지내도록 해 주세요.
대통령 할아버지! 할아버지는 대통령이니까 해 줄 수 있죠?
2008년 11월 1일 이현식/한수민 2008-11-01 오후 3:45:12 /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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