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문학/漢詩

신돈 2수. / 이달충(李達衷)

淸潭 2025. 6. 7. 10:26

신돈 2. / 이달충(李達衷)

제정집 제1 / ()

신돈은 본래 시신을 묻는 중이었는데, 현릉조에 외람되게도 영도첨의 벼슬에 오르니, 당시 사람들이 늙은 여우라 손가락질했다. 〔辛旽 二首旽初爲埋骨僧玄陵朝濫受領都僉議時人以老狐目之〕

 

천지가 만물을 낳아 그 종류 무수한데 / 天地生成品彙煩

누가 조화에 관여하여 제멋대로 차고 덥게 하는가 / 誰干洪造擅寒暄

즐거움이 넘칠 때는 봄날의 동산 같더니 / 歡情浹洽藏春塢

노기가 어둡게 맺힐 때는 해를 뒤덮는 구름 같네 / 怒氣陰凝蔽日雲

꿩이 조개로 매가 비둘기로 변하는 것 괴상하거늘 / 雉蜃鷹鳩猶足怪

용이 물고기로 쥐가 범으로 되는 것 말할 필요 있으랴 / 龍魚鼠虎豈容言

가련타 늙은 나무가 바람에 쓰러지니 / 可憐老木風

나무를 감고 있던 덩굴들은 의탁할 곳이 없구나 / 蘿蔦離披失所援

 

또〔又〕

요괴한 짓 멋대로 부리는 늙은 여우 / 騁怪馳妖老野狐

사람들 다투어 활로 쏘아 죽이려는 것 어이 알리 / 那知有手竸張弧

여우가 범의 위엄을 빌리니 곰들이 벌벌 떨었고 / 威能假虎熊羆懾

여우가 남자로 변하여 호리니 여자들 줄줄 몰려들었지 / 媚或爲男婦女趨

누런 개와 보라매 싫어하는 것은 마땅하나 / 黃狗蒼鷹眞所忌

신돈은 매와 개를 기르는 자를 꺼렸다.

오골계와 백마는 무슨 죄란 말인가 / 烏鷄白馬是何辜

신돈은 늙자 오골계와 백마 고기를 조양제(助陽劑)로 먹었다.

네가 죽으면 제 살던 언덕으로 머리를 향한다 하였으니 / 嘗聞汝死必邱首

이제 성 동쪽 큰길가에서 너를 보겠구나 / 已見城東官道隅

 

[-D001] 신돈(辛旽) :

《동문선》 권16 및 《고려사》 권112 〈이달충열전(李達衷列傳)〉에 수록되어 있다.

[-D002] 현릉(玄陵) :

고려 제31대 왕인 공민왕(恭愍王, 1330~1374)의 능호이다.

[-D003] 영도첨의(領都僉議) :

중서문하성과 상서성을 합쳐 1362(공민왕11) 설치한 도첨의부(都僉議府)의 으뜸 벼슬이다. 본래 중서문하성의 장관인 중서령을 고친 것으로, 1369년 도첨의부가 문하부(門下府)로 개편되면서 영문하(領門下)로 개칭되었다.

[-D004] 꿩이 …… :

흉악한 정치로 인해 기괴한 일이 발생함을 말한다. 《국어(國語)》 〈진어(晉語)〉에참새는 작은 바다에 들어가 조개가 되고, 꿩은 회수(淮水)에 들어가 대합조개가 된다.〔雀入于海爲蛤 雉入于淮爲蜃〕라고 하였다. 《논형(論衡)》 〈난룡편(亂龍篇)〉에선정(善政)을 만나면 천지의 기운이 조화롭게 되고, 악정(惡政)을 만나면 천지의 기운에 변괴가 발생한다.〔遭善而爲和 遇惡而爲變〕라고 하면서, 변괴의 대표적 사례로매가 비둘기로 변하는 것〔鷹變爲鳩〕을 들었다.

[-D005] 용이 …… :

신하가 권력을 잡고서 임금도 무시한 채 전권을 휘두르는 것을 말한다. 당나라 이백(李白)의 〈원별리(遠別離)〉에임금이 신하에게 권한을 잃으니 용이 물고기가 되었고, 권한이 신하에게 돌아가니 쥐가 범으로 변하였네.〔君失臣兮龍爲魚 權歸臣兮鼠變虎〕라고 하였다. 《李太白文集 卷2

[-D006] :

대본에는로 되어 있는데, 삼간본 및 《동문선》 권16 〈신돈(辛旽), 《고려사》 권112 〈이달충열전〉에 의거하여 바로잡았다.

[-D007] 여우가 …… 빌리니 :

호가호위(狐假虎威)의 고사를 말한다. 여우가 호랑이의 위세를 빌려 다른 짐승을 놀라게 한다는 뜻으로, 남의 권세를 빌려 허세를 부리는 것을 비유하는 말이다. 《戰國策 楚策》

[-D008] 네가 …… 하였으니 :

호사수구(狐死首丘)의 고사를 말한다. 여우는 죽을 때에 제 굴이 있는 언덕으로 머리를 둔다고 한다. 《禮記 檀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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