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에게 헤살놓는 자는
언제나 여러분 자신입니다.
왜냐하면 사물을 마주하는
여러분의 태도가 잘못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먼저 여러분 자신을 버리십시오.
정말로, 여러분 자신에게서 벗어나지 않으면,
여러분이 어디로 달아나든지,
거기에는 여러분을 가로막는 헤살꾼이 버티고 서서
여러분을 불안하게 할 것입니다.
♥
마이스터 에크하르트
장자의 빈 배 이야기를
떠올리게 하는 기막힌 경구입니다.
빈 배 이야기는 시남자라는 사람이
노나라 임금에게 충고로 준 이야기입니다.
"어떤 사람이 배로 강을 건너는데,
빈 배 하나가 떠내려오다가 그 배에 부딪쳤다.
그 사람 성질이 급한 사람이지만
화를 내지 않았다.
그런데
떠내려오던 배에
사람이 타고 있으면
당장 소리치며
비켜가지 못하겠느냐고 한다.
한 번 소리쳐서 듣지 않으면 다시 소리치고,
그래도 듣지 않으면 결국 세 번째 소리치는데,
그 땐 욕설이 따르게 마련이다.
처음에는 화를 내지 않다가
지금 와서 화를 내는 것은,
처음엔 배가 비어 있었고,
지금은 배가 채워져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모두 자기를 비우고
인생의 강을 흘러간다면
누가 능히 그를 해하겠는가?"
자기를 여읜 사람의 자리는
언제나 바른 자리이며,
그런 사람은 거리에 있든,
교회 안에 있든, 군중 속에 있든,
외딴 곳에 있든, 수도원 안에 있든,
실로 바른 자리에 있게 마련임을
일깨우는 이야기입니다.
일을 대하거나
사람을 만나거나
사물을 마주할 때,
부대낌을 경험하는 것은,
우리가 아직도 자기를
여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닐런지요?
자기가 버젓이 살아서 고개를
들고 있을 때에는 하는 일마다
장애 아닌 것이 없었음을 알겠습니다.
"나를 따르려는 사람은
누구든지 자기를 버려야 한다."고 하신
예수님의 말씀을 마음 깊이 묵상합니다.
자기를 드러내고,
완력을 동원해서
뚫고 나가려 했던
저의 지난 모습을 돌아봅니다.
이 밤에, 예수님처럼
자기를 버리고 살아야 함을
다시 마음자리에 새깁니다.
자기를 여의고 비워서,
앞길 막아서는 헤살꾼이
없게 하는 것이
삶의 참된 지혜임을 깨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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