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리 팔레루아얄 정원서 선보인 침목 전시 설치작업·대형 콜타르 드로잉등 30점 선봬 ◇ 박현주 미술전문기자 = '테니스계 태풍' 정현이 있다면 미술계에는 조각가 정현(62·홍익대 교수)이 있다. 환갑이 지났지만 '조각계 태풍'으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2016년 한국-프랑스 수교 130돌을 맞아 파리 팔레루아얄 정원에서 펼친 개인전으로 국내외에서 더욱 주목받았다. △ 사진: 조각가 정 현 교수가 금호미술관 전관에서 설치 작업 4점과 9점의 신작등 미공개작 22점을 전시한다. 폐한옥으로부터 남겨진 목재의 잔해와 경남 지역의 서원에서 나온 낡고 거대한 대들보를 재료로 한 신작을 선보인다. ○··· 당시 검은 '침목'을 소재로 만든 '서 있는 사람'(50점)은 팍팍한 현대사회를 살아내고 있는 인간 군상의 모습을 장엄하게 전달해 파리에서도 화제가 됐다. 조각을 통해 물질에 응축된 시간과 힘을 드러내는 동시에 인간을 성찰케 하는 작품이라는 평가다. 그 검은 침목의 원천을 볼수 있는 전시가 서울 삼청로 금호미술관에서 열린다. 10일 개막한 정현 개인전에는 설치 작업 4점, 9점의 신작등 30여점을 전시했다. 2016년 파리 전시 침목 조각들을 국내에서 처음으로 공개하는 전시이기도 하다 ◇ 전시의 서두가 되는 1층 전시장에는 거대한 대들보가 놓였다. 기둥과 기둥 사이를 가로지르며 육중한 천장을 떠받쳐 온 이 대들보는 경남 지역의 서원에서 나온 것으로, 좀먹고 낡아 더 이상 그 하중을 다 지지할 수 없게 된 나무다. △ 사진: 정현, 무제 Untitled, 2017, 나무, 212x730x40cm ○··· 흰개미가 좀먹은 구멍들로 가득한 대들보는 7m가 넘는 길이로 그것이 지탱했을 공간이 얼마나 거대했을지 짐작케한다. 또한 낡고 바랜 단청은 그 색이 찬란하게 선명했을 시절과 바래지기까지의 긴 세월을 함께 돌아보게 한다. 이번 전시에서 주가 되는 재료는 100여년딘 폐한옥이 철거되며 그 잔해로 남겨진 나무들이다. 인천 덕은동에 위치했던 작가의 옛집이 주택개발예정지구에 포함되면서 철거되었고, 그때 이 목재들이 나왔다.질곡의 시간과 고난의 기억들을 응축한 듯 부서지고 찢기어진 기묘하게 날 선 나무들은 형태와 여백 가운데에서 날카로운 에너지의 돌출을 보인다 ◇ 대형 콜타르 드로잉 작품도 조각같다. 구체적인 형상이 나타나기 보다는 산업적인 재료의 물성을 살리며 그 본질을 드러내는 작업으로, 함축적인 의미와 상징들이 담겼다. △ 사진: 정현, 무제 Untitled, 2018, 나무에 먹물 착색, 230x1100x75cm ○··· 콜타르는 석탄 찌꺼기의 일종으로 추출과 처리 공정을 거치고 남는 물질이다. 정현은 90년대부터 지속적으로 콜타르를 재료로 한 드로잉 작업을 해 왔다. 보통의 붓을 사용하지 않고 각종 주변 사물들을 붓 대신으로 활용해 그리는 작업 방식은 시련을 거친 하찮은 것들로부터 아름다움을 찾아 드러내고자 하는 작가의 철학을 그대로 보여준다. 이번 전시에서는 5-6m 길이의 대형 드로잉으로 응축된 감정과 상승하는 에너지를 더욱 강렬하게 분출한다. ◇ 정현은 철길의 침목(枕木), 석탄, 아스팔트 콘크리트, 잡석 등 산업 폐기물과 현대 사회에서 버려진 물질들을 재료로 지속적으로 ‘인간’을 이야기해 왔다. 1990년대 후반부터 침목을 중요한 재료로 삼아왔다.△ 사진: 정현 개인전 금호미술관 전시 전경 ○··· 인간의 형상을 대략적이고 생략된 기본 형태로만 표현하는데, 대신 재료 자체에 내재한 강한 물질감과 상징적 의미를 부각시킨다. 2001년 금호미술관 개인전에서 처음 선보였던 '침목' 조각을 기점으로 작업은 크게 변모했다. 철도의 폐침목으로 서 있는 사람의 형상을 드러내면서다. 오랜 시간동안 철도의 무게를 지탱하며 거친 비바람을 맞은 이 재료를 작가는 전기톱과 도끼로 자르고 찍어내어 인간의 형상을 만들어낸다. 침목의 팍팍함과 나무결은 현대 사회를 이겨내면서 살아가고 있는 인간의 삶을 나타내며 인체의 모습은 거의 사라진 채 나무 원재료의 질긴 추상성만 그대로 작품에 드러난다. ◇ 조각가로서 인고의 시간을 지나온 자신의 삶이 투영되어 있다. 유년시절 기억이 지배한다. 1956년 인천에서 태어난 그의 놀이터는 철길 이었다. "기차가 달려올 때 침목 아래 깔린 자갈들이 무섭게 진동하는 걸 보며 출렁거렸던 그 느낌과 기억이 '침목'으로 이끌었다. "침목은 태어나서 본 것 중에서 가장 육중한 덩어리였다." ◇ 금호미술관 지하 1층에서 3층까지 채워야 하는 압박감에 시달렸던 이번 전시는 '침목'을 불러내면서 완성됐다. △ 사진: 정현, 무제 Untitled, 2015, 침목, 300x75x25cm (9EA), 금호미술관 전시 전경 ○··· 작가는 형식주의에 머물지도, 현실에의 개입으로 치우치지도 않는 지점에서 인간의 지나온 시간을 바라본다. 소멸을 앞둔 물질에서 힘과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또 다른 형태로 그것을 소생하며 해방시키는게 정현 작업의 핵심이다. 용도를 다한 재료의 물성이 드러내는 장엄함과 숭고한 생명력을 확인할 수 있는 이번 전시는 성찰의 사유의 여백에 머물게 한다. 오는 5월 13일 작가 정현과 미술평론가 심상용의 대담이 금호미술관 3층 세미나실에서 열린다. 전시는 5월 22일까지. hyun@newsis.com ☞ 원본글: 뉴시스| Click ○←닷컴가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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