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각지서 대구에 구름같이 몰려든 3만 불자들이 종교편향으로 사회통합을 저해하고 있는 이명박 정부에 경책의 목소리를 전했다.
대구경북 범불교도 결의대회 봉행위원회(위원장 허운)는 11월 1일 오후 대구 두류공원 야외음악당에서 종교차별금지 입법 촉구와 사회갈등 해소를 위한 결의대회를 봉행했다.
퓨전타악그룹 ‘자유’의 ‘공감 2008’ 식전공연을 끝으로 명고와 명종으로 결의대회가 시작됐다. 이어 불법승 삼보에 귀의한 3만 불자들은 자신부터 참회하고 종교편향을 일삼는 일부 공직자들의 참회를 대신하는 참회진언을 독송했다.
조게종 총무원장 지관 스님은 총무부장 원학 스님이 대독한 치사를 통해 “오늘 이 자리는 불조의 혜명을 계승하고 종단의 항구적 발전을 도모하며, 한국사회의 평화와 미래를 담보하기 위해 불자들의 마음을 모으는 자리”라며 “결단코 나만이 옳다고 배타하는 자를 절복순화 시키고 말겠다는 위법망구의 결의를 목표삼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관 스님은 “하루 빨리 공직자의 종교편향을 근본적으로 방지할 수 있는 법률을 제정함으로써, 다시는 헌법을 파괴하고 사회갈등을 유발하는 공직자가 출현하지 않도록 재삼 정부에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봉행위원장 허운 스님은 종교차별금지법 입법을 다시 한 번 강력히 촉구했으며, 원융종 포교원장 해안 스님은 정부복음화를 획책하는 성시화운동의 중단을 거듭 강조했다.
특히 대구 민촌초교 3학년 이현식 군과 도원초교 4학년 한수민 양은 이명박 대통령에게 쓴 편지를 낭독해 불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3만 여 불자들의 목소리는 야외음악당 곳곳에 자리한 플래카드와 피켓 문구 속에 여실히 드러났다.
“사회갈등 조장하는 성시화운동을 즉각 중단하라”, “흔들린 종교평화 국민의 힘으로”, “정부와 국회는 종교차별금지법을 즉각 입법하라”, “종교평화는 사회통합의 지름길이다” 등의 문구들은 사회통합을 바라는 불자들의 염원이 고스란히 담겼다.
서울 조계사에선 새벽 5시부터 불자들이 모여 버스 30대에 나눠타고 결의대회에 참석하는 등 결의대회는 8.27 범불교도 대회를 방불케 했다. 운문사 학인 스님 200여명도 일대사 해결을 잠시 멈추고 종교화합을 위해 함께 자리했다. 그리고 결의대회에 참석한 불자들은 모두 이명박 정부의 종교편향적인 행위들에 대해 바로잡아야 한다는 한 목소리를 냈다.
손자 손을 잡고 결의대회에 참석한 이제길(57) 씨는 “사회가 안정되고 화합을 이루려면 종교부터 화합해야 한다”며 “최근 이명박 정부의 잇딴 종교편향 행위와 일부 몰지각한 개신교 목사들의 언행은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씨는 “그래서 종교차별금지법 제정이 시급하다”며 “원래 이 대회는 안 열려야 맞다. 나라가 이처럼 어려운 때 정부가 사회통합을 위해 불자들의 요구를 들어줬더라면 대회는 필요가 없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8.27 범불교도대회에 참석했다는 이나경(54) 씨는 “대통령은 어느 한 종교의 대변인이 아니라 모든 국민들의 지도자”라며 “개인의 종교자유는 존중하나 자신의 종교를 내세우는 행위는 지양해야 한다”고 이명박 대통령에게 충고의 말을 전했다.
결의대회에는 봉행위원장 동화사 주지 허운 스님을 비롯해 고운사 주지 호성, 직지사 주지 성웅 봉암사 주지 함현, 조계종 호계원장 법등, 총무부장 원학, 기획실장 장적, 사회부장 세영, 재무부장 정념, 원효종 총무원장 향운 스님 등 1000여명의 스님들과 3만여명의 사부대중들이 동참했다.
대구=최호승 기자 sshoutoo@beopbo.com
사진=정하중 기자 raubone@beopbo.com
973호 [2008년 11월 01일 22: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