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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적 방식의 한계

淸潭 2016. 6. 26. 11:03

명분 없는 국민투표

 

영국의 이번 국민투표는 영국 민주정치의 질적 저하를 여실히 드러낸 것이라고 나는 생각합니다. 국민투표로 결정해서는 아니 될 문제를 국민투표에 붙여 영국의 의회민주주의가 낭패를 본 것입니다. 왜 낭패인가? 엉뚱한 결과가 나와서 영국의 지식층은 물론 전 세계의 유식자들이 난감한 표정을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영국은 어떻게 되고, EU는 또 어떻게 될 것인가? 앞날이 매우 험난해 보이고 결코 투명하지가 않습니다.

나는 개인적으로는 영국을 존경하는 마음이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세계의 자유민주주의 내지는 의회민주주의를 선도해 나간다고 믿었던 나라가 어쩌다 저 꼴이 되었는가 생각하면 서글픈 생각이 앞섭니다. Cromwell의 나라, Disraeli의 나라, Gladstone의 나라 대영제국이 그 체통을 지키지 못했다는 느낌마저 듭니다. Churchill만 살아있었어도 이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으리라고 생각합니다.

EU 탈퇴를 놓고 Yes가 51.9%, No가 49.9%라니 극소수의 유권자들이 영국의 운명, 세계의 운명을 좌우하게 된 것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닙니다. 노동자 한 사람의 표나 대학교수 한 사람의 표가 꼭 같은 가치를 지닌다는 것이 민주적인 동시에 반민주적이 될 수 있습니다. 국회에서 결정해야 할 중대한 문제를 노동자‧농민에게 맡기면서 “알아서 하라”고 한다면 그 유권자는 과연 옳게 판단할 수 있었을까 생각하면 오만가지 상상을 다하게 됩니다.

해방과 더불어 고등교육을 받게 된 우리 세대는 정말 영국을 우러러 보았습니다. 그 나라의 의회민주주의를 흠모하였습니다. 그러나 지난 23일(현지시간) 실시된 국민투표를 지켜보면서 이럴 수는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들이 이제는 하지 못하는 의회민주주의를 우리가 해야겠다는 생각을 나는 합니다. 영국의 실패를 비웃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꼭 실현해야 할 꿈이 새롭다고 느끼게 됩니다. “의회민주주의를 배우려면 한국에 가라”는 말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나는 그 꿈에 한 가닥 희망을 걸고 오늘도 자유민주주의를 위해 투쟁하렵니다.

김동길
www.kimdonggill.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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