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만 ‘인텔리 신도’ 거느린 능인선원의 비밀
눈높이 설법, 유리알 회계로 강남 도심 ‘태풍 포교’
최영철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ftdog@donga.com
● 신도 연 6000명 배출, 가정법회 1100여 개
● 4개 말사(末寺), 3개 해외 지원 거느려
● 기자 출신 스님의 쉬운 설법이 이끈 ‘포교 기적’
● “기복(祈福) 불교를 고등 종교로 끌어올렸다”
● 원장스님 월급 250만원…투명한 회계가 신뢰 높여
● 매주 수천명 자원봉사자가 발휘하는 자치행정의 힘
한국 최고의 부촌, 서울 강남구에는 왠지 절이 있을 것 같지 않다. 대부분의 사찰이 산중이나 농촌지역에 있어 그렇기도 하지만 불교라는 종교가 풍기는 서민적인 이미지도 그런 선입관을 부추긴다.
그러나 실상은 꼭 그렇지만도 않다. 강남구 삼성동 도심 한복판에 자리잡은 봉은사는 1200년 역사를 지닌 고찰(古刹)이자 조선시대 불교를 중흥시킨 대규모 사찰이다. 그래서 ‘강남의 절’이라고 하면 유일하게 떠오르는 것이 봉은사이다.
그런데 10여 년 전 봉은사에 버금가는 대형 사찰이 강남에 입성했다. 포이동 산자락에 터를 잡은 능인선원이다. 한눈에 봐도 그 규모가 입이 쩍 벌어지게 만든다. 예술조형물을 연상시키는 초록빛 건물은 축구장만하다. 언뜻 보면 사찰같지 않지만 내부는 불교 관련 시설물로 가득하다. 지하 5층, 지상 3층의 건물 입구에 들어서면 안내 데스크가 나오고, 직원들이 복잡하게 얽힌 건물의 내부를 친절하게 안내해준다.
지하 2층에 있는 대법당은 3000여 명의 신도가 한꺼번에 들어갈 수 있을 만큼 넓다. 뒷산과 맞닿은 건물 상층부엔 큰 불상들이 늘어서 있고 그 아래에는 능인선원 불사(佛事)에 참여한 신도들의 이름이 새겨진 동판이 상징 조형물과 함께 자리잡고 있다. 능인선원 포이동 법당의 공사기간은 무려 7년. 1988년 불사를 시작해 1995년 8월에야 공사를 마감했다.
어느 종교나 마찬가지겠지만 불교에서도 그 위세를 결정하는 요소는 건물의 규모가 아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은 신도를 확보하고 있는가이다. 그런 점에서 능인선원은 단연 돋보인다. 능인선원은 조계종을 제외하면 불교의 한 종단과 맞먹는 수의 신도를 품고 있다. 무려 25만여 명에 이른다. 매일 새벽과 일요일, 능인선원 일대는 끝없는 자동차 행렬로 북적인다.
‘불자 사관학교’
연간 6000여 명의 불자가 이곳에서 탄생하고, 지역별로 1100여 개의 모임(가정법회)이 조직돼 있으며, 4개월 과정의 불교대학에서는 기수마다 3000여 명의 졸업생을 배출한다. 지역이나 사찰에서 불교대학을 운영하는 경우는 드물지 않으나 줄곧 3000명이 넘는 수강생이 적(籍)을 두고 있는 곳은 찾아보기 어렵다. 능인선원이 불교계에서 ‘포교 사관학교’ ‘신도 사관학교’라는 별명을 얻은 것도 이 때문이다.
‘선원(仙院)’이라는 명칭에서 보듯 능인선원은 포이동 법당을 사찰이나 절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하지만 능인선원은 일반적으로 거대 고찰이나 교구본사가 거느리는 말사(末寺) 개념의 지원을 4곳이나 두고 있다. 북한산 의상봉 아래에 있는 국녕사, 서울 관악구의 등룡사, 경기도 고양시의 석룡사, 경기도 수원시에 있는 용장사가 그것이다.
사찰이 아닌 일개 법당이 수도권 인근에서만 4개의 지원 사찰을 운영하고 있는 것. 그뿐만 아니라 중국 톈진을 비롯, 태국, 미국 뉴욕 등 해외에도 지원을 두고 있다. 포이동 법당과 가까운 삼성서울병원 안에도 환자들과 보호자를 위한 법당이 만들어져 능인선원 포교의 주축 가운데 하나가 되고 있다.
능인선원은 대한불교 조계종 능인선원과 종교법인인 재단법인 능인불교선양원, 사회복지법인인 능인선원, 사회복지법인이 운영하는 능인종합사회복지관으로 구성된다.
건물 내에는 이곳으로 들어오는 보시금과 신도들의 저축과 대출을 관리하는 능인신협이 있는데, 2004년 현재 조합원수는 2800여 명, 자산은 300억원 규모다. 신도들은 이곳에서 ‘푸른나라 생활협동조합’을 만들어 유기농 먹을거리를 공동구매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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