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조절/당뇨상식및 발병원인

바뀌는 당뇨병 치료

淸潭 2007. 3. 21. 09:44

바뀌는 당뇨병 치료

차근차근 옛말 … 이젠 빨리빨리

지난해 봄 2형(성인병) 당뇨병 환자로 판정된 직장인 오모(38)씨. 진단 당시 그의 식전 혈당은 180㎎/㎗(126 이상이면 당뇨병 환자), 당화혈색소는 8%였다. 오씨의 담당 의사는 "식사 조절, 운동, 체중 감량을 통해 6개월 안에 식전 혈당을 80~120㎎/㎗ 범위 내로, 당화혈색소를 6.5% 이하로 낮추라"고 주문했다. 그는 의사의 충고를 잘 따랐다. 덕분에 3개월 후 그의 식전 혈당은 163, 당화혈색소는 7.5%로 떨어졌다. 내친 김에 혈당.당화혈색소를 정상으로 되돌리기 위해 운동.식사 조절을 계속했지만 6개월 후에 잰 식전 혈당(133).당화혈색소(7.2%)는 여전히 정상 범위 밖이었다.

결과를 놓고 의사와 오씨의 의견이 완전히 갈렸다. 의사는 경구용 혈당강하제(당뇨약)를 처방했다. 이에 오씨는 "너무 일찍 당뇨약을 복용하면 나중에 약에 대한 내성이 생겨 약발이 듣지 않을까 걱정된다"며 맞섰다. 의사는 '조기 강력 치료'를, 오씨는 '단계적 치료'를 주장한 셈이다. 누가 옳을까?

 



◆ 치료 패러다임이 바뀐다=현재 대부분의 의사는 2형 당뇨병 환자의 혈당 조절을 위해 '단계적 치료'를 한다. 우선 운동.식사요법을 시도하고, 이것으로 혈당이 잡히지 않으면 당뇨약을 처방하며, 그래도 부족하면 인슐린을 함께 주사한다. 따라서 운동.식사 요법→한 종류의 당뇨약 복용→당뇨약을 높이는 순서대로 치료가 이뤄진다.<그림 참조>

상계백병원 내과 고경수 과장은 "'단계적 치료'는 식전 혈당.당화혈색소를 목표치까지 낮추는 데 너무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것이 최대 약점"이며, "2형 당뇨병 환자가 높은 혈당에 노출된 시간이 길면 길수록 합병증 발생 위험과 조직 손상 정도가 심해진다"고 설명했다.

◆ 당뇨약은 내성이 없다='단계적 치료'를 선호하는 것은 약에 대한 부정적 인식 때문. 의사는 저혈당 증세가 나타날 것을 우려해, 환자는 장기 복용에 의한 내성을 걱정해 복용을 꺼려했다. 하지만 당뇨약은 항생제와 달리 내성이 생기지 않는다. 평촌성심병원 내과 강준구 교수는 "환자가 계속 복용량을 올리는 것은 약의 내성 때문이 아니라 당뇨병 상태가 악화(췌장에서 인슐린을 분비하는 기능 저하)한 탓"이라고 조언했다. 따라서 당뇨약을 일찍 복용하면 고혈당으로 인한 췌장 기능이 떨어지는 것을 막아 장기적으로 혈당이 더 잘 조절될 수 있다는 것이다.

◆ '초기 강력 진압'이 대세=미국당뇨병학회는 지난해 8월 '단계적 치료' 보다 '초동 진압'을 강조하는 새 지침을 발표했다. 운동.식사요법과 함께 당뇨약을 일찍 복용하는 것이 당뇨병 치료에 효과적이라는 것. 또 한 종류의 당뇨약으로 혈당 조절이 여의치 않으면 서둘러 약의 용량을 높이거나 새 약을 추가할 것을 권했다.

대한당뇨병학회도 '조기 강력 치료'를 지지한다. 초기부터 혈당.당화혈색소를 잡아놓아야 혈당 조절이 쉽고, 합병증 위험도 줄어든다고 봐서다. 조기 병용 요법도 권한다. 인슐린 저항성(몸이 인슐린을 제대로 이용하지 못함)을 개선하는 약과 인슐린 분비를 증가시키는 약 등 효과가 다른 두 약을 함께 복용토록 하는 것.

일산백병원 내과 노정현 교수는 "과거엔 당뇨약을 최대 용량으로 복용해도 혈당이 조절되지 않을 때 인슐린 처방을 내렸다"며 "요즘엔 인슐린 분비가 적은 환자에겐 바로 인슐린 주사와 당뇨약을 함께 처방한다"고 전했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