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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둥이 다라니경’…또 하나의 ‘두루마리 유물’ 발견

淸潭 2007. 3. 26. 11:33

쌍둥이 다라니경’…또 하나의 ‘두루마리 유물’ 발견

 


동국대 개교80주년기념사업회가 펴낸 ‘무구정광대다라니경 영인 및 해설’에 발견 당시의 다라니경으로 소개된 사진. 박지선 용인대 문화재보존학과 교수는 25일 “이 유물은 별개의 두루마리로, 또 하나의 다라니경일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사진 제공 박지선 교수

세계 최고(最古) 목판 인쇄물인 국보 제126호 무구정광대다라니경(8세기 전반 제작)과 형태가 같은 또 하나의 두루마리 유물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1966년 경주 불국사 석가탑에서 다라니경과 함께 발견된 유물이지만 그동안 존재가 드러나지 않아 학계에서 연구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종이류 문화재 보존처리 전문가인 박지선 용인대 문화재보존학과 교수는 “1989년 국립중앙박물관의 석가탑 내 발견 유물 보존처리에 참여했을 때 비단에 싸인 채 실로 겹겹이 묶여 있는 두루마리를 확인했다”면서 “모양과 크기가 국보 126호와 똑같았다”고 25일 밝혔다.

 

최근 공개된 석가탑 중수기(重修記·수리 내용을 적은 글·1024년)의 판독 결과, 탑을 세울 때 두 점의 다라니경을 안치한 것으로 밝혀짐에 따라 이 두루마리가 8세기 유물일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박 교수는 “국보 126호보다 온전한 형태로 남아 있었다”며 “또 하나의 다라니경일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중수기를 해독한 안승준 한국학중앙연구원 전문위원은 “기록상으로 다라니경 목판인쇄본이나 죽간본이 하나 더 있는 것이 확실하며 정황으로 보아 1966년 다라니경과 함께 발견됐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 유물에 대한 연구가 진행돼 8세기의 목판 인쇄물로 밝혀질 경우 우리나라는 또 하나의 세계 최고 목판 인쇄본을 갖게 된다. 1966년 발견 이후 이 두루마리가 41년 동안 국립중앙박물관 수장고 안에서 ‘숨겨진 유물’로 남은 것은 발견 당시 연구자들의 주목을 받지 못한 데다 보존처리가 시작된 1989년까지도 유물 발견 정황에 대한 정보가 극히 부족했기 때문. 석가탑 유물 보존처리 보고서에도 사진만 실려 있을 뿐 아무런 설명이 없었다.

 

1989년 보존처리 작업에 참여했던 한 연구자는 “기나긴 세월을 거치면서 두루마리가 한 덩어리로 굳어 있어 당시 접근 자체가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유물의 존재 자체가 알려지지 않아 이를 국보 126호의 원모습으로 잘못 소개한 논문들도 있었다. 그러나 1966년 당시 문화재 전문위원으로 유물 발견 당시 작업에 참여한 정영호 단국대 박물관장은 “두루마리 사진은 내가 펼친 다라니경이 아니다”고 밝혔다. 한 문화재 연구자는 “일찌감치 중수기를 해독해 다라니경이 두 점 안치된 사실을 알았다면 진작 연구를 본격화했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박 교수는 “직물사와 미술사, 고문서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이 모여 함께 발견된 직물과 지류(紙類), 문헌을 다양한 각도로 연구해야 석가탑 발견 유물 미스터리의 전모를 밝힐 수 있을 것”이라며 “종합적이고 시급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다라니경을 11세기 제작해 넣었다거나 석가탑을 11세기에 부수고 다시 세웠다는 일각의 주장은 여러 자료로 볼 때 근거가 없다는 것이 학계의 정설이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