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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의 생각

淸潭 2007. 8. 20. 18:21
 
길 위에서의 생각
 
 
집이 없는 자는 집을 그리워하고
 
        집이 있는자는 빈 들녘의 바람을 그리워한다
 
 
        나 집을 떠나 길 위에 서서 생각하니
 
        삶에서 잃은 것도 없고 얻은 것도 없다
 
 
        모든 것들이 빈 들녘의 바람처럼
 
        세월을 몰고 다만 멀어져갔다
 
 
        어떤자는 울면서 웃을 날을 그리워하고
 
        웃는자는 또 웃음 끝에 다가올 울음을 두려워한다
 
 
        나 길가에 피어난 풀에게 묻는다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았으며
 
        또 무엇을 위해 살지 않았는가를
 
 
        살아있는 자는 죽을 것을 염려하고
 
        죽어가는 자는 더 살지 못했음을 아쉬워한다
 
 
        자유가 없는 자는 자유를 그리워하고
 
        어떤 나그네는 자유에 지쳐 길에서 쓰러진다
 
            
                                        -류시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