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문학/책 속의 향기

100년전 독일인의 눈에 비친 조선

淸潭 2007. 3. 10. 10:14
  • 100년전 독일인의 눈에 비친 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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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일인 겐테가 본 신선한 나라 조선, 1901

  • 지그프리트 겐테 지음 | 권영경 옮김 | 책과 함께 | 336쪽 | 1만2000원
  • 1901년 6월, 31살의 독일 기자 지그프리트 겐테가 제물포 항에 내렸다. 그는 반년간 조선을 가로로(제물포→서울→강원도 당고개 금광→금강산), 세로로(서울→제주도→목포) 돌며 ‘쾰른 신문’에 여행기를 연재한 뒤, 모로코로 떠났다가 요절했다.

    이 청년이 바라본 서울은 “눈부시게 하얀 옷과 검은 갓을 쓴 사람들로 가득한” 이국적인 도시다(95쪽). 조선 사람들은 “시끄러운 야간 활동에 별 취미가 없는” 사람들이며(218쪽), 대궐에서는 “구슬픈 피리 소리와 가락 없는 현악기의 단조로운 소리”가 흘러나오고, 황제와 고관은 유럽산 초콜릿과 샴페인으로 축배를 든다(220쪽).

    문장이 간결하고 관찰력이 만만찮다. 때때로 매우 익살스럽다. 미지의 나라를 공정하게 이해하려는 선의(善意)가 역력하다. 제주행 증기선 출발이 연기되자 “황제가 새로운 욕조를 갖고 싶어하면, 블라디보스토크행 증기선이 노선을 변경해 상하이로” 가는 나라가 조선이라고 불평을 하다가도, “조선인은 불결하다”고 잘난척 하는 프랑스 선교사 앞에선 “주제 넘은 인간!”이라고 혀를 찬다(243쪽, 297쪽). 그래도 애국심에 불타는 독자를 자극할 만한 대목이 곳곳에 있다. 개항 이후 “제물포에서 일본인들이 이룬 성과는 가히 기적적”(78쪽)이라고 쓴 부분이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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