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인의 운명은 기구하다는 말도 있고 미인은 오래 살지 못한다는 말도 있습니다. 깊은 산중에 피는 꽃은 사람들에게 보이지 않는 곳에서 피었다 지기 때문에 안전하다 하겠습니다. 그러나 길가에 피는 꽃은 지나가는 사람마다 한마디씩 하기도 하고 건드리기도 하고 꺾기기도 하니 안전하게 피었다 지기는 어렵습니다.
서양 역사상 최고의 미인은 이집트에 클레오파트라였다고 합니다. 역사가 칼라일은 클레오파트라의 코가 한 치만 낮았어도 세계의 역사는 달라졌을 것이라고 말하였습니다. 미인의 위력을 짐작할 수 있는 말입니다. 그러나 그의 영광의 세월은 극히 짧았습니다. 그 미인은 로마의 시저와 안토니우스 같은 호걸들과 짝을 이루었기 때문에 왕위를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실각은 그 미인의 영광에 종지부를 찍었습니다. 그가 자살했을 때 나이는 39세 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동양의 제일가는 미인은 당나라 현종의 아내였던 양귀비라고 합니다. 현종의 총애를 넘치도록 받았던 그는 안록산의 난으로 몸을 피해 헤매다가 악당들에게 맞아 죽었는데, 그 때의 나이가 37세였습니다. 그래서 미인박명이라는 말이 생겼을 것입니다.
미인 뿐만이 아니라 권력의 정상도 오래가지 않습니다. 한국에서 권력의 정상을 차지했던 인물들 가운데 평안한 노후를 보낸 사람은 없습니다. 권력만이 아닙니다. 억만장자의 삶도 끝까지 행복하기 어렵습니다. 일제 때 뿐 아니라 해방 후에도 한참동안 갑부로 알려졌던 박흥식의 말로도 비참하였습니다. 사업에 실패하여 전셋집에 살다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미국 대통령 트럼프의 앞날도, 한국 대통령의 앞날도 확실하게 보장할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미인도 잠깐이고 제왕도 잠깐 입니다.
김동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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