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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콧물 요양보호사 24시/ 이은주

淸潭 2024. 6. 1. 10:13

82세 노인 손톱 밑에 낀 변그의 존엄은 휴지 한 칸이었다

 

눈물콧물 요양보호사 24/ 이은주

 

삶의 끝에서 언젠가 만나는 사람, 요양보호사의 눈물 콧물 가득한 24시를 들여다봅니다. 요양원의 하루는 기저귀 케어로 시작합니다. 누군가는 가장 어려운 일이 아니냐고 묻지만, 이은주 요양보호사에겐 그렇지 않습니다. 어르신들의 건강과 존엄을 지키는 일이기 때문이죠. 오히려 어르신들에게 '삶의 숭고함'을 배우게 된다고 하는데요. 그것은 무엇이었을까요?

 

“어르신, 기저귀 갈아드릴게요.”

아기처럼 웅크리고 있는 김복남(가명·77) 어르신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간다.

 

“아얏!”

별안간 내 머리채를 힘껏 움켜쥔다. 두피가 얼얼해서 잠시 눈앞이 캄캄하다.

30분 전에도 어르신께 손등을 꼬집혀 잠시 후퇴한 상황이었다.

 

“기저귀를 안 갈면 축축하잖아요. 제가 시원하게 닦아드릴게요.”

 

어르신은 무서운 눈으로 나를 노려본다.

 

일러스트=이유미 디자이너

일러스트=이유미 디자이너

 

복남 어르신은 이전 요양병원에 있을 때 자주 손이 묶여있었다고 했다. 이곳 요양원에서는 손을 묶지 않는데도 예전 기억 때문에 요양보호사의 손길을 자주 거부했다.

 

하는 수 없이 머리카락이 잡힌 채 기저귀를 갈았다. 바지까지 젖어있다.

 

일회용 장갑을 끼고 용변을 물티슈로 깨끗이 닦았다. 전용 소독액이 담긴 물뿌리개로 엉덩이 주변을 한 번 더 닦아드린다. 기저귀 발진은 없는지 살피고, 로션에 멘소래담을 섞어서 발라드린다.

 

일회용 깔개까지 말끔히 교체하고 나서 머리카락을 움켜쥔 손가락을 하나하나 폈다. 악력이 센 나머지 몇 가닥이 우수수 뽑혀 나갔다.

 

그래도 할퀴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한다.

나는 잠시 어르신의 침대에 앉아 등을 쓸어드린다.

 

“어르신 도와주셔서 감사해요.”

어르신은 모르는 척 눈을 감는다.

 

요양원의 하루는 기저귀 케어로 시작한다. 2시간에 한 번씩, 하루에 여덟 번 갈아드린다. 자주 갈지 않으면 요로감염이나 욕창이 생기기 때문에 보호사에게는 정말 중요한 업무다.

 

최금순(가명·87) 어르신은 요양원에 온 지 얼마 안 돼 모든 게 낯설다. 집중관리기간으로 정서적인 면도 잘 살펴야 한다. 기저귀를 들고 가자 아니나 다를까 불안한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타인의 손에 몸을 맡기는 게 영 안심이 안 되는 모양이다.

 

이럴 때는 가족 이야기로 긴장을 푼다.

 

“따님이 간식을 두고 가셨는데, 떡이랑 참외 중에 어떤 걸 먼저 드릴까요?”

“응, 참외. 난 과일 중에서 참외를 제일 좋아해.”

“아, 저희 할머니도 참외를 제일 좋아하셨어요. 그래서 저도 좋아해요.”

“이따가 같이 먹을까?”

“정말요? 제가 기저귀 케어 끝나면 간식 시간에 들고 올게요.”

 

대화를 하면서 부지런히 손을 움직인다. 어르신도 요양보호사가 힘이 들까 봐 어떻게든 도우려고 바지를 함께 추켜올린다.

 

“도와주셔서 감사해요.”

“아니야, 내가 고맙지.”

 

사진 unsplash

사진 unsplash

 

젊어서 선생님을 하셨다는 최진혁(가명·84) 어르신은 침대 등받이를 세워놓고 늘 신문을 읽고 계신다.

 

우측 마비로 앉아 있으면 점점 옆으로 쓰러지기 때문에 베개 두 개를 등 뒤에 받쳐드려야 한다.

 

“기저귀 갈 시간이에요라고 말하자 신문을 읽던 시선이 나를 향한다. 전동침대를 원위치로 돌려놓고, 세워뒀던 탁자도 제자리로 내린다.

 

최진혁 어르신은 대소변을 자주 보는 게 싫어서 스스로 먹고 마시는 양을 조절하고 있는 것 같다. 그렇게까지 안 하셔도 되는데, 마음이 아프다.

 

기저귀를 갈면서 욕창이 생기지는 않았는지 살피는데 꽁무니뼈 쪽에 살이 하나도 없다.

 

얇은 피부만 남은 뒷모습,

삶의 황혼에는 왜

이런 체험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지

신이 있다면 묻고 싶어진다. 

 

부드러운 로션을 발라드리는 것이 나의 최선일 뿐이다.

 

“기저귀 다 갈았어요. 침대 올려드릴까요?”

“아니, 조금 누워 있고 싶어. 그대로 둬요.”

“예, 곧 간식 시간이니 꼭 다 드세요. 오늘은 카스텔라와 요구르트가 나와요.”

 

어르신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누군가는 용변을 치우는 일이 힘들지 않냐고 묻는다.

 

나는 이 일을 기꺼이 한다.

별로 더럽다고 느끼지도 않는다.

어르신들의 존엄을 지키는 일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기저귀 케어를 한 바퀴 돌고 나서, 마지막으로 종일 TV 앞에 앉아있는 김성태(가명·82) 어르신 자리에 간다. 어르신은 혼자 화장실에 가서 볼일을 볼 수 있지만 가끔 실수해서 바지를 적신다.

 

“어르신 기저귀 갈 시간이에요.”

“난 방금 화장실 다녀왔는데.”

“그래도 오늘은 세탁하는 날이라 바지도 갈아입으셔야지요.”

 

김성태 어르신은 마지못해 침대에 눕는다. 역시 바지가 젖어있다. 팬티에 대변도 약간 묻어있다. 휴지로 닦는 걸 잊고 그냥 바지를 입기 때문이다.

 

“바지 새 걸로 갈아입고, 산책 좀 하시겠어요? 너무 TV 앞에만 계셨잖아요.”

“그러지 뭐.” 

 

어르신은 늘 긍정적이다. 부지런히 엉덩이를 닦아드리고, 속옷과 바지를 새것으로 입혀드린 후 손톱에 시선이 머문다.

 

손톱 밑에 변이 묻어 까맣다.

 

“잠시만요. 손이 이렇게 더러우면 병에 걸려요. 잠시 화장실로 함께 가시겠어요?”

“그러지 뭐.”

 

세면대에 비치된 손톱용 칫솔에 비누를 묻혀서 사이사이를 문질러 닦아드린다.

 

“깨끗해졌네요. 개운하시겠어요. 화장실 온 김에 소변 좀 보시겠어요?”

“그러지 뭐.”

 

매번 같은 대답에 나는 웃고 만다.

 

화장실 쓰레기통에는 김성태 어르신이 대변을 보고 뒤처리를 한 흔적이 남아 있다.

 

휴지 한 칸을 떼어서 닦으려고 한 흔적.

 

나는 어쩐지 마음이 짠해진다. 우측 편마비로 손을 자유롭게 쓰지 못하는 상황에서 휴지 한 칸을 떼어내는 과정이 얼마나 고됐을까.

 

‘벽에 똥칠할 때까지 살기 싫다고 사람들은 우스개로 말하지만,

 

우리의 존엄은

마지막 힘까지 다해

살아내는 데 있는 게 아닐까, 하고

감히 김성태 어르신의

휴지 한 칸을 보며 생각한다.

 

기저귀 케어를 할 때 주의할 점

 

기저귀를 갈 때는 어르신들이 계속 움직일 수 있도록 주문을 해야한다. '옆으로 돌아 누우세요' '다리를 쭉 펴보세요' '난간을 잡아보세요'  이렇게 하면 가벼운 운동도 되고, ‘잔존기능을 향상하는데 도움이 된다. 내 몸을 스스로 컨트롤할 수 있다는 마음이 들면 자존감도 올라간다. 어르신과 대화를 나누면 심리적인 안정감을 찾을 수 있는 것도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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