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에 아무런 이유없이
피어 있는 작은 들꽃은 요란은 하지 않아도
곁에 피어 있는 것만으로
길 가는 사람에게 다정한 위안을 준다
길가에 아무런 까닭없이
피어 있는 작은 들꽃은 요염은 하지 않아도
곁에 피어 있는 것만으로
먼 길을 가는 나그네에게
따뜻한 큰 위로를 준다
한없이 넓은 들판
가도가도 끝이 보이지 않는 길가에
아무런 따짐없이 피어 있는 작은 들꽃은
화려하지는 않아도
곁에 피어 있는 것만으로
먼 길을 가는 적막한 길손에게
한없이 포근한 사랑을 준다
아 그와도 같이
들꽃은 아무런 약속은 없다 해도
길가에 피어 있는 것만으로도
슬픈 세상을 살아가는 나에게
이루 말할 수 없는 숨을 그리움과 기쁨을
때로 때때로 수시로 항상 황홀하게
몰래 곱게 주고 있다
안개 자욱한 이 세상에서
존재 . . . . . . . . . . 조병화 (1921-2003, 대한민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