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학의 역사에는 커다란 두 개의 분기점이 있다.
하나는 1961년 개발된 여성 피임약. 20세기 최고의 발명품으로 일컫는 피임약은 여성의 성 해방을 의미하기도 했다. 또 하나는 1998년 등장한 비아그라다. 발기부전(ED. Erectile Dysfunctions)으로 성생활을 포기했던 수많은 남성에겐 복음이었다.
그로부터 10년. ED 치료제는 바야흐로 춘추전국시대다. 다국적 제약사가 주도하던 시장에 국내 제약사들이 참여하면서 다양한 약제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춘추전국 시대=그동안 ED 치료제는 비아그라(화이자).시알리스(릴리).레비트라(바이엘) 등 3개 제품이 독점했다. 토종 브랜드는 2005년 동아제약의 자이데나가 첫 작품. 자이데나는 1년 만에 100억원 매출을 올려 ED 치료제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전체 시장규모는 1000억여원.
여기에 종근당이 올해 바이엘과 공동마케팅을 펼치며 '야일라'라는 상품을 출시했다. 다국적 제약사가 영업력 기반이 탄탄한 국내 제약사와 협력, '2중 브랜드' 마케팅 방식을 펼치고 있는 것.
SK케미칼은 '미로데라필' 성분의 치료제(엠빅스)를 올해 안에 출시할 예정이고, 중외제약은 일본 제약사가 개발한 아바나필 성분의 임상시험을 진행 중에 있어 멀지않아 7파전이 예상된다.
야일라는 발음상 '야, 일어나'를 연상케 하지만 실은 크리미아 반도에 위치한 울창한 산의 이름이다. 자이데나는 '잘 되나' 의 은유적 표현과 의미가 비슷해 작명 경쟁도 치열한 상황이다.
◆발기는 오케스트라=서곡은 뇌에서 시작한다. 오감에 흥분한 뇌가 발기 중추에 신호를 보내고, 그 결과 흥분 유도물질인 산화질소(NO)가 분비된다. 음경 신경말단 등에서 나오는 NO는 음경해면체를 이완시키는 cGMP 분비를 촉진한다. 수세미처럼 생긴 음경해면체가 부풀려지면서 이곳으로 혈액이 유입돼 발기가 완성되는 것이다.
가까스로 살린 불꽃이 사라지는 것은 PDE5라는 효소 때문. 서울아산병원 비뇨기과 안태영 교수는 "여러 원인에 의해 이 효소가 작동하면 cGMP의 활동이 억제된다"며 "먹는 ED 치료제는 바로 PDE5 효소를 차단, 발기능력을 강화.유지하게 도와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나온 ED 치료제는 원리는 같지만 작용기전은 조금씩 다르다.<표 참조> 합성물의 화학구조식에 차이가 있기 때문. 따라서 개인에 맞는 치료제를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고대안암병원 비뇨기과 김제종 교수는 "임상에서 경험하는 ED 치료제 효과는 60% 정도 된다"며 "환자의 성생활 패턴, 성 능력 정도, 발기 양상 등을 평가해 치료제를 선택해야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강력한 효능을 기대=ED 치료는 정확한 평가가 관건이다. 국제발기능력점수표(IIEF)로 경증에서 중증까지 분류하고, 동반질환 여부, 심리적인 문제, 환자의 치료제 선호도를 참고한다.
예컨대 경증에는 비아그라를, 젊거나 주말부부는 시알리스, 당뇨병이나 척수환자와 같이 기존 ED치료제로 만족하지 못한 사람은 야일라(레비트라)를 권하는 식이다. 특히 최근 급증하고 있는 것이 성인병에 의한 ED 환자.
안 교수는 "동물실험에서 적은 용량으로 동등한 약효를 보인 것이 발데나필 성분"이라며 "당뇨병.고지혈증 등 중증 ED에 선택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야일라(레비트라)의 임상 3상 연구결과에선 발기능력이 위약 환자 28%에 비해 85%까지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임상시험엔 우울증.당뇨.고혈압.전립선 비대증 등 다양한 질환자가 참여했다. 특히 2004년 영국비뇨기학회지 BJU에 따르면 실데나필(비아그라) 성분에 반응이 없던 남성환자 463명 중 61.8%가 발데나필(야일라.레비트라) 복용 후 발기력을 개선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종관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