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문학/책 속의 향기

동문선 , 악학궤범

淸潭 2016. 9. 5. 16:01

동문선


1478년 성종의 명으로 편찬된 우리 나라 역대의 시문선집으로 총130권으로 되어있는 방대한 문학총서이다. 이 책은 목록만 해도 3권이나 되며 합본은 45책으로 되어있다. '동문선' 편찬작업에는 서거정이 중심이 되어 노사신, 강희맹, 양성지 등을 포함해 총23명이 참여하였다. '동문선'은 이들에 의해 만들어진것 외에도 신용개 등에 의해 편찬된 것과 송상기 등에 의해 편찬된 것이 있는데, 이 세가지중 서거정의 것을 '정편 동문선', 신용개의 것을 '속동문선', 송상기의 것을 '신찬 동문선'이라고 구별하여 부르기도 한다.

 

이 책에는 신라의 김인문, 설총, 최치원 등을 비롯, 고려를 거쳐 당대까지 약 500명에 달하는 작가들의 작품 4,302 편이 수록되어 있다. 서거정은 취사선택의 기준을 '사리가 순정하고 치교에 도움이 되는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또한 우리의 시문이 삼국시대에서 시작되어 고려를 거쳐 자신이 살고있는 당대에 이르러 극에 달했다고 쓰고 있으며, 역대에 빛나는 시문이 중국의 것과는 확연히 다른 특질을 가진 우리의것임을 강조하고 이를 집대성하여 후세에 전할 필요성이 있음을 역설하고 있다.

'동문선'에는 오언율시, 칠언율시, 오언절구 등 총55종의 문체를 사용하고 있어 중국 '문선'의 39종보다도 많으며, 뒤의 '속동문선'의 37종보다도 많다. 그 가운데 단 1편의 작품만으로 된 단락도 있는 것으로 봐서 당시의 여건이 허락하는 한많은 작품을 수록하려 했음을 읽을 수 있다. 작가의 경우에도 최치원 등의 신라 인물에서부터 이색, 권근 등이 책의 편찬 시점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시기의 인물들까지 차례로 싣고 있다.

 

이들 이외에 승려 29명과 저자를 밝히지 않은 작품을 포함해서 도합 500 명에 육박하는 작가들의 작품이 실려 있다. 그 중에 1편만 실린 작가가 220여 명에 이른다. 이 4,302편의 시문 가운데 시는 약 1천편 정도이고 나머지는 모두 문장이다. 문장을 종류별로 구분하면 조칙, 축문, 첩 등 의례성이 강한 문장이 1,130여 편인데 특히 신하가 임금에게 올 리는 글인 표전 한 분야만 460여 편에 이른다. 문장의 선택 방향에서 알 수 있듯이 '동문선'은 지배층의 봉건적 상하 관계를 원만하게 유지 하고 통치층의 권위를 드러내고자 하는 전형적인 관료적 문화의 산물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도량문, 재사, 청사 등 도교와 불교 관계의 의례문을 195편이나 싣고 있는 것으로 봐서는 당시 지배층의 이념이 철저한 유교주의에 입각한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작품의 선정 기준에 내용은 포함 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되는데, 최충헌 부자를 미화하고 찬양 하는 시문이 많이 실려 있기도 하고, 또 승려의 비명이나 탑명, 불교의 교리를 설파한 원효의 불서 서문이 승려의 시 82편과 함께 실려 있는 것도 특징이다. '동문선'은 철저히 지배층의 시문만을 망라하고 있다는 한계가 있긴 하지만 삼국시대 이래 조선 초까지의 문학 자료를 나름대로 책 한 권에 집대성했다는 점에서 커다란 의의를 가지고 있다. 동시에 우리의 문학 전통을 중국의 그것과 병행하여 독자적인 것으로 인식했다는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특히 신라, 고려시대의 기록과 도교, 불교 관계자료는 중요한 문화물로 인식되고 있다.

악학궤범


조선시대의 의궤와 악보를 정리하여 성현 등이 편찬한 악서이다. 총 9권 3책으로 되어 있으며 내용이 치밀하고 정확하여 조선 초기의 음악 전반을 자세히 이해하는 데 없어서 는 안 될 책이다. '악학궤범'은 1493년 성종의 명에 의해 예조판서 성현, 장악원제조 유자광, 악원주 신말평, 전악 박곤, 김복근 등이 편찬 하였는데, 당시 장악원에 있던 의궤와 악보가 너무 오래되어 헐었을 뿐만 아니라 요행히 남은 것은 모두 잘못되어 있어 새로운 악규집을 편찬한다는 취지에서 작업이 이루어졌다.

 

수록 내용을 살펴보면 1권에 서는 음조를 60가지로 나눈 60조도의 세부적인 사항들을 기록하고 있는데 궁, 상, 각, 치, 우의 오성의 높이를 한정짓는 오성도설이나 연향에 쓰이는 당악의 28조를 악서에서 인용하여 5음 12율로 설명한 오음율려 28조도설 등이 독특한 일면으로 평가되고 있다. 2권은 아악진 설도설과 속악진설도설을 설명 한 것으로 당시 사용되던 제악의 구체 적인 내용들을 설명하고 있으며, 3권은 당악과 속악을 설명하고 있고, 4권 에서는 성조 대의 당악을 일괄시킨 당악정재도의를 설명하고 있다.

 

5권은 주로 향악을 다루고 있어 속악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는 '처용 가', '동동', '정읍' 등을 수록하고 있다. 6권에는 아부악기도설을, 7 권에는 당부악기도설을 싣고 있는데 악기의 전체 모양을 그림으로 볼 수 있어 당시 악기를 재현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또한 8 권의 당악정재의물도설은 당악정재에 쓰이는 복장을 그림으로 그려놓고 그 부분 부분의 치수까지 기록하고 있어 당악에 사용되는 의상 복원을 가능케 하고 있으며, 향악정재악기도설은 당시에 사용하던 악기에 대한 그림, 악 기에 쓰인 재료, 치수 등을 정확하게 기록하고 있어 당시의 악기를 복원할 수 있도록 해준다.

 

마지막 9권의 관복도설은 악공들의 관복을 복원할 수 있는 귀중한 자료로 평가되고 있다. 이 9권의 악집에서 특히 5권에 실린 훈민정음으로 된 '동동'과 '정읍' 등은 '악장 가사'에도 없고 오로지 '악학 궤범'에서만 볼 수 있는 귀중한 국문학적인 자료로 평가받고 있다. 이처럼 '악학궤범'은 당시의 음악에 필요한 사항들을 빠짐없이 총 망라한 것이며 특히 아악, 당악, 향악 등에 차별을 두지 않고 잘 서술하고 있어 조선시대의 음악을 이해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자료로 인식되고 있다. 임진왜란 당시 악기와 악제가 모두 불에 타서 없어졌으나 요행히 '악학궤범'을 되찾은 덕분 으로 모든 악기와 악제를 복원했던 역사적 사실이 바로 이 책의 중요 성을 대변하고 있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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