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이야기/인곡당(법장스님)

한 잔의 차로 韓·中이 다시 만나다

淸潭 2007. 5. 7. 22:20
 

한 잔의 차로 한·중이 다시 만나다

 

대담 : 淨慧(河北省 柏林寺·四祖寺 방장)
법장(조계종 총무원장)

 

난 21일 중국 백림선사(柏林禪寺) 방장이며 사조사 방장인 정혜(淨慧) 스님 방한을 계기로 정혜스님과 조계종 총무원장 법장스님이 만나 한중 양국의 다선일미 정신의 계승 발전을 위해 진지한 대담을 가졌다.

 

정혜 스님과 법장 스님은 지난 22일 조계종 총무원에서 자연스럽게 다선일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 자리에는 명원문화재단 김의정 이사장이 배석했는데, 법장 스님은 잊혀진 차문화를 새롭게 발견해서 모든 국민에게 비전을 제시한 명원 선생의 다도 정신을 높이 평가했다. 또한 차가 문화의 중심에 서기까지 노력해 온 차문화계의 노고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따라서 우리 차문화의 중심에 서게 된 다선일미는 차와 선을 하나로 이어주는 징검다리였다고 말했다. 선풍을 이어가고 있는 두 나라 선승의 눈에 비친 다선일미의 세계를 본다.

 

법장 : 우리 불교는 차와 떨어질 수 없는 관계입니다. 그러기에 차와 불교는 하나이지요. 그래서 옛부터 선다일미라고 말할 수 있지요.

정혜 : ‘차나 한잔 드시게’란 말은 원래 1200년 전 당나라 시기 조주 선사에 의해 시작된 화두인데, 차와 선이 하나에서 출발했습니다. 그 뒤 원오극근 선사가 다선일미를 언급한 이후 선과 차는 마치 그림자처럼 뗄 수 없는 관계가 되었지요.

 

법장 : 선다가 둘이 아닌 것과 마찬가지로 한국 불교와 중국 불교는 하나입니다. 저 역시 중국과 실질적 교류를 희망하고 또 더불어서 중국에도 한국 불교 선다에 대해 적극적인 홍보를 해서 불교와 더불어서 차문화가 꽃 피울 수 있도록 다함께 노력하는 계기로 삼았으면 좋겠습니다.

정혜 : 한국과의 인연은 2001년 10월 19일 한중 양국이 뜻을 모아 조주탑 앞에 ‘조주선차기념비’를 세운 것이 계기가 되었습니다. 비명에는 이런 말이 나와 있지요. “한중은 한 뿌리이니 예로부터 한 집안이며 선풍을 함께 하니 법맥 또한 서로 전함이라”고 기록했지요. 또한 조주 선사와 신라 구산선문 중 사자산문을 연 철감도윤 선사가 법형제간으로 다선일미 정신이 신라로 이어진 것을 통해 확실히 한국 불교는 중국 불교와 매우 인연이 깊다고 생각합니다.

 

정혜스님이 법정 스님에게 끽다거와 조주기념탐이 새겨진 찻잔을 설명하고 있다

 

법장 : 한국의 다선일미는 신라 구산선문을 소급하여 신라, 고려를 거쳐 조선시대 초의 선사에 의해 활짝 꽃을 피웠습니다. 중국에 다선일미가 있듯이 한국에는 ‘명선(名禪)’이 있지요. 명선의 탄생 배경은 이러합니다. 추사가 제주도에 귀양을 갔을 때 초의는 다섯 번이나 직접 찾아가 추사와 같이 지내며 차나무도 심고 함께 참선을 하며 우정을 나누기도 했습니다. 이에 답례로 추사는 초의 선사에게 ‘명선(名禪)’ 이란 두 글자를 써서 보냅니다. 당시 추사는 초의 스님을 통해 선학을 정립하기에 이르렀고 초의를 통해 선다일미 사상에 눈뜨게 됩니다. 추사는 명선 이외에도 ‘차삼매(茶三昧)’와 ‘전다삼매(煎茶三昧)’ 등 선적인 표현을 많이 했었지요. 따라서 중국의 다선일미를 추사는 한국식으로 명선으로 이끌어냈지요.

 

정혜 : 선다일미란 송나라 때 원오극근 선사가 언급한 이후에 선과 차는 마치 그림자처럼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되었지요. 전해오는 말 중 『신선소각사지』의 기록에 의하면 선다일미에 대해 이런 고사가 있지요. 일본인 무라다쥬코우(村田珠光・1442~1502)가 중국에 와서 원오극근 선사를 참배한 뒤 다선일미란 묵보(墨寶)를 증송 받습니다. 무라다쥬코우가 일본으로 귀국할 때 태풍을 만났는데 그때 대나무통에 다선일미란 묵보를 넣고 밀봉했는데 물에 떠내려 가다가 일본 본국의 강변에서 일휴 스님이 주웠습니다. 그 다선일미란 묵보가 나라의 대덕사에 보관되다 나중에 일본 국보가 되었지요.

 

법장 : 차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모두가 아름답고 마음이 곱다는 것입니다. 마음이 곱고 모양이 아름답다는 것은 곧 건강하기 때문입니다. 마음과 몸이 건강하다는 것은 또한 정신이 건강하다는 것이지요. 정신이 건강하면 가정이 건강하고 가정이 건강하면 사회가 그리고 국가가 건강해집니다. 그러기에 우리가 찻상을 대한다는 것은 선인(仙人)과 같이 신선과 같은 삶이 거기에 배어있고 우러나오는 것입니다. 그래서 차를 즐기는 것은 참선을 하는 것이며 따라서 자세가 그와 같고 맑아지는 마음이 그와 같다 하여 다선일미 또는 다선일여(茶禪一如) 라고 합니다.

위) 조계종 총무원장실에서 대담중인 정혜 스님과 법정 스님, 배석한 김의정 명원문화 재단이사장. 아래) 정혜 스님에게 팔만대장경 목판을 선물하는 법장 스님.

 

정혜 : 우리가 살아감에 있어서 현존하는 한 생각은 중생이 될 수도 있고 부처와 조사가 될 수도 있습니다. 불성은 우리의 진정한 자아이며 우리의 귀의처로써 선종에서는 무위진인(無位眞人)이라고 하며 우리의 본래 면목이라고도 합니다. 다선일미의 경지에서는 그런 경지를 평상심의 도라고 하지요. 조주 선사는 모든 사물을 직관할 때 ‘차나 한잔 드시게(喫茶去)’로 정의를 내렸지요. 1200년 전 조주 선사가 말한 ‘다선일미’라는 그 선어 속에 평상심의 도가 차 한잔에 녹아 있기에 다선일미는 더욱 빛나는 것입니다.

 

법장 : 잊혀진 차문화를 새롭게 발현해서 모든 국민에게 비전을 제시해 준 우리 차문화계의 숨은 노고에 감사를 드립니다. 따라서 우리 차문화는 정신문화의 한축으로 불교문화와 더불어 많은 발전을 가져올 것을 기대합니다.

 

중 양국의 지도자에게 듣는 다선일미(茶禪一味)는 한국 차문화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해 주었다. 조계종 총무원장 법장스님은 덕숭산 가풍을 이어가고 있는 선승이요, 중국의 백림선사, 사조사 방장인 정혜화상은 문화대혁명 시기 존폐위기에 놓였던 중국 불교를 살린 허운대사의 전법제자로서 운문종 13세종풍을 이어 끽다거로 천하의 대중을 제접한 조주종심선사의 끽다거의 고향 백림선사에서 각오인생과 봉헌인생을 통해 생활선을 차 한잔으로 이끌어낸 선승이다. 한중 불교지도자의 눈에 비친 다선일미론은 마치 흐르는 물처럼 만년토록 이어갈 것임을 확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