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대목동병원에서 숨진 미숙아 넷이 어제 국과수 부검을 받았다. 이른 아침 가로세로가 한 팔 길이쯤 되는 하얀 상자에 담겨 영안실을 나섰다. 숨진 아기는 이틀 사이 인큐베이터에서 냉동실로, 다시 종이 상자로 옮겨졌다. 2㎏이 채 못 되는 아기를 안아 보면 깃털보다 가볍다. 그 몸을 다시 어찌한다는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사망 원인을 밝히려면 어쩔 수 없다지만 말리고 싶은 심정이다. ▶시취(屍臭)를 보통으로 여긴다는 국과수 법의관도 어린 아기가 들어오면 곤혹스럽다. 한 여성 부검의는 "최대한 감정을 억제하지만 눈물이 쏟아질 때도 있다"고 했다. 8개월짜리 아기 시신을 들여다봐야 할 때 그랬다고 한다. 그날 부검실로 들어가는데 아기 아빠가 "제발 아프지 않게 해주세요" 하고 소매를 붙들었다고 했다. ▶'엄마' 소리도 못 해보고 세상 뜬 아기는 더 애처롭다. 옛 문인들도 그랬다. 십수 년 전 엮은 책 '옥 같은 너를 어이 묻으랴'에 그런 슬픔이 가득하다. 고려시대 문인 이규보는 자식을 잃고 명문(銘文)을 돌이 아닌 나무에 새겼다. 나무가 빨리 썩어 그 고통에서 헤어나오기를 바랐다. 이대목동병원서 아기가 작은 상자에 담겨 나올 때 젊은 부모들은 상자를 끌어안고 오열했다. 몸을 가누지 못했고, 아이가 든 상자를 쳐다보지도 못했다. 이제 평생 종이 상자를 제대로 쳐다보지 못할지 모른다. 그 광경을 생각만 해도 숨이 막힌다. ▶배냇짓은커녕 눈조차 못 떠본 생명이다. 면역력이 극도로 약한 아기를 세균이 침범했다면 호흡기와 요로로 번졌을 수 있다. 부검 결과가 또 한 번 부모 가슴을 무너지게 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이 병원은 근래 엑스레이 사진이 뒤바뀌거나 영아용 수액 속에서 벌레가 나오기도 했다. 신생아실 간호사가 결핵 확진을 받은 적도 있다. 이번에 경찰에 신고하고 보건소에 알리는 일도 병원 사람이 아닌 남들이 했다. 돌 안 된 영아 사망이 하루 3.6명꼴이라고 한다. 실력도 의식도 의료 선진국은 아직 멀었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상업적 게시판 등)] ▒☞[출처] 조선일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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