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문학/책 속의 향기

인간은 변하지 않았어 100000년 동안

淸潭 2007. 3. 3. 14:45
  • 인간은 변하지 않았어 100000년 동안
  • 인간에 관한 가장 아름다운 이야기
    랑가네 등 지음|박단 옮김|부키|253쪽|1만원
  • 신형준기자 hjshin@chosun.com
  •     300만년, 아니 그 이상되는 인류 역사를 주제로 프랑스 지식인 4명이 펼친 ‘지적 수다’를 정리한 책이다. 프랑스 주간지 ‘렉스프레스’ 편집주간인 D 시모네가 유전학자 A 랑가네, 동굴탐사·보존가 J 클로트, 신석기시대 전공자 J 길래느와 각각 문답 형식으로 나눈 이야기를 엮었다.

    ‘수다’라고 한 이유는 아무래도 이 책이 학술적으로 ‘상세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 것은 아니라는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노라면 수백만년에 걸친 인류의 진화가 경사길을 오르듯 점진적으로 이뤄진 것인지, 아니면 본질적으로는 마치 사다리에 오르듯 특정한 순간에 유전적 급변을 거쳐 이뤄진 것인지, 아니면 그 둘이 뒤섞인 것인지 궁금하기만 하다. 수만년간 지구상에 함께 존재했던 네안데르탈인과 현생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가 적대적이었는지, 아니면 뒤섞여 잘 살았는지 등에 대한 최신 연구 동향도 그리 잘 소개돼 있지는 않다.(사실, 합의된 이론도 아직은 없다.) 시모네와 대담한 세 학자들 사이에도 역사를 바라보는 시각은 조금씩 차이가 있다.

    이 책은 인간이 지난 10만년 동안 근본적으로 변한 것이 없다고 말한다. 때문에 ‘인간(혹은 역사)이 진화(혹은 진보)했다’는 표현에도 그리 달가워하지 않는다. 가장 과격한 편인 길래느는 서기전 1만여년 즈음의 ‘신석기 혁명’, 즉 농업 혁명과 도시 혁명을 통한 인간의 정주(定住)와 국가의 탄생으로 인해 인간은 권력에 예속되고 끊임없는 노동에 시달리게 됐다고 주장한다.

    이 책은 인류가 ‘10만년전의 한 뿌리’에서 출발했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흔히 사람을 구분할 때 쓰는 인종도 환경에 적응하며 생긴 변화일 뿐이라는 것이다. 랑가네는 혈액형 B형의 백인에게 수혈할 수 있는 사람은, ‘A형 백인’이 아니라 ‘B형 흑인’이라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때문에 나와 달리 보이는 ‘남’도 존중하며 공존해야 한다. ‘남’은 다른 문화, 혹은 인간이 아닌 다른 생명, 아니 자연 그 자체일 수도 있다. 1990년대 말에 나온 이 책은 새 천년을 앞두고 지난 세월을 반성하고 성찰하는 분위기가 강했던 당시 지적 흐름을 반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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