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이야기/수사모

경허.수월.만공스님 수행처 염궁선원 다시 연다

淸潭 2008. 1. 12. 18:21

경허.수월.만공스님 수행처 염궁선원 다시 연다

올 하안거 수좌 방부 받아

 

경허.수월.혜월.만공 스님 등 근현대 한국불교 중흥을 이룬 선지식들이 용맹정진했던 천장암 염궁선원이 다시 문을 연다. 서산시 고북면 연암산에 자리한 천장암의 주지 선본스님은 “사찰 불사 때문에 불가피하게 문을 닫았던 염궁선원이 올 여름 안거부터 수좌들의 방부를 받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염궁선원(念弓禪院)이란 이름은 경허스님이 동학사에서 정진후 1880년대 천장암에 머물며 남긴 ‘염궁문(念弓門)’이란 친필에서 유래한다. “생각의 화살을 쏘는 문”이란 뜻의 염궁문은 번뇌 망상을 화살에 실어 날려 보낸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본래 지닌 청정한 마음 자리를 찾아 일대사를 이루려는 납자들의 정진을 독려한 말이다.

 

천장암은 선풍을 진작시켜 법향을 전해온 선지식들이 불법과 인연 맺은 의미 깊은 도량이다. 경허스님이 오도송을 노래한 것은 물론 수월.혜월.만공스님이 은사의 지도를 받으며 수행 정진한 곳이다. 수월스님이 물레방아를 돌리며 깨달음을 성취했던 곳도 천장암이다. 1904년 경허스님이 북녘으로 떠나면서 만공스님에게 전법게를 준 곳이기도 하다. 경허스님이 주석한지 120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지만, 지금도 경허스님이 ‘벌거숭이 법문’을 하던 법당과 선지식들이 머물던 한 평도 채 안 되는 방이 잘 보존되어 있다.

 

<사진설명> 염궁문 글씨. 경허스님이 1880년대 천장암에 머물며 쓴 친필이다. 아래는 천장암 전경. 쪽문이 보이는 방이 경허, 만공스님이 정진했던 곳이다.

 

 

근현대 한국불교 선맥(禪脈)의 근원이라는 상징적인 의미 때문에 천장암에서 정진하려는 수좌들의 걸음이 끊이지 않았다. 주지 선본스님은 “지난 2003년경 정식 선원으로 문을 열었는데, 2005년 동안거 이후 2년간 방부를 받지 못했다”면서 “불사를 했지만, 선지식들의 숨결이 배어있는 법당과 요사채 등은 일체 손 대지 않았다”고 말했다.

 

천장암은 덕숭총림 수덕사까지 오솔길을 통해 연결되어 있다. 산길을 따라 걸으면 2시간 정도 소요된다. 덕숭총림 수덕사 방장 원담스님은 “만공스님의 심부름으로 수덕사와 천장암 산기를 오간 적이 있다”고 말한바 있다.

 

다른 사찰에 비해 초라한 느낌마저 드는 천장암이지만, 오히려 빈곤했던 시기에 오직 불법(佛法)을 배워 익혀 ‘나를 발견’하고 ‘남을 구제’하려 했던 스님들의 치열함을 느낄 수 있다.

법당 오른쪽 대각선 방향에 위치한 염궁선원은 그리 큰 건물은 아니다. 6명 정도의 수좌들이 정진하기에 적당하다. 주지 선본스님은 “비록 장소도 협소하고 사찰 재정이 풍부하지는 않지만, 수좌들이 정진하는데 어려움이 없도록 최선을 다해 외호할 것”이라면서 “많은 큰스님들이 정진했던 수행의 향기가 흠뻑 배어 있는 천장암에서 제2의 경허 만공스님이 배출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서산=이성수 기자 soolee@ibulgyo.com

이시영 충남지사장 lsy@ibulgyo.com

 

[불교신문 2392호/ 1월12일자]

2008-01-08 오후 9:42:31 /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