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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했어요” 약국 앞에 나붙은 부고장에 주민들 ‘포스트잇’ 애도 물결

淸潭 2023. 12. 21. 20:20

“감사했어요” 약국 앞에 나붙은 부고장에 주민들 ‘포스트잇’ 애도 물결

양다훈입력 2023. 12. 21. 16:41수정 2023. 12. 21. 16:51
고인의 딸 SNS 통해 “사람 지독하게 싫었지만 감사함에 눈물”

 

서울 강동구 천호동 동현약국 전경. 일러스트레이터 ‘키크니(keykney)’ SNS 갈무리
 
서울 강동구 천호동 동현약국을 운영했던 김동겸 약사가 최근 별세한 가운데 이 곳을 다녀갔던 주민들이 약국 문에 감사 ’포스트잇’을 붙힌 사실이 드러나며 누리꾼들에게 묵직한 감동을 주고 있다.

지난 18일 일러스트레이터 작가 ‘키크니’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이같은 사연이 올라왔다. 키크니 작가에게 사연을 보내면 그는 만화로 사연을 그려낸다.

 

사연에 따르면 동현약국은 김동겸 약사와 그의 아내가 운영했는데 늦은 시간까지 어둑한 골목을 밝혀주는 약국이었다. 노부부는 항상 친절하셨고 진심으로 걱정해주셨던게 너무 기억에 남았다는 것이 이 곳을 다녀갔던 주민들의 공통된 증언이다.

하지만 지난해 추석 쯤을 기점으로 며칠씩 문을 닫기 시작했고 동네 당근마켓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다들 약국 노부부를 걱정하는 글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약국을 지나가다가 김동겸 약사의 부고장이 약국 출입문에 붙은 것을 보게됐고 “그동안 감사했다”며 고인의 명복을 비는 포스트잇들이 하나, 둘 붙기 시작했다.

이같은 사연은 상당한 누리꾼들을 감동시켰고 고인의 딸은 댓글을 통해 아버지가 돌아가시게된 경위를 설명했다.

고인의 딸 A씨는 “작년 어느날 새벽 녹색불에 횡단보도를 건너시던 어머니께서 음주 무면허 오토바이 정면 충동 사고를 당하셨다. 오른쪽 폐가 찢어지고, 부러진 갈비뼈가 왼쪽 폐마저 찔려 호흡이 곤란했다”며 “튕겨져나간 충격을 고스란히 받은 머리는 뇌진탕을 일으켰고, 골반뼈 골절에 간출혈까지 생명이 위험하셨다”고 전했다.

A씨는 “단란했던 저희 가족은 그렇게 119 응급요원의 전화를 받고 하루 아침에 무너졌고 매일을 기도하며 우시던 아버지의 간절함 덕분에 어머니께서 살아야겠다는 용기를 내주셨다”며 “몇달이 지나 사고 이후 처음 온가족이 만났던 때 저희들은 서로 부둥켜 안고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간신히 퇴원을 하셨지만 폐기능 영구 장애 판정을 받고 걷는것도 힘들어 평생을 재활치료를 받으셔야 했지만 그래도 엄마가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에 너무 기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가해자는 그 긴 입원과 재판기간 동안 단 한번 미안하다는 얘기도 하지 않고, 형편이 어려워 병원비를 못주니 복역하게되면 군대간 샘 치겠다고 했다더라”며 “트라우마 때문에 너무 힘들어 하시던 엄마 대신 가해자를 엄벌에 쳐해달라고 몇번이고 간절히 탄원을 올렸지만, 보상이 아니라 병원비 합의 조차도 없이 변호사를 선임한 가해자는 고작 1년 6개월이라는 형량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A씨는 “그렇게 힘든 병원 생활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행복한 순간도 잠시 어머니를 기다리셨다는 듯이 아버지께서 병원에 가시게 됐다”며 “처음엔 그냥 가슴이 조금 답답하시다는 이유였는데 병원에서 폐동맥에 혈전이 있다고 해서 수술을 받게 됐고, 금방 퇴원하실줄 알고 입원 하셨는데 다시 돌아오지 못하셨다”고 호소했다.

그는 “수술은 잘 되었다고 하셨지만, 그뒤에 대량 출혈이 있어서 합병증이 생기셨고 수술중 대출혈이 일어날 곽률은 아주 드물고, 사전에 이걸 알 수는 없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A씨는 “사람이 지독하게 싫었고, 잔인한 세상도 너무 미워 집밖에도 나가기 싫었던 저인데 이렇게 감사함에 눈물 흘리게 되네요”며 “아직도 모든 게 꿈만 같고 금방이라도 항상 계시던 그곳에서 웃어 주실 것만 같다”고 전했다.

이에 누리꾼들은 “오늘 사연 보고 눈물 콧물 다쏟았다”, “너무 슬퍼 펑펑 울었다”, “아버님이 좋은 곳에서 가족분들을 지켜주실 것이다”라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양다훈 기자 yangb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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