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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간혹 살빼기에 함정이 있다는 사실은 간과한다. 살이 쏙쏙 빠지는 걸 자랑하며 쾌재를 부르지만 그 이면엔 질병이 도사리고 있을 수 있다.
◇살 빼기 힘든 이유=몸에서 지방(살) 1㎏을 줄이려면 7700㎉를 소모해야 한다. 통상 땀이 날 정도의 유산소 운동을 30분쯤 하면 여성은 200㎉, 남성은 300㎉ 정도를 쓴다. 500㎉의 열량 소비는 체격 좋은 사람이 힘든 등산이나 수영을 족히 한 시간은 할 때 가능하다. 반면 닭 튀김 한 쪽, 도너츠나 케이크 한 조각만 먹어도 200~300㎉는 단숨에 섭취하게 된다. 만일 이 단계를 넘어, 혹은 한정식처럼 잘 차린 회식 한 끼에 동참하게 되면 3000㎉ 정도가 몸에 들어온다.
결론적으로 운동을 통해 1㎏을 빼기 위해선 거의 한 달 내내 하루 30분 이상 유산소 운동을 해야 하는 반면 열흘에 한 번씩 모임에 가서 포식해도 1㎏은 거뜬히 찔 수 있다. 한번 찐 살은 빼기도 힘들고, 설사 한동안 애써 노력해 성공했더라도 잠시만 방심하면 곧바로 뚱뚱해지는 이유다.
◇체중이 쑥쑥 줄 땐=불혹의 나이에 접어들면서 몸매 관리에 나서기 시작한 P씨(41·여). 거의 매일 30분 이상 조깅을 하고, 기구를 이용한 근육 운동도 이틀에 한 번씩은 했다. 물론 식사량도 포식하지 않도록 조절했다. P씨는 반년 만에 체중이 52㎏에서 46㎏으로 6㎏이나 주는 효과를 봤다. 물론 근육도 탄탄해진 걸 스스로 느낄 정도가 됐다. 몸짱 목표에 성큼 다가선 듯한 기쁨은 컸다. 하지만 이것도 잠깐, 한 달도 못 돼 가슴이 마구 뛰는 증상이 나타났다. 병원을 찾은 결과 진단은 갑상선기능항진증으로 나왔다. P씨의 놀랄 만한 체중감량 효과(?)는 운동 덕분만은 아니었던 것이다.
친한 벗의 중병 소식에 건강관리를 해야겠다며 운동을 시작했던 A씨(52)도 비슷한 경우다. 그는 열 달의 노력 끝에 73㎏에서 66㎏으로 살을 빼는 ‘쾌거’를 올렸다. 하지만 A씨는 살이 빠지면서 몸은 가벼워졌으나 왠지 기운이 없어진 듯해 병원을 찾았다가 당뇨병 진단을 받았다. A씨의 감량 효과 역시 당뇨병이 1등 공신이었던 셈이다.
의학적으로 보통 체격인 사람이 특별한 이유 없이 6개월 동안 체중의 5% 이상 빠질 땐 체중을 줄이는 질병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운동과 다이어트를 한 경우라 할지라도 10%쯤 줄었다면 병원을 찾아 살이 빠진 원인을 점검해 보는 게 우선이다.
◇체중 감소를 유발하는 질병=체중을 줄이는 질병은 여러 가지다.<표 참조> 가장 흔한 질병은 한국인 사망 원인 1위를 차지하는 암이다. 하루가 다르게 놀랍게 커지는 암세포를 먹여살리기 위해선 많은 열량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P씨나 A씨의 경우처럼 신진대사가 활발해지는 갑상선항진증이나 혈당이 높아지는 당뇨병 역시 체중 감소를 초래한다. 또 결핵 같은 소모성 질환이나 만성병을 앓아도 신체의 에너지 대사량이 올라가 체중이 준다. 노인의 경우엔 치아가 성치 않아 본인도 모르게 음식 섭취를 부실하게 한 탓에 체중이 빠지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보다 말수가 줄고 활동 전반이 준 경우라면 우울증으로 인한 식욕부진으로 체중이 감소했을 가능성이 크다.
황세희 의학전문기자·의사
◇도움말=성균관대의대 내분비내과 이문규 교수, 인제대의대 가정의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