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가시오...정해준님.
이순신 장군의 동상을 향해
그 큰 도로를 가로질러 뛰어 가면서
당신이 몰아쉬던 거친 숨소리가 들리는 듯하오.
거기에서 얼마나 추웠을까.
그 뜨거움을 어떻게 견뎠을까.
공포의 그 시커먼 터널이 얼마나 무서웠을까.
조국의 어두운 하늘이 얼마나 원망스러웠을까.
어찌 그렇게 밖에 할 수 없었단 말이오.
우리가 살아 온 그 인고의 세월들을 어쩌라고
그 뜨거운 속으로 몸을 던졌단 말이오.
남아있는 식구들의 슬픔은 어쩌라고
님 혼자서 그렇게 갔단 말이오.
식음을 전폐하고 당신을 그리워 할
당신 가족들은 어쩌란 말이오.
평생 당신 뒷바라지하며 같이 고생해 온
당신 부인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란 말이오.
나도 당신과 같은해에 태어난 丙戌생이오.
우리가 살아 온 60년은 영욕의 세월이었지요.
한반도가 두조각이나는 6.25를 다섯살때 겪었지요.
나는 어린나이에 800리 피난길을 걸으며
배고픔을 겪었고,무수한 죽음을 목격했었오.
마산의 김주열형 죽음이 정권을 무너뜨린
4.19의 현장에도 우리가 있었지요.
탱크의 굉음이 지축을 흔들던 5.16도.
보릿고개의 가난을 뛰어넘던 새마을 운동이
한반도를 뒤덮는 현장에도 우리가 있었지요.
우리들이 월남파병후 귀국길에 가져올 것이 없어
돈이 되는 탄피를 150Kg씩이나 BOX에 담고 오던
그 애환을 우리는 겪지 않았소?
돈 벌겠다며 그 뜨거운 중동으로 몰려간 그 시대 우리들.
요동치는 가난한 조국을 위해 살아온 60년 이었오.
나라를 이렇게까지 잘 살게하는데
온몸을 던진 우리들 이었오.
그 고생하면서도 자식들은 잘 살게 하려고
잘 먹여 몸집도 커지게 하고,
잘 가르쳐서 대학을 보내
지금 조국의 기틀이 되게 한 우리들 이었오.
이제 자식새끼들 시집,장가보내고
겨우 한숨 돌릴만한 지금
그렇게 허망하게 가면 너무 억울하지 않소.
찢어지게 가난했던 조국이 이만큼 일어 서도록
온몸을 던져 일 했으면 우리는 할만큼 한 것 아니오.
격동기의 가난한 조국을 일으켜 세운 우리가
조국에게 이제 우리에게 안식을 달라해도 누가
뭐라할 사람은 없을 것 아니오.
아...
당신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사람이었오.
황우석.
그가 나라를 사랑하며 걷는 길이 너무 애처로워
그를 가로막는 무리들에게 몸을 던져 저항 한 당신.
당신의 죽음앞에 부끄러운 우리를 봅니다.
당신의 뜨거운 나라사랑앞에 고개를 숙입니다.
가슴이 터져 버릴듯 치밀어 올라오는 그것.
바로 당신이 외치고 간 그것입니다.
정해준.
당신이 산화로 웅변한 그것을 위해
당신을 존경하는 모든 사람들이 이렇게 서 있습니다.
당신이 가는 길 앞에 이렇게 섭니다.
당신처럼 할 용기는 없어도
당신이 불구덩이에서 외친 그것을 위해
이렇게 섭니다.
이제 앞으로 이 조국에서 살아가는 동안
광화문 그 동상앞을 지나게 되면
두고두고 당신을 기억할 것입니다.
잘 가시오..
동갑내기 정해준님.
잘 가시오...
060112 청산리
http://cafe.daum.net/csr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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