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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궁이 냄새가 그립다

淸潭 2024. 12. 15. 12:01

아궁이 냄새가 그립다

 

박 영 춘

 

 

예전에는 어떤 집이든

부뚜막 가마솥 구들장

그리고 곁에 굴뚝이 있었다

 

아궁이 앞에

가난을 깔고 앉아

불을 때면

불 냄새가 깨소금 맛이었다

몸뚱어리 반쪽 물씬 익어

흐물흐물 훈훈했다

 

나무이파리 줄거리 등걸

내 이마도 부지깽이도 불탔다

솔가리 타는 냄새가 향기로웠다

고구마 익는 냄새가 구수했다

밥 타는 누룽지 냄새가

뱃구레를 잡아 흔들었다

 

볏짚 탈 때

광밥 튀는 볍씨 탁탁 소리 나면

말끝마다 통통 튀는

짝꿍 머리칼 냄새가 났다

 

밥이 다 될 때쯤이면

내안의 오장육부

아궁이로 빨려 들어갔다

아랫목은 철철 끓었다

바람벽 마분지 속에서는

빈대 살림 냄새가 났다

예전 초가집에서는

쥐도 대가족을 이뤄 행복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