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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당신을 사랑했습니다.

淸潭 2006. 9. 23. 16:17
 

‘러시아 로망스’ 가을밤 적신다

 


 


“나는 당신을 사랑했습니다. 사랑은 내 영혼 속에서 아직 완전히 꺼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내 사랑 더 이상 당신을 괴롭히지 않겠습니다. 어떻게든 당신을 슬프게 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나는 당신을 사랑했습니다…

 

러시아의 대문호 알렉산드르 푸시킨(1799~1837)은 젊은 시절 안나 올레니나라는 여인에게 자신의 생을 걸었던 적이 있었다. 그러나 당시 러시아 예술원 원장이었던 아버지는 몇차례 유배를 당하기도 했던 푸시킨과의 결혼을 완강히 반대했다. 그녀가 떠난 다음, 푸시킨은 올레니나에게 가슴이 저며올 만큼 처연한 사랑의 시 한편을 바쳤다. ‘나는 당신을 사랑했습니다’는 이 연가(戀歌)는 러시아 작곡가 쉐레메체프에 의해 곡이 붙여져 러시아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로망스로 남게 됐다.

 

‘러시아 로망스’는 러시아어 시를 바탕으로 작곡된 예술가곡이다. 차이콥스키의 ‘오직 그리움을 아는 자만이’나 글린카의 ‘의심’ 등 대 작곡가들의 곡도 있고, 무명의 작곡가가 만든 민요도 있다. 그러나 로망스는 한결같이 러시아적인 슬픈 사랑의 정서를 노래한다.

2003년 1월 러시아 국영 멜로디야 레이블의 수많은 명반들을 만들어냈던 유서깊은 모스크바 라디오 방송국 제7스튜디오. 피아니스트 니나 코간과 한국인 첼리스트 박경숙 씨는 사흘간에 걸쳐 이색적인 음반을 녹음했다. 니나 코간이 직접 편곡한 이 로망스는 로망스의 절절한 사랑의 시어를 노래 대신 첼로와 피아노 2중주가 연주하는 음반(굿 인터내셔널)이었다.

1. 나는 당신을 사랑했습니다.

 

(시 알렉산드르 푸시킨, 작곡 쉐레메체프)

 

 


▷‘나는 당신을 사랑했습니다’

 

나는 당신을 사랑했습니다.

사랑이라는 것이 아직 존재하는 한

내 영혼 속에서 아직 완전히 꺼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 사랑 더 이상 당신을 괴롭히거나 방해하지 않겠습니다.

나는 그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어떻게든 당신을 슬프게 하고 싶지 않습니다.

나는 당신을 사랑했습니다.

아무런 이야기도 없이 희망도 없이

때론 수줍음에 때론 질투에 가슴 저리며

나는 당신을 사랑했습니다.

그토록 진실하게 그렇게도 나즈막히

언젠가 신이 당신에게 다른 사랑을 준다해도....

 

 

피아니스트 니나 코간(모스크바 음악원 교수)은 러시아의 전설적인 바이올리니스트 레오니드 코간의 딸이자 피아니스트 에밀 길렐스 조카. 파리 마르게리트 롱 국제 피아노콩쿠르에서 대상을 차지했던 니나는 13살부터 아버지와 함께 연주를 했다. 그녀는 이후 16년 동안 레오니드 코간의 유일한 반주자이자 음악적 동반자였다.

“아버지와 함께 연주하는 건 힘든 일이었지만 내 음악인생에 있어 최고의 기억이었어요. 다른 연주와는 비교가 될 수 없었지요. 12살 때부터 서방을 돌며 많은 연주를 했지만 우선 순위는 항상 아버지와의 콘서트였습니다.”

니나 코간은 다음달 12일 오후 8시 성남아트센터 앙상블시어터에서 첫 내한공연을 갖는다. 첼리스트 박경숙과 ‘나 홀로 길을 가네’ ‘나는 당신을 사랑했습니다’ 등 로망스와 라흐마니노프, R.슈트라우스의 첼로소나타를 연주할 예정이다.

니나는 이메일 인터뷰에서 “박경숙 씨와 작업을 했을 때 러시아 로망스가 품고 있는 정서와 스타일을 굉장히 빨리 이해해 놀라웠다”며 “러시아 로망스는 한국인들의 정서와 감성에도 통하는 면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첼리스트 박경숙(대구 계명대 음대 교수)씨는 당시 일부러 호텔이 아닌 민박을 하면서 러시아인의 체취를 느끼며 연주를 준비했다고 했다.

 

“날씨는 영하 40도였어요. 저는 러시아어는 하나도 할 줄 몰랐지만 첼로를 등에 메고 모스크바 거리를 무작정 돌아다녔지요. 혹독한 추위와 광활한 대지 속에서 푸시킨의 시를 계속 입으로 외우고 다녔습니다. 3주 동안 연습을 하니까 러시아 여자가 된 듯 했어요. 지금도 로망스를 연주하면 낮게 내리깔린 모스크바의 하늘이 생각납니다.” 3만원. 02-3436-5222

한편 니나 코간은 10일 오후 8시에는 성남아트센터 오페라극장에서 수원시립교향악단(지휘 박은성)과 함께 쇼스타코비치의 ‘피아노 협주곡 1번’을 협연할 예정이다. 수원시향은 쇼스타비치 교향곡 10번도 연주한다. 1만~3만원. 031-783-8022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2. 나는 당신을 만났습니다.

 

(작사 F.투체프, 작곡 미상)


 


           ▷‘나는 당신을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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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당신을 만났습니다. 예전의 모든 것들이

싸늘해진 심장에서 다시 살아 났습니다.

황금 같던 시간이 기억났습니다.

그리고 심장은 그렇게 따뜻해졌습니다.

 

때때로 만추의 날들과 시간에

갑자기 봄의 내음이 밀려 오듯이

우리들 사이에 무엇인가가 깨어나려 합니다.

 

여기 단지 하나의 회상이 아닌,

삶이 다시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예전과 같은 당신의 매력,

나의 마음 속에 예전과 같은 사랑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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