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백종원? 이부진이 '원조'다…신라가 키운 제주식당 22곳카드 발행 일시2024.05.29

淸潭 2024. 6. 8. 13:14

원? 이부진이 '원조'다…신라가 키운 제주식당 22곳

  • 카드 발행 일시2024.05.29

 

 

맛있는 제주 만들기  

제주도에는 정말 믿을 만한 식당이 없을까. 연일 쏟아지는 언론 보도를 보면 진짜로 먹을 곳이 없어 보인다. 비곗덩어리 흑돼지에 20만원짜리 갈치구이라니. 극소수의 제한된 경험을 육지 언론이 과장한다는 제주도의 해명은, 외려 관광객의 부아만 돋운다. 현실을 모르거나 짐짓 모른 체하는 변명처럼 들려서다. 아시는가. 제주도 사람은 제주도 관광객이 가는 식당을 안 간다. 현지인은 현지인을 위한 현지인의 식당을 간다. 하여 제주도 관광객이 제주도에서 어떤 밥상을 받는지 제주도 현지인은 정확히 알지 못한다.

제주도 관광정책의 허점이 여기에 있다. 제주도 관광정책에서 관광객은 늘 타자(他者)다. 제주도 관광 당국이 직접 불친절하기 짝이 없는 제주 렌터카를 빌려보고, 관광버스 줄 서는 소위 관광식당에서 멀건 국물뿐인 해물탕을 먹어본 적 있으면, 제주도 관광이 이렇게까지 망가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일타강사는 확신한다.

오늘 일타강사는 제주도 식당 22곳을 소개한다. 이 중에서 8곳은 자세히 설명한다. 일타강사가 꼽은 ‘제주도 맛집 22선’은 아니다. 대신 믿고 갈 만한 곳이라고 보증할 수는 있다. 제주신라호텔이 장장 10년에 걸쳐 비법을 전수하고 식당을 개조하고 수시로 점검하면서 관리하는 식당들이어서다. 신라호텔의 이 유별난 지역 식당 활성화 사업의 이름이 ‘맛있는 제주 만들기’다. 2014년 2월 시작해 올해로 10주년을 맞았다. 10년 전부터 ‘맛있는 제주 만들기’ 사업을 담당한 제주신라호텔 박영준(44) 셰프와 제주도 맛집 지도를 새로 그렸다. 모두가 감탄하는 맛집은 아닐 수 있다. 그러나 믿음이 가는 식당은 분명하다. 믿을 수만 있어도 어디인가.

💬 신라호텔은 왜 제주도 식당을 바꾸고 있을까

'맛있는 제주 만들기' 20호점인 '시니어손맛 아리랑'에서 일하는 어르신들. 손민호 기자

‘맛있는 제주 만들기’는 신라호텔이 10년째 공들이는 사회공헌사업이다. 지난 10년간 50억원 가까이 들어갔다. 왜 신라호텔은 돈 써가며, 그것도 큰 돈 써가며 제주도 식당을 바꾸고 있을까.

2013년의 일이다. 1년에 중국인 300만 명이 제주도를 방문하던 시절, 제주도 언론이 일제히 비판 보도를 쏟아냈다. 지역 언론은 엄청난 수의 중국인 관광객이 들어와도 신라·롯데 같은 대형 면세점만 배를 불린다며 관광 당국과 면세점 업계를 질타했다. 화들짝 놀란 면세점들이 서둘러 대책 마련에 나섰다. 그때 신라면세점이 낸 수습책 중에 ‘맛있는 제주 만들기’가 있었다. 신라호텔 셰프들이 제주도 동네 식당을 개조하는 프로젝트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의 원조인 셈이다.

애초의 ‘맛있는 제주 만들기’ 사업은 시한이 있었다. 길어야 5년이면 슬그머니 발을 뺄 줄 알았다. 알아주는 데도 많지 않았다. 신라호텔이 돈 쓰고 사람 써서 관리하는 제주도 식당이 22곳이나 있다는 걸 아는 육지 사람은, 안타깝게도 많지 않다. 그런데도 사업은 10년째 계속되고 있다. 일타강사가 높이 평가하는 대목이다.

2024년 5월 현재 ‘맛있는 제주 만들기’로 선정된 식당은 모두 26곳이다. 이 중에서 4곳이 문을 닫아 현재 22곳이 운영 중이다. 문을 닫은 4곳은 식당 주인이 건강 문제 같은 이유로 스스로 폐업한 경우다. 1년에 두세 개씩 꼬박 재개장했는데, 코로나 시기에는 부득이하게 3년간 사업을 중단했다.

‘맛있는 제주 만들기’에 선정되면 제주신라호텔과 함께 메뉴를 개발하고, 신라호텔 주방의 조리법을 배운다. 교육은 매우 구체적이다. 식재료 관리부터 칼질 요령, 육수 내는 법과 양념장 만드는 법도 배운다. 식당 주인이 제주신라호텔 주방에서 셰프들과 몇 달간 음식을 연구하기도 한다. 냉장고·솥밥기계·제면기 같은 주방시설도 신라호텔이 사 주고 매장 내부 인테리어도 대신 해준다. ‘맛있는 제주 만들기’에 50억원 가까운 돈이 투입된 이유다. 재개장한 뒤에도 수시로 점검을 받는다.

‘맛있는 제주 만들기’ 선정위원회가 엄격한 심사를 통해 재개장 식당을 정한다. 선정위원회에는 신라호텔, 제주도청, 제주도 지역민방 JIBS 관계자가 참석한다. 생계형 식당이 선정위원회에 사연을 보내면 생활 형편, 대표의 재활 의지, 성장 가능성 등을 두루 검토해 식당을 결정한다. 지금까지는 사연을 위주로 식당을 정했는데, 앞으로는 지속 가능성을 더 높이 평가하기로 했다.

김주원 기자

1호점 신성할망식당

‘맛있는 제주 만들기’ 1호점 ‘신성할망식당’의 박정미 대표와 제주신라호텔 박영준 셰프. 손민호 기자

‘맛있는 제주 만들기’의 역사가 시작된 집이다. 박영준 셰프는 “‘신성할망식당’이 성공한 덕분에 ‘맛있는 제주 만들기’ 사업이 10년째 이어올 수 있었다”고 말한다. 신성할망식당은 2014년 2월 6일 재개장했다. 바로 그날이 ‘맛있는 제주 만들기’ 공식 출범일이다.

신성할망식당은 고기국수집이다. 제주도청에서 멀지 않다. 박정미(56)씨가 남편과 함께 운영한다. 가게 이름에 ‘할망’이 들어가지만, 식당에 할머니는 없다. 사연이 있다. 원래 이 간판 걸고 장사하던 강인자 할머니가 간판과 레시피를 박정미씨에게 물려줬다. 박정미씨가 그 비법을 이어받아 가게를 지켜오고 있다.

'신성할망식당'의 대표 메뉴인 얼큰국수. 제주 전통 방식을 따라 면발이 굵은 중면을 쓴다. 손민호 기자

신성할망식당은 제주도 전통 방식을 따르는 국숫집이다. 면발이 굵은 ‘중면’을 쓴다. 하여 조리시간이 제주도의 여느 고기국수집보다 오래 걸린다. 원래 제주도 고기국수는 오래 끓인다. 면도 오래 삶아야 해서 중면을 쓴다. 소면은 오래 끓이면 뭉개진다. 제주 사투리 중에 ‘배지근하다’는 말이 있다. 보통 ‘맛있다’로 풀이하는데, 푹 고아 달짝지근한 고기국수 맛을 배지근하다고 한다. 그 방식을 주인 박씨가 따르는 것이다. 그렇다고 신성할망식당이 전통 방식을 고수하는 것도 아니다. 면은 전통을 따르면서도 육수는 사골 육수에 멸치 육수를 첨가한다. 멸치 육수가 들어가면 사골 육수 특유의 고릿한 냄새가 덜해지고 국물도 가벼워진다. 젊은 입맛을 고려한 변화다. 얼큰국수와 순한국수 두 종류가 있다. 각 8000원.

여기서 팁 하나. 제주도의 유명 국숫집 중에 주문하자마자 고기국수가 나오는 집이 있다. 열에 아홉은 소면을 쓰는 집이다. 중면을 쓰는데 국수가 바로 나오는 집도 있다. 면을 미리 삶아 놓은 집이다. 신성할망식당은 주문 들어가고 최소 10분은 기다려야 국수가 나온다. 그사이 보통 순대 한 접시(1만5000원)를 먹는다. 시장 순대를 사서 쓰지만, 제주 전통 순대여서 선지가 많이 들어갔다.

4·7호점 보말과 풍경

'맛있는 제주 만들기' 4·7호점 '보말과 풍경' 박미희 대표와 박영준 셰프. 손민호 기자

대정읍사무소 건너편의 작은 식당이다. ‘보말과 풍경’을 신라호텔은 ‘4·7호점’이라고 부른다. ‘맛있는 제주 만들기’ 4호점과 7호점을 합친 집이라는 뜻이다. 4호점 주인 박미희(65)씨가 7호점 자리에서 장사를 한다. 7호점 주인이 건강 문제로 식당을 못 하게 되자 제주 시내에서 백반집을 하던 박씨가 2014년 6월 제주도 서남쪽 모서리 대정 읍내의 가게와 메뉴를 물려받았다.

간판에 보말을 내건 식당답게 보말죽과 보말칼국수가 대표 메뉴다. 보말은 고둥의 제주 사투리다. 보말 잔뜩 넣고 푹 끓인 보말죽은 해녀의 음식이다. 보말죽 한 그릇으로 제주 해녀는 물질의 허기를 달랬다. 해녀 밥상에 오르던 보말죽을 대표 메뉴로 개발한 것도, 보말을 손질하고 육수 내는 방법을 알려준 것도 신라호텔이다. 이 집의 보말죽은 연두색에 가깝다. 창자를 넣고 끓여 푸른색을 띠면서도 육수에 바지락과 다시마를 넣어 명도가 올라갔다. 국물은 해녀의 보말죽보다 가볍고 담백하다.

'보말과 풍경'은 보말 요릿집이다. 보말죽과 보말칼국수가 대표 메뉴다. 손민호 기자

‘보말과 풍경’을 5년 전에도 방문했었다. 그때는 보말죽과 보말칼국수 모두 9000원이었다. 지금은 모두 1만2000원씩 받는다. 옛날에는 흔했던 보말이 지금은 턱없이 귀해져서다. “보말 가격이 올랐다고 보말을 적게 쓸 수도 없어 어쩔 수 없이 가격을 올렸다”며 주인 박씨가 울상을 지었다. 2014년에는 보말이 1㎏에 2만원대였지만 지금은 7만원이나 한다. 그래서 시방 제주도 식당 태반이 중국산 보말을 쓴다. 박씨는 제주산만 고집한다. “신라호텔을 배신할 수 없어서”란다.

6호점 진미네식당

'진미네식당'의 대표 메뉴인 고등어조림. 손민호 기자

제주시 노형로터리 주변 골목에 있다. ‘진미정식’으로 불리는 한 상 차림이 대표 메뉴다. 돔베고기·계란말이·강된장·고등어구이가 한 상 가득 깔린다(1인 1만2000원, 2인 이상 주문). 2014년 9월 6호점으로 재개장했다. 5년 전 처음 방문했을 때는 진미정식과 함께 해물탕을 냈었는데, 지금은 해물탕을 빼고 고등어조림(중 4만5000원)으로 바꿨다.

주인 홍수정(58)씨의 손맛이 야무지다. 신라호텔 주방의 노하우를 배웠다지만, 원래 손맛이 좋아 반찬이 다 맛있다. 가지장아찌·깻잎장아찌·미나리장아찌 같은 밑반찬만으로도 밥 한 그릇이 거뜬하다. 김치도 맛있다. 홍씨는 “늙은 호박 효소를 넣고 김치를 담근다”고 비법을 소개했다. 신라호텔의 비법은 디테일에 숨어 있다. 육수에 된장·커피·엄나무 등을 넣은 돔베고기는 깔끔하고, 돼지고기를 볶아서 만든 강된장은 담백하고, 참기름과 식용유를 겹겹으로 바른 고등어구이는 고소하다.

'진미네식당' 진미정식에 들어가는 음식들. 왼쪽부터 강된장, 돔베고기, 계란말이. 손민호 기자

진미네식당은 5년 전과 많이 바뀐 모습이었다. 메뉴도 달라졌지만, 손님도 바뀌었다. 옛날에는 지역 주민만 찾는 동네 식당이었는데 지금은 관광객이 훨씬 더 많다. 그사이 진미네식당의 손맛이 알려진 덕분이다. 시련도 있었다. 5년 전에는 주인 홍씨를 남편이 도와줬는데, 지금은 그 자리를 딸이 대신한다. 그 사이 남편이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주인 홍씨도 병을 앓았지만, 지금은 완쾌했다. 홍씨는 “4년 전 남편상을 당하고 저도 아팠을 때 이부진 대표가 보낸 친필 편지가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9호점 해성도뚜리

'맛있는 제주 만들기' 9호점 '해성도뚜리'의 대표 메뉴 토마토짬뽕. 손민호 기자

제주도 서쪽 애월읍 구엄리 해안도로에 바투 붙어 있다. 창문 너머로 옥빛 바다가 내다보이는 전망이 여느 바닷가 카페 부럽지 않다. 식당 앞 해안도로를 따라 제주올레 16코스가 지난다. 제주도 관광객 중에서 특히 젊은 관광객이 즐겨 찾는 지역이어서 식당 손님도 젊은 사람이 압도적으로 많다.

해성도뚜리는 ‘맛있는 제주 만들기’가 낳은 최고의 성공 사례다. 원래는 제주도 흑돼지구이집이었다. 가게 이름의 ‘도뚜리’가 돼지를 뜻하는 제주도 방언이다. 지금도 흑돼지 오겹살을 팔지만, 2015년 3월 재개장한 뒤로는 대표 메뉴가 바뀌었다. 이름하여 ‘토마토짬뽕(1만6000원)’. SNS에서의 뜨거운 반응은 물론이고, TV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여러 번 소개된 ‘제주 먹방 잇템’이다.

'해성도뚜리' 김자인 대표와 박영준 셰프. 손민호 기자

맨 처음 신라호텔이 신메뉴를 개발할 때는 해물라면을 작정했었다. 젊은 관광객이 많은 갯마을 식당이니 돼지고기 구이집보다 해물 푸짐한 특제 라면이 어울린다고 판단했었다. 메뉴가 바뀐 건 육수 때문이다. 주인 김자인(60)씨가 앞바다에서 뜯어온 톳과 미역을 기본으로 육수를 내는데, 토마토소스·굴소스·된장소스 등을 넣고 개발한 특제 소스를 추가했더니 육수에서 파스타 맛이 났다. 국물이 진하고 두터워 라면보다는 짬뽕이 낫겠다고 생각을 바꿨고, 황게와 딱새우를 통째로 넣어 ‘비주얼’에도 신경을 썼다. 김씨는 “흑돼지 오겹살을 먹는 손님이 식사 대용으로 토마토짬뽕을 찾는다”고 말했다.

💬 이부진 대표의 제주 언니들

2014년 2월 6일 '맛있는 제주 만들기' 1호점 개장 행사에 참석한 이부진 신라호텔 대표. 이부진 대표가 신라호텔 대표로 취임한 뒤 참석한 첫 대외 행사다. 사진 신라호텔

‘맛있는 제주 만들기’에 선정된 제주도 식당에는 공통점이 있다. 식당마다 현수막을 붙여놨다. ‘맛있는 제주 만들기 00호점’, 이런 내용의 현수막이다. 물컵·주전자·앞치마에도 ‘맛있는 제주 만들기’ 로고가 박혀 있다.

흥미로운 건 사진이다. 이부진 신라호텔 대표와 함께 찍은 사진이 식당마다 걸려 있다. 이부진 대표가 보낸 친필 편지도 눈에 띈다. 모든 식당이 이부진 대표의 친필 편지를 걸어 놓은 건 아니지만, 이부진 대표가 모든 식당에 친필 편지를 보낸 건 사실이다. 내용은 차라리 놀랍다. 식당 주인의 개인 사정을 속속들이 알고 안부를 묻는다. 수술 이력이 있는 식당 주인에겐 건강을 묻고, 가족상을 당한 식당 주인에겐 위로를 건넨다. ‘맛있는 제주 만들기’ 3호점 ‘메로식당’의 남신자(71) 대표에겐 ‘손녀가 전교 1등을 했다는 소식을 듣고 제 일처럼 기뻤다’고 적어 보내기도 했다.

이부진 대표가 '맛있는 제주 만들기' 4·7호점 '보말과 풍경' 박미희 대표에게 보낸 친필 편지. 2016년 당시에는 식당 이름이 '보말이야기'였다. 편지에서 빅미희 대표 딸의 이름은 지웠다. 손민호 기자

식당 주인들에 따르면 이부진 대표는 ‘맛있는 제주 만들기’에 정말로 진심이다. 선정 식당 26곳 중 25곳을 방문했고(가장 최근에 재개장한 ‘용담생국수’만 아직 방문하지 못했다), 식당 주인 전원을 호텔로 초청해 하룻밤 재우면서 기념행사도 열었다. 기념행사는 모두 세 차례 있었다. 2016년 2월 서울신라호텔에서 열린 3주년 행사, 2018년 12월 제주신라호텔에서의 5주년 행사, 2024년 2월 제주신라호텔에서의 10주년 행사. 식당에 걸린 이 대표 사진이 이들 행사 때 찍은 것이다. 행사장에서 이 대표는 식당 주인에게 “언니”라고 부르며 여러 번 “가족”을 강조했다고 한다. 2016년 첫 행사 때는 ‘제주 언니’들과 함께 울었고, 2018년과 2024년 행사에선 마이크를 잡고 노래를 불렀다.

이부진 대표는 2010년부터 신라호텔을 이끌고 있다. 그러나 대외 행사에는 좀처럼 얼굴을 드러내지 않았다. 2013년 서울신라호텔이 7개월간 영업을 중단하며 대대적인 리모델링 작업을 거쳐 새로 개장했을 때도 이 대표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2014년 2월 제주도에서 열린 ‘맛있는 제주 만들기’ 1호점 개장 행사에는 나타났다. 신라호텔 유니폼인 파란색 점퍼 차림이었다. 이부진 대표가 참석한 첫 대외 행사였다.

13호점 낭쿰낭쿰

'맛있는 제주 만들기’ 13호점 ‘낭쿵낭쿰’은 '원 푸드 레스토랑'이다. ‘흑돼지 해물갈비 전골’ 하나만으로 승부한다. 손민호 기자

서귀포 매일올레시장 근처 골목 안에 있다. 2016년 3월 재개장했다. ‘낭쿰낭쿰’은 제주도 사투리다. 집으로 들어오는 작은 골목길, 그러니까 올레길의 큰 나무를 뜻한다. 주인 방경수(56)씨가 이름을 지었는데, 방씨는 제주도 출신이 아니다. 강원도가 고향으로, 남편과 제주도로 여행 왔다가 주저앉았다고 한다.

낭쿰낭쿰은 ‘원 푸드 레스토랑’이다. 흑돼지 해물갈비 전골(4인 7만9000원), 이 한 메뉴에 집중한다. 메뉴판에 여러 메뉴가 적혀 있는데, 모두 전골에 들어가는 추가 메뉴다. 음식은 이름부터 거창하다. 갈비 전골이니 일종의 물갈비라 할 수 있으나, 문어·낙지·활전복·딱새우 등 전골에 투입된 해물이 워낙 푸짐해 해물탕에 갈비를 얹은 것처럼 보인다. 그래도 기본은 갈비 전골이다. 국물을 떠먹어보면 안다. 그 귀하다는 제주도 흑돼지 갈비가 550g(4인 기준)이나 들어간다. 가게 입구 벽에 매일 들어오는 흑돼지 주문표를 훈장처럼 붙여놨다.

흑돼지 해물갈비 전골을 먹고 나면 볶음밥을 먹어야 한다. 이왕이면 치즈볶음밥을 추천한다. 손민호 기자

국물 맛이 묘하다. 익숙한 듯 익숙하지 않은 맛이랄까. 묵직한 고기 국물인데 해물탕처럼 개운하다. 칼칼한 맛이 강해 식사보다는 술안주로 제격이다. 오늘 같은 국물 맛을 내려고 신라호텔과 주인 방씨가 6개월간 숱한 시행착오를 거쳤다고 한다. 비주얼이 워낙 화려해 젊은 관광객 손님이 많다. 제주도 관광 경기가 하락한 뒤 장사가 예전 같지 않다며 주인 방씨가 한숨을 쉬었다. 전골을 해치운 뒤 볶음밥을 빠뜨리지 마시길. 이왕이면 치즈볶음밥을 추천한다(4500원).

20호점 시니어손맛 아리랑

‘맛있는 제주 만들기’ 20호점 ‘시니어손맛 아리랑’ 가게 안 풍경. ‘시니어손맛 아리랑’은 노인 일자리 창출을 위해 운영하는 식당이다. 현재 어르신 6명이 일하고 있다. 손민호 기자

제주시청 맞은편에 자리한 동네 밥집이다. 점심 장사만 한다. 가게 이름처럼 ‘시니어’가 하는 식당이어서다. ‘시니어손맛 아리랑’은 보건복지부 산하 제주 시니어클럽이 노인 일자리 창출을 위해 운영하는 식당이다. 2012년 처음 식당을 열었고, 이후 적자에 허덕이다 2018년 ‘맛있는 제주 만들기’로 재개장한 뒤 동네 맛집으로 거듭났다. 재개장 날짜를 일부러 5월 8일 어버이날에 맞췄다.

식당에는 현재 어르신 6명이 2개 조로 일하고 있다. 원래는 4명이었으나, 장사가 잘돼 2명이 늘었다. 손님이 많아졌다고 어르신 수입이 늘어나는 건 아니다. 어르신은 시간당 9680원을 받고 매일 5시간씩 일한다. 대신 제주 시니어클럽이 임대료·재료비 등을 감당한다. 식당에서 6년째 일한다는 박옥재(79) 할머니가 “소일 삼아 일도 하고 돈도 벌고 좋다”며 웃었다.

'시니어손맛 아리랑'의 대표 메뉴인 순두부찌개. 가게에서 직접 만든 두부를 쓴다. 손민호 기자

식당 메뉴는 단출하다. 순두부찌개와 비빔밥이 전부다(각 8000원). 순두부찌개는 얼큰한 맛과 담백한 맛 중에서 고를 수 있다. 두 찌개 모두 비법 육수가 들어가 국물이 진진하다. 멸치 육수가 기본인데, 멸치를 볶은 다음에 바지락·다시마 등을 추가해 육수를 낸다. 찌개에 들어가는 순두부도 다르다. 제주산 콩을 사다가 가게에서 직접 두부를 만든다. 비빔밥에 딸려 나오는 약고추장에는 볶은 돼지고기가 들어간다. 밥은 즉석에서 지은 솥밥이다. 하루 전날 단체 주문에 한해 제주도 돼지고기가 듬뿍 들어간 김밥을 판다(50개 이상, 1개 3000원 안팎). 할머니 손맛에 신라호텔의 비법이 더해져 밑반찬 하나도 예사롭지 않다. 참, 식당에서 “할머니”라고 부르면 혼난다. “이모”라고 불러야 한다.

24호점 비양도식당

‘맛있는 제주 만들기’ 24호점 ‘비양도식당’의 진혜순 대표. 남편이 바다에서 잡아 오는 생선으로 음식을 만든다. 손민호 기자

제주도에서 물빛 곱기로 이름난 금능해수욕장 근처에 있다. 헷갈리지 마시라. 비양도에 있는 식당이 아니라 비양도가 바라보이는 식당이다. 남편 양용익(65)씨가 바다에서 잡아 온 생선을 아내 진혜순(60)씨가 요리해 내놓는다. 원칙은 그렇지만, 남편이 빈손으로 들어오는 날이 많아 근처 어시장에서 재료를 사서 쓰는 날이 더 많다. 2020년 1월 재개장했다.

대표 메뉴는 우럭조림과 갈치조림(각 대 5만원). 우럭은 보통 남편이 고깃배 띄워 잡아 온 걸 쓰고, 갈치는 자주 못 잡아 주로 사 온다. 이 집도 육수는 신라호텔의 비법을 따른다. “복잡하고 귀찮지만 시키는 대로 만든다”고 한다. 손님 반응이 확 달라진 걸 느꼈기 때문이다. 생선 조림은 생선 밑에 깔린 감자와 무 맛이라는데, 바로 그 감자와 무가 맛있다. 물론 비법 육수 덕분이다. 신선한 식재료만으로도 믿음이 가는데, 아내 진씨가 손맛도 좋다. 제주도 출신으로 제주도 향토 음식을 낸다. “멜젓 있느냐”고 물었더니 바로 내놨다. 비양도 앞바다가 제주도 멜(멸치) 최대 어장이다. 멜젓만으로도 밥 한 그릇을 깨끗이 비웠다. 이 집의 밥도 솥밥이다. ‘맛있는 제주 만들기’ 식당의 솥밥기계는 모두 신라호텔에서 사 준 것이다.

'비양도식당'의 대표 메뉴 우럭조림. 손민호 기자

2023년 5월 신라호텔 초청으로 방한한 미셸린 3스타 엠마누엘 르노 셰프가 ‘비양도식당’에서 우럭조림과 성게미역국을 맛보고 간 일이 지역 언론을 통해 알려진 뒤 진씨는 한갓진 갯마을의 유명 인사가 됐다. 이미 이부진 대표가 식당을 방문한 뒤였다. 진씨는 “출세했져이”하며 환히 웃었다.

26호점 용담생국수  

‘맛있는 제주 만들기’ 26호점 ‘용담생국수’의 김택일·김정숙씨 부부. 손민호 기자

‘맛있는 제주 만들기’ 막내 집이다. 2023년 12월 재개장했다. 용두암 근처 주택가에 있다. 용담생국수는 김택일(64)·김정숙(62)씨 부부가 하는 고기국수집이다. 부부는 1997년부터 식당업을 했다고 한다. 분식점도 했었고, 돼지고기 구이집도 했었고, 아내 김씨의 친정이 있는 경남 통영에서 굴을 받아와 굴 요리도 했었다. 지금도 메뉴판에 열대여섯 가지 음식이 올라와 있다. 신라호텔에서 메뉴 개수를 줄이고 대표 메뉴에 집중하라고 조언했으나, 아직은 “동네 장사가 주력이어서” 메뉴를 많이 못 줄였단다.

대표 메뉴는 제주도 돼지고기가 들어가는 음식이다. 흑돼지는 안 쓴다. 대신 제주산 돼지고기만 쓴다. 고기국수(9000원)와 돼지국밥(9000원)이 주력 메뉴고, 항정살·오겹살·돔베고기도 잘 나간다. 박영준 셰프가 “관광객이 줄 서는 대박 맛집이 기대된다”고 슬쩍 알려줬다. 박 셰프 말마따나 경쟁력이 있어 보인다. 오겹살·항정살은 특제 양념에 재워 3일간 진공 숙성한 걸 쓰고, 돼지와 소 사골을 8시간씩 3번 고와 만든 육수로 국수와 국밥을 만든다. 모두 신라호텔이 가르쳐준 방법이다. 남편 김택일씨가 “사골 손질할 때 골수를 일일이 빼고 육수를 내야 국물이 깔끔하고 담백해진다는 것도 배웠다”고 말했다.

‘용담생국수’의 대표 메뉴 고기국수. 수란을 넣은 것이 특징이다. 손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