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실/우리의옛것

`어명이오~ 금강송 베시오`

淸潭 2007. 11. 30. 08:52
사적 제117호 광화문 복원에 쓰도록 하라 `어명이오~ 금강송 베시오` 
150년생 금강소나무 벌목 … 위령제도 지내
경복궁 광화문 복원에 사용될 금강소나무 벌채 행사가 29일 강릉시 성산면 보광리 대관령 기슭에서 열렸다. 나무를 베기 전 벌채 대상 중 직경이 가장 큰 소나무(下) 앞에서 위령제를 지내 산신령과 나무의 영혼을 달랬다. 사진 오른쪽부터 김용하 동부지방산림청장, 유홍준 문화재청장, 서승진 산림청장. [강릉=연합뉴스]
"어명이오!"

29일 오전 강원도 강릉시 보광리 백두대간 곤신봉. 해발 700m의 이곳에서 산림청 강릉사무소장 관계자들이 "어명이오!"를 세 번 외치며 자귀(손도끼)로 소나무 밑동을 쳐 껍질을 벗겼다. 직경 94㎝, 높이 20m로 곧게 자란 명품 소나무 금강송(金剛松)이다. 수령은 150년으로 추정된다. 이렇게 드러난 소나무의 속살에 김용하 산림청 동부지방관리소장이 또다시 "어명이오!"를 세 번 외치며 '山(산)'이라는 극인(표지)을 찍었다.

산림청에서 공급하는 나무라는 의미다. 이어 "명(命)! 본 금강송은 대한민국 사적 제117호 경복궁 광화문 복원 역사에 쓰임을 명함"이라는 교서를 낭독했다.

2009년까지 복원되는 광화문에 쓰일 금강송을 베는 자리다. 경복궁 복원사업을 맡고 있는 신응수 대목장의 지휘로 톱질이 시작됐다. 10여 분의 톱질 끝에 150년이나 된 소나무가 한순간에 넘어갔다. 곧이어 다듬어져 산림청의 산불 진화용 헬기로 지상까지 운송됐다. 길이 닦인 곳이 아니라 운반 차량이 진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번에 강릉과 양양의 산림청 국유림에서 광화문 복원용으로 선정된 소나무는 26그루. 모두 성인의 가슴 높이 직경 50~90㎝ 이상, 수령은 80~250년에 달한다. 하늘로 곧게 뻗어 있어야 중요 건축물의 기둥으로 쓰일 수 있다. 100년 넘은 소나무엔 산신이 깃든다는 옛 속설에 따라 나무는 귀하게 다뤄졌다. 가장 큰 나무 앞에 제사상을 차리고 유네스코 세계무형유산인 강릉 단오제를 지냈다. 서승진 산림청장은 "곱게 키운 딸 좋은 데 시집 보내는 기분"이라며 "이번에 베어진 금강송은 정부 공급가로 800만원쯤 한다"고 말했다.

'살아서 천 년, 죽어서 천 년을 간다'는 소리를 듣는 금강송이다. 강원도에선 베어졌지만 광화문에서 다시 되살아난다. 광화문 복원은 쓸 만한 나무를 확보하면서 본격 시작된 셈이다. 문화재청은 그간 소나무를 구하는 데 애를 먹었다. 당초 문화재청 소유인 강원도 삼척 준경묘 일대 국유림의 소나무를 쓸 계획이었다. 준경묘는 조선 태조 이성계의 5대조 이양무의 묘다. 전주 이씨 문중과 지역 주민, 환경단체는 준경묘 송림을 보존해야 한다며 반대했다. 이에 문화재청은 2005년 문화재용 목재 공급 협약을 맺은 산림청과 올 3월부터 전국 국유림에서 쓸 만한 소나무를 찾아 헤맸다. 10월 남북 정상회담 때는 특별수행단 간담회에서 백두산 소나무 사용이 거론되기도 했지만, 이후 북측의 미온적 반응으로 추진이 어렵게 됐다.

소나무는 올 겨울에 베어 건조해둬야 2009년 완공에 맞출 수 있다. 광화문 복원을 위해서는 5t 트럭 100대분의 나무가 필요하다. 이번에 베어진 26그루는 특히 광화문의 기둥이나 대들보 등 주요 부재로 쓰인다.


◆금강송=소나무는 모양과 특성에 따라 '강송'(剛松.줄기가 바르고 결이 곧음), '반송'(盤松.줄기가 몇 개씩 올라오고 모양이 원추형으로 퍼짐), '처진 소나무'(가지가 밑으로 처짐) 등으로 나뉜다. 태백산맥 줄기를 타고 많이 자라는 강송은 금강송의 준말이다. 금강산에서 많이 나와 금강송이라고 한다. 경북 봉화군 춘양면에서 나는 것은 춘양목으로 부른다. 금강송은 다른 종류의 소나무보다 재질이 단단하고 수직으로 곧게 뻗어 국내 최고의 목재로 꼽힌다.


강릉=권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