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숭산 지기 법장스님
호서의 명산 덕숭산은 예로부터 3성7현이 나올 명산이라 하였습니다.
덕숭산에 자리잡은 수덕사는 1400여년의 시간동안 그 자리에서 묵묵히
중생을 향도하며 사자후를 전하는 도량입니다.
우리나라 최고의 건축물인 대웅전은 뭇 중생들에게 안락을 주고 환희를 전합니다.
수덕사에서 덕숭산을 바라 보면 솔향기 가득히 산 전체를 휘감곤 합니다.
덕숭산 중턱에는 '향운각'이 있습니다.
노스님 혼자 정진삼매에 드시는 조그만 토굴 향운각은 산 가운데에 커다란
점이 되어 더욱 운치를 더합니다.
향운각은 겨울이 일미랍니다.
활엽수가 옷을 벗은 향운각엔 소나무만 청정히 남아 운치를 더하고 바로
옆의 관세음보살석조입상은 먼 발치에서 보면 잡목에 가리워 희미한 흔적만
보일 뿐입니다.
눈이 소복히 쌓인 겨울 어느 날
수덕사 대중스님들이 덕숭산을 바라 볼 때 한 스님이 말했습니다.
"주지스님! 향운각 옆 계곡에 잡목이 많아 관음보살이 보이질 않습니다.
간벌하면 보살님이 현신할 수 있으니 그 앞 잡목을 정리하면 않 될까요."
그 스님은 수덕사 밑에서도 훤히 조망할 수 있는 관세음 보살님을 원하
였던 것입니다. 수덕사를 찾는 많은 사람들에게 환희심을 줄 수 있는
생각이기에 그리 말했습니다. 이 말을 들은 많은 스님들은 참 좋은
생각이라 동의 하였습니다.
그러자 주지스님께서는 한 말씀 하셨습니다.
"관세음 보살님이 현신하시면 좋지.
그런데 그리 되면 많은 신도들이 예배하고, 또는 볼거리는 되겠지만
그 위에 정혜사가 있으니 정진하시는 선방 수좌 스님들 정진에
방해가 되겠지.
살아 있는 부처가 더 중요한 것이니 그냥 있쟈고요."
이 말씀에 많은 스님들은 고개를 숙였습니다.
덕숭산지기 법장스님
모쪼록 덕숭산만 지키는 스님이 아닌 한국불교의 동량이 되어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