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조계종 일부 사찰과 승려들의 잇단 비리는 청정한 승가공동체로서의 본분사를 포기한 것으로, 조계종단의 일대 쇄신을 위한 관련자들의 결단을 촉구한다.”
대한불교청년회,
보리,
불교환경연대,
실천불교전국승가회,
우리는 선우,
참여불교재가연대,
한국대학생불교연합회 등
교계 출·재가단체들은 9월 3일 기자회견을 열고 종단의 위상을 실추시키는 일련의 사태와 관련, 관련자들의 발로참회와 종단 사법기관의 엄정하고도 단호한 종법 집행을 촉구했다.
출재가 단체들은 “불가의 전통은 참회에 앞서 허물을 스스로 드러내 참회하는 것이 우선이다”며
“신정아 학력위조 사건 및 배후 의혹,
제주 관음사 인수과정에서의 폭력 충돌,
백담사 시주금 횡령의혹,
봉선사 말사 주지 임명 시 금품수수 의혹,
마곡사 주지 국고보조금 횡령 및 배임,
통도사 국고보조금 횡령 의혹 등
연이은 비리 사건들의 언론 보도로 불교의 이미지는 땅에 떨어지고 있음에도 총무원은 물론 책임 있는 당사자 누구도 참회 발언조차 하지 않고 있는데 대해 불자들은 심한 자괴감을 느끼고 있다”고 토로했다.
학위를 위조한 신정아를 교수로 임용한 것과 관련, 동국대 이사장의 즉각 사퇴 및 이사 스님들의 공개 참회, 명백한 진상 조사 등을 촉구했다. 출·재가 단체들은 “광주비엔날레는 이미 이사 전원이 사퇴하는 등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음에도 어찌된 영문인지 ‘벼슬’을 ‘닭 벼슬’처럼 여긴다는 출가 수행자들에게서는 그런 모습을 찾아 볼 수가 없다”며 “동국대 이사회의 대국민 사과와 이사장의 즉각 사퇴, 학사지원본부장 등 핵심 교직원 엄중 처벌은 물론 장윤 스님도 즉각 검찰의 소환에 응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함께 동국대 이사회 장악을 위한 정쟁을 즉각 중단하고 개방이사제의 근본 취지에 부합되는 인물을 선정할 것을 요구했다. 재가연대 등은 “종립대학의 위상이 땅에 떨어져 수습할 방도를 찾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도 모자랄 판에, 후임 이사 선출을 둘러싸고 이사회 장악을 위해 계파(종책 모임) 간 알력이 현실화되고 학교가 종권 다툼의 장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해 있다”며 “개방이사제의 근본 취지가 훼손된다면 우리 단체들은 적절한 수단을 강구,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들은 이어 “교구본사의 잇따른 비리연루 의혹과 사건에도 종단의 사법기관이 어떠한 징계조치도 내리지 않아 종법질서의 존재 의미를 스스로 무력화 시키고 있다”며 “이제 그 누가 자정능력을 상실된 현재의 종단을 추켜세울 것인지 부처님 전에 묻고 싶은 심정이라”고 종단 사법기관의 엄정한 종법집행을 거듭 청원했다.
출·재가단체들은 한발 더 나아가 ‘교단청정위원회’ 등 상설적 자정기구의 설립을 통해 종단 내 비리 발생의 근원적 요소를 원천적으로 차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종단 내외의 온갖 비리의 근원은 종단이 사부대중의 공의에 의해 운영되지 못하고 문중과 계파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소수 권력 지향적 스님들에 의해 좌우되기 때문”이라고 밝힌 이들은 “이제라도 종단이 교단청정위원회 구성에 대해 전향적인 자세로 검토해 추진할 것을 거듭 촉구한다”며 “대중의 광범위한 참여가 가능한 교단청정위원회 구성은 승가의 공동체성과 청정성을 회복하는 근본적인 길임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불교환경연대 상임대표 수경 스님은 “결국 문제해결을 위한 개혁의 실제는 출가수행자들이 초심으로 돌아가 공심으로 일하는 것”이라며 “출가할 때의 그 마음을 되새기지 않는다면 종단은 더 큰 나락으로 치닫게 될 것임을 경고하면서 종단의 일원으로서 먼저 발로 참회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출·재가단체들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향후 문제해결을 위한 구체적 활동 계획이나 △근본적 문제해결을 위한 불교계의 해법 △종단의 반응 및 단체의 영향력 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교단청정위원회 구성’만을 해법으로 제시, 아쉬움을 남겼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한 기자는 “올해에만 동일한 내용으로 이번까지 벌써 세 차례나 교단 자정을 위한 청정위원회 구성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지만 요구가 관철될 수 있도록 구체적인 노력도 기울이지 않은 채 기회가 생길 때마다 불만만을 토로하는 일회성 회견으로 그치고 있다”고 씁쓸해 했다.
김현태 기자 meopit@beopbo.com
916호 [2007-09-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