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도 농민도 객장으로… 주식투자에 사로잡힌 한국
경기 수원시에 사는 회사원 한우경(가명·34) 씨는 최근 은행에서 아파트 중도금을 대출받으면서 필요한 돈 2억 원 외에 추가로 5000만 원을 더 빌렸다. 그는 “주가가 급등하면서 몇 달 만에 30∼40%씩 수익을 낸다는 얘기를 들으니 이대로 있어서는 안 될 것 같아 주식 투자를 하기 위해 일단 돈부터 빌렸다”고 말했다.
최근 주가가 계속 급등하면서 직장에서도, 친구나 가족 모임에서도 주식 이야기가 자주 화제가 된다. 뒤늦게라도 ‘증시 상승 열차’에 탑승하기 위해 은행 정기예금을 해지하거나 대출을 받아 주식 투자에 나서는 사람이 늘고 있다. 그러나 ‘묻지 마 투자’의 후유증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 토지보상금 들고… 뭉칫돈 속속 유입
개인 투자자들은 주로 홈트레이딩시스템(HTS)으로 주식 거래를 하기 때문에 평소 증권사 객장은 썰렁한 편이었다. 하지만 최근 주식 투자나 펀드 상담을 위해 객장을 찾는 주부와 중장년층이 늘면서 객장은 다시 붐비기 시작했다.
대우증권 동수원지점 김선만 지점장은 “요즘 객장에 상주하는 고객은 40∼50명으로 지난해의 2배를 넘는다”며 “매주 여는 투자 설명회도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다른 증권회사 직원은 “생전 처음으로 객장에 나왔다는 주부들을 심심치 않게 만난다”고 귀띔했다.
투자 성향이 보수적으로 알려진 농촌에서도 주식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대신증권 나주지점 전재현 부지점장은 “나주 혁신도시가 들어설 전남 나주시 금천면과 산포면 일대 농민들이 투자 상담을 많이 해 오고 있다”며 “토지 보상금으로 농지를 구입하는 대신 주식에 투자하려는 고객이 많다”고 말했다.
뭉칫돈의 증시 유입도 본격화되고 있다. 한국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1회 1억 원 이상 주문 건수는 하루 평균 1만4615건으로 1월(4390건)보다 3.3배로 늘었다.
○ 주문 건수 58%가 개인주문
펀드 등 간접투자가 주가를 떠받치는 상황이지만 주가가 급등하면서 펀드 수익률에 만족하지 못하고 주식이나 파생상품에 직접 투자하는 ‘개미’(개인 소액 투자자)도 늘고 있다.
회사원 김모(30·여) 씨는 코스피지수가 1,500을 넘은 4월에 보유하고 있던 펀드를 환매하고 직접 투자에 나섰다. 그는 “10개 종목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투자하고 있다”며 “이익을 내기는 했지만 가지고 있던 펀드 수익률에는 못 미쳐 고민”이라고 말했다.
이달 하루 평균 주식 주문 건수 223만3000건 가운데 개인의 주문은 131만1000건으로 58.7%. 올 1월 개인 주문 비중이 전체의 40.0%였던 데 비하면 18.7%포인트나 높아졌다. 빚을 내서 주식을 사는 신용융자 잔액도 부쩍 늘었다. 5월 말 4조8600억 원대이던 신용융자 잔액은 1개월 만인 지난달 말 6조6400억 원대로 크게 증가했다.
○ 자칫 ‘상투’ 잡을 수도
투자시기를 놓쳤거나 선택을 잘못해 속을 끓이는 사람도 적지 않다.
올 1월 만기가 된 예금 4000만 원을 ‘안전한’ 은행에 넣은 회사원 송모(30·여) 씨는 “주가가 오른 걸 보니 선택을 잘못했다는 생각에 마음이 무겁다”고 말했다.
대우증권 도곡동지점 김종태 지점장은 “코스피지수 1,500에서 펀드를 환매한 고객이 많다”며 “미리 환매해 버린 것을 후회하지만 다시 투자하려고 해도 주가가 너무 올라 섣불리 나서지 못하는 모습”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증시 분위기 때문에 ‘묻지 마 투자’를 하다가는 자칫 ‘상투’를 잡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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