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문학/漢詩

청담(淸潭) 입구에서 바람에 길이 막혀 2수

淸潭 2023. 5. 11. 14:43

택당선생 속집 제1 / ()

청담(淸潭) 입구에서 바람에 길이 막혀 2

 

한양에서 소식이 없는 것도 아니다만 / 漢水非無信

가을 바람 부는 속에 외돌토리 자청했네 / 西風自作疎

백 년 인생 이 신세를 어떻게 면하리요 / 百年那免此

오늘 하루도 세상과 인연을 맺는 것을 / 一日也關渠

썰렁하게 맑은 하늘 저 너머 풀과 나무 / 草樹晴寒外

지는 햇빛 남아 있는 강물과 산들 / 江山落照餘

묶어 둔 배 한 척 석양의 경치 이뤘나니 / 艤船成

나의 행동거지 병신처럼 보든 말든 / 行止任籧

()

지척에 놓여 있는 동호의 뱃길 / 咫尺東湖路

내일 아침이면 시문을 또 수답(酬答)하리 / 朝來有報章

겨울 해 지는 것을 앉아서 보노라니 / 坐看冬日盡

다시금 미친 듯 바람이 불어오네 / 更着風狂

크고 작은 섬들 삼켰다 내뱉었다 / 島嶼爭呑吐

이어진 구름 파도 아스므레 까마득 / 雲濤接杳茫

그 누가 네 몸의 일한을 걱정하랴 / 一寒誰念汝

뱃전의 서리 위로 달빛만 가득하네 / 明月滿船霜

[-D001] 오늘 …… 것을 :

세상과의 달갑지 않은 관계를 계속 유지해야 하는 고달픈 심정을 토로한 것이다. 참고로 두보(杜甫)의 시에밭 갈며 살아갈 방도 강구하나니, 그저 세상과 인연만 맺지 않았으면.[治生且耕鑿 只有不關渠]”이라는 표현이 있다. 《杜少陵詩集 卷20 戲作俳諧體 遺悶》

[-D002] 그 누가 …… 걱정하랴 :

옛정을 생각해서 빈한한 처지를 동정해 주는 사람도 없는 야박한 세태를 개탄한 말이다. 전국 시대 범수(范睢)가 온갖 고생 끝에 장록(張祿)으로 이름을 바꾸고 진() 나라 승상이 된 뒤, 빈궁한 사람의 모습으로 변장을 하고는 옛날 함께 노닐었던 수가(須賈)의 앞에 나타나자, 수가가 애처롭게 여긴 나머지 술과 음식을 대접하고는범숙이 여전히 이렇게까지 빈한하게 산단 말인가.[范叔一寒如此哉]” 하고 탄식하면서 명주로 만든 솜옷을 입혀 주었던 고사가 전한다. 《史記 卷79 范睢列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