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님이 금일봉”…돈으로 기자들 관리한 대장동 주범 김만배
‘金과 돈 거래’ 前 기자들 공소장 보니
金, 휴가비 안 받았다고 기자들 ‘질책’
“‘회장님’을 의지하며 살아가겠다”, “따로 만날 때는 금일봉을 주지 않는 것이 서운하다”….
조모 전 중앙일보 논설위원이 ‘대장동 개발 비리’ 주범인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를 ‘회장님’으로 부르며 한 말들이다. 김씨에게 각종 명목으로 2억400만원을 받은 그는 내 집 마련을 위한 아파트 분양 대금 8억9000만원을 김씨에게 받은 석모 전 한겨레신문 부국장, 공여자인 김씨와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의 공소장엔 김씨가 돈으로 기자들을 관리한 구체적 정황이 적시됐다.
김만배. 뉴스1조씨는 2018년 7월 김씨에게 “주식 투자에 실패해 금전적 손실이 많이 생겼다”고 토로했다. 이에 김씨는 이듬해 4월 조씨에게 1억원을 건넸다. 두 달 뒤 조씨는 김씨에게 ‘회장님을 의지하며 살아가겠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냈다.
그 뒤로 김씨의 금전적 지원이 이어졌다. 조씨는 2020년 1월 화천대유 명의의 한 리조트 회원권을 무상으로 이용하는가 하면, 김씨에게 2020년 4~5월 ‘용돈’ 300만원, 6월 주택 구입 자금 1억원, 2021년 8월 딸의 사립 초등학교 교육비 100만원을 받았다.
조씨는 A씨와 “지난 번 김씨에게 휴가비를 받아 가지 않았다고 질책당했다”, “김씨가 나를 따로 만날 때는 금일봉을 주지 않고 세 명이 함께 만날 때만 금일봉을 주는 것이 서운하다”는 취지로 대화를 나눴다. 또 A씨에게 ‘집값을 명목으로 김씨에게 1억원씩 요구하자’고 제안한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로 조씨뿐 아니라 A씨도 김씨에게 주택 구입 자금 1억원을 받았다. 다만 A씨는 올해 6월 숨진 채 발견돼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이 종결됐다.
석씨 역시 김씨에게 집값으로 2019년 5월∼2020년 8월 8억9000만원이란 거액을 받았다. 김씨는 “무주택자이고 청약을 알아보고 있는데 서울 집값이 상승해 집을 마련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석씨의 말에 “청약을 하려면 강남이나 좋은 동네에 해라, 돈이 부족하면 도와주겠다”고 제안했다. 석씨는 김씨 말대로 2019년 서울 서초구의 한 아파트에 청약을 신청해 당첨됐고, 김씨에게 분양 대금이 8억6820만원임을 알려 줬다.
김씨는 2019년 5월부터 대장동 업자들에게 금품 로비를 통해 언론을 관리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히면서 자신이 관리하는 기자들에게 경제적 지원을 할 돈을 분담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조사됐다.
박진영 기자 jy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