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정병국 의원은 2일 보도자료를 통해 "KBS 정연주(사진) 사장의 (미국에 살던)장남이 삼성에서 미국 학생을 대상으로 채용하는 프로그램에 응모했고, 현재 국내 삼성전자에 근무하고 있다"며 "미국에 살겠다면서 병역 의무까지 피한 사람이 국내로 들어와 대기업에서 일하는 건 의무는 다하지 않고 특권만 누리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 의원은 정 사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정 사장의 장남은 2005년 국정감사 때 한나라당 의원들로부터 "정 사장과 두 아들 등 3부자가 모두 병역을 면제 받았다"는 논란이 제기됐던 인물. 두 아들은 미국 영주권자임을 내세워 1990년대 병역을 면제 받았다.
정 사장은 2002년 한겨레신문 논설주간 시절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의 두 아들 병역면제를 두고
"현역 3년을 꼬박 때우는 힘없고 '빽' 없는 자식들은 어둠의 자식,
방위로 때우는 사람은 장군의 아들,
면제자는 신의 아들이라고 부른다"
는 글을 쓴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됐다.
정 사장은 당시 국감에서 "아이들이 (미국에서)뿌리를 뽑아 다시 움직인다는 게 불가능하단 걸 알았다. 두 아이는 미국 시민권을 갖는 결과가 되었고, 저는 두 아이를 늘 그리워하며 살고 있다"고 답했었다.
정병국 의원은 "정 사장의 국감 답변은 결국 거짓이었다"며 "정 사장은 노블레스 오블리주(지도층의 도덕적 의무)를 바라는 국민에게 또 한 번 실망감을 줬다"고 말했다.
네티즌의 질타도 이어지고 있다. 한 네티즌(parkjh0616)은 "정 사장의 아들이 32세에 한국에 들어와 회사에 다니고 있다면 이는 병역 회피라고밖에 볼 수 없다"며 "뿌리를 뽑아 다시 옮길 수 없어 영주권을 얻었다는 장남이 익숙지 않은 한국 기업에서 어떻게 조직생활을 견디는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KBS 관계자는 이에 대해 "정 사장의 장남은 미국 시민권자로 2005년 7월 미국 현지에서 삼성 채용시험에 합격, 현지의 삼성전자 해외영업부에서 근무해 왔다"며 "3월부터 한국에서 근무하게 된 것은 삼성전자의 인사명령에 따른 것"이라고 해명했다.
KBS 노동조합의 조봉호 사무처장은 "이와 관련해 노조의 공식 입장을 밝힐 계획은 없다"며 "다만 사측과 공정 방송 등에 대한 논의 때 부수적 안건으로 다룰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정애.김원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