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이야기/인곡당(법장스님)

德崇禪學 제3집 인사말씀

淸潭 2008. 2. 22. 17:53
 

德崇禪學 제3집 인사말씀

 

불기 2545(2001)년 3월 30일

한국불교선학연구원이사장
덕숭총림 수 덕 사주 지
법장

  본인은 오늘 諸方의 여러 大德스님들과 저명하신 학자 여러분들을 모시고 “만공과 한국선”을 주제로 하여 제3회 한국선학 학술회의를 개최하게 되었습니다. 이 뜻 깊은 法筵의 학술 모임에 동참해주신 내외 귀빈 여러분들께 충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이미 잘 알려져 있듯이, 서양에서의 근대는 르네상스에서 그 원초적인 뿌리를 찾을 수 있습니다. 이 르네상스는 모든 사물에 대해 神 중심의 관점에서 파악하고 이해하던 중세로부터 인간 중심의 방향에로 관점이 전환하게 되는 서곡이었다 하겠습니다. 그러나 이 르네상스의 사고방식은 인류의 精神史的인 관점에서 볼 때, 인간의 욕망 내지 탐욕의 충족을 부추기고 정당화하는 역사에로의 전환점이었다 하겠습니다.

  근대문화는 바로 이러한 르네상스의 아들이라 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는 또한 희랍 이래의 휴머니즘이 다시 등장하였고 2분법적인 사고방식은 더욱 彌滿했던 시기이었다 하겠습니다. 여기에서 정신과 물질, 인간과 자연, 개인과 국가, 문명과 야만, 歐美圈과 非歐美圈 등의 사고방식이 인간의 사고를 지배하여 왔습니다.

  근대의 이러한 사고방식의 한계는 너무나도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과학 가운데 과학이라고 일컬어져 온 이론물리학의 발달과 더불어 근대의 이러한 사고방식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 입증되어 왔습니다. 오히려 유기적인 사고방식이야말로 물리학적 진실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이러한 유기적인 관점은 불교에 있어서 가장 특징적인 思惟方式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사유방식은 논리적 추론에 의한 것이기보다는 명상 내지 禪의 修行을 통한 觀照의 체험에 의해 드러난 것이었습니다. 오늘날 구미의 세계에서 禪에 대한 관심과 열풍이 크게 일어나고 있는 것은 바로 이러한 점의 인식에 기인하고 있는 것이라고도 하겠습니다.

  한국 근대불교사에서, 성리학 중심의 유교이념을 건국이념으로 하였던 근세조선 500년의 가혹한 탄압으로 禪佛敎가 거의 명맥마저 없어지려 하던 시기에 不世出의 걸출한 鏡虛 大宗師의 嫡子인 滿空 대선사의 禪思想을 중심으로 여러 측면에서 검토하고 그 의의를 해명하는 이 학술모임은 단지 한국의 불교학 내지 禪에 관한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근대 韓國精神史의 일면을 명확하게 확인하는 자리이기도 합니다.

  이 모임의 이와 같은 의의에 공감하시고, 여러 가지로 바쁘신 가운데 주제의 옥고를 집필하시고 발표해주시며 토론을 해주실 여러 교수님들에게 심심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