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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의 걸작’

淸潭 2018. 6. 5. 08:55
‘백제의 걸작’ 90년만에 빛…진품 공인되면 수백억 가치
◇ 금동관음입상 90여년만에 일본서 소재 확인 소장자 “한국 귀환 바란다…환수 나서야” 옷주름 음영·굴곡진 몸매 완벽 세공 “백제 7세기 가장 아름다운 보살상” ‘국보 293호’와 함께 1907년 부여서 출토 1920년대 일본인 매입, 반출 뒤 ‘베일’ 소장자 고심 끝 공개…환수 절호의 기회 특별예산 편성 등 범정부 계획 세워야

최근 국내 학계가 일본에서 소재를 확인한 백제금동관음보살입상의 전신상. 보관을 쓰고 자비롭고 인자한 표정을 지은 머리 부분과 천의를 두르고 영락 등의 장식을 걸친 상하반신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 한국 불교미술의 최고 걸작이다. 문화유산회복재단 제공

○··· 가장 아름다운 ‘백제의 미소’를 찾았다. 한국 미술사 최고의 걸작으로 꼽혔으나 1907년 충남 부여에서 출토된 뒤 일본에 반출돼 90여년간 공개되지 않았던 백제 금동관음보살입상의 소재가 최근 일본에서 확인됐다.문화유산회복재단(이사장 이상근)은 이 관음상을 소장해온 일본의 한 기업인이 지난해 12월 도쿄를 방문한 한국미술사학회의 최응천(동국대), 정은우(동아대) 교수에게 불상을 공개했으며 두 교수는 이 관음상이 진품임을 공식 확인했다고 3일 <한겨레>에 밝혔다.


1907년 충남 부여 규암리에서 함께 발견된 국보 293호 백제금동관음보살입상(높이 21.1cm). 원래 일본인 소장품이었으나 해방 뒤 압수해 현재 국립부여박물관이 소장, 전시하고 있다. ‘미스 백제’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한다. 일본에 소장된 금동관음상과 달리 대좌(받침대)가 붙어있다.

○··· 7세기 전반에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이 불상은 높이 28cm로, 머리에 보관을 쓰고 왼손에 보병을 든 관음보살이 당당하게 서있는 자태를 형상화하고 있다. 인자한 미소를 띤 표정, 어깨·허리 등을 살짝 비튼 자세, 천의를 두르고 구슬장식(영락)을 걸친 모습 등이 완벽한 조화와 미감을 보여준다. 학계에서는 국보 78호·83호 반가사유상, 국보 287호 백제금동대향로와 맞먹는 명품으로 평가하고 있다.


1932년 일본학자 세키노 다다시가 펴낸 <조선미술사>에 실린 백제금동관음보살입상의 옛 흑백사진. 지난해 12월 불상 실물이 일본 도쿄에서 공개되기 전까지 학계에 알려졌던 몇안되는 사진들중 하나다.

○··· 한 농부가 발견한 이 불상은 1922년 일본인 이치다 지로에게 팔려 해방 직후 그가 일본에 갖고 간 것으로 전해진다. 재단 쪽은 “70년대 이치다한테서 불상을 사들인 현 소장자를 3년 전 찾아내 협의한 끝에 지난 연말 동의를 얻어 공개하게 됐다”며 “소장자는 불상이 귀환했으면 좋겠다는 뜻도 내비쳤다”고 전했다. 불교미술사가인 김리나 홍익대 명예교수는 “반드시 돌아와야 할 한국 미술의 대표작이다. 정부와 학계가 환수를 위해 모든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백제금동관음보살입상의 상반신 모습
◇ 최근 학자들이 확인한 이 금동관음상의 세부들을 보면, 기존 백제 불상과는 다른 독특한 요소들이 많다.

. 가슴부분 띠장식에서 보이는 구름무늬, 당초무늬는 백제금동대향로(국보 287호)의 뚜껑과 받침대 사이에 있는 무늬와 똑같다. 같은 장인이나 그가 일했던 공방에서 제작됐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문화유산회복재단 제공

○··· 최응천 교수는 불상 앞 가슴 부분의 옷에 두른 띠장식에서 구름(운문) 혹은 당초무늬가 연속해서 나타난 부분들이 보이는데, 이런 무늬는 백제금동대향로의 뚜껑과 받침대 사이에 있는 장식무늬와 똑같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도상이 너무 똑같아 놀랐다. 백제 왕실의 최고 장인이나 이 장인이 꾸린 공방이 백제대향로와 금동관음보살입상을 같이 만든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고 했다. (...)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사진 문화유산회복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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