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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의 이별〔新婚別〕/ 채제공(蔡濟恭)

淸潭 2025. 6. 8. 09:49

신혼의 이별〔新婚別〕/ 채제공(蔡濟恭)

번암집 제3 / ()○단구록 상(丹丘錄上)

 

돌 옆에는 대나무가 푸른빛 띠고 / 靑靑石上竹

정원에는 곧게 자란 측백나무들 / 挺挺園中柏

저는 본래 명문가의 자식인 데다 / 妾本名家子

용모도 무척이나 깨끗했지요 / 容華何潔白

부모님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 偏得父母憐

어려서 부녀자의 법도 배우니 / 生少斅女則

그윽한 난초 향기 몸에 배었고 / 幽蘭緝成氣

목란을 장신구로 차곤 하였죠 / 木難佩爲飾

부끄러워 이웃집을 엿보지 않고 / 羞澁不窺隣

비단을 짜는 데만 공을 들이니 / 但事雲錦織

부모님이 다 컸다고 대견해하며 / 父母喜妾長

당신 집에 시집을 보내셨지요 / 敎妾君家入

신발 소리 나지 않게 조용히 걷고 / 從容紫絲履

앉고 서는 것도 모두 반듯했는데 / 規坐而矩立

시집와서 이삼 년이 흘러갔지만 / 托身二三載

은하수가 둘 사이를 막고 있으니 / 河漢一以隔

당신의 음성조차 모르는 판에 / 未曾識君聲

얼굴이야 말해서 무엇하리오 / 何論見顔色

때때로 당신 꿈을 꾸곤 하는데 / 時時入夢姿

뭔가 고민 있는 듯한 표정이었죠 / 彷彿苦難的

마음이야 어찌 내게 소원하랴만 / 君意豈誠疎

옥 같은 여인들이 너무도 많아 / 衆女紛如玉

북쪽 집엔 원앙 그린 병풍을 치고 / 北里鴦屛

서쪽 집엔 비취색 휘장 쳤지요 / 西舍翡翠幕

아침마다 잉어회를 상에 올리고 / 朝朝鱠赤鯉

거문고를 마음대로 연주하면서 / 錦瑟如意作

어떻게든 낭군의 사랑 받으려 / 要得求顧眄

요염하고 아리따운 웃음 지으니 / 姣笑與郞劇

좋은 때에 뭇 여인과 어울리면서 / 佳期嘯群匹

첫날밤을 치르려는 생각 않네요 / 不念新婚夕

당신이 처음 나와 약혼하던 날 / 君初納采時

덕을 좋아한다고 말했었는데 / 自謂頗好德

아쉽게도 얘기를 해 보지 않아 / 所嗟未交言

깨끗한 내 마음을 알지 못하니 / 氷心君莫識

선물 주려 목을 빼고 기다리면서 / 引領欲有贈

두 손 가득 작약을 쥐고 있어요 / 留荑藹盈掬

 

[-C001] 단구록(丹丘錄) :

1743(영조19) 번암이 대과에 급제한 뒤 단성 현감(丹城縣監)으로 부임하는 부친을 따라 내려간 때부터 1747 8월 익릉 별검(翼陵別檢)으로 제수되기 전까지 지은 시들을 모은 것이다. 이 기간 동안 번암은 가끔씩 한양을 오갔지만 대부분의 시간을 단성에서 보냈고, 1746년에는 한양에서 주로 생활하다가 9월 무렵 일기청 낭청으로 차출되어 대궐에 입직하였다. 원래 단구(丹丘)는 신선이 산다는 전설 속의 지명으로, 번암은 단성(丹城)자가 단구의자와 같은 것에 착안하여 단성을 단구라고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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