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의 건강, 마음의 평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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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교를 숭상하는 이들이 다섯 가지 복이 있다고 주장하는데 그들은 '장수'와 '재물' 다음으로는 '건강'이 가장 소중하다고 합니다. '강녕'이란 말이 곧 '몸의 건강'과 '마음의 평화'를 뜻하는 것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입니다. 몸이 건강하지 못하다면 오래 산다는 것도 고역일 것이고, 재물이 많은들 그게 무슨 도움이 될 것입니까? 조선조 말의 어느 대감 한 분은 죽는 날까지 죽만 드시다 세상을 뜨셨다는데 이 대감의 곡간에는 '산해진미'가 꽉 차 있었지만 대감의 소화기관이 잘못돼 있어서 좋은 음식은 소화시킬 수가 없는 까닭에 세 끼 죽만 드셨다니 듣기에도 민망합니다. 그러고 보면 "고르지 못한 세상일세!"라는 넋두리가 튀어 나오게 마련입니다. 그런데 육체가 아무리 강건해도 남에게 털어놓기 어려운 어떤 걱정거리가 있는 사람은 행복하다고 할 수 없습니다. 그런 사람은 "먹어도 살로 안 간다"는 속담대로, 걱정은 모든 인간의 정신적 건강은 물론 육체적 건강도 망치게 되는데, 영어의 속담에는 "고양이도 걱정을 하더니만 죽고 말더라." (Care killed a cat)라는 말이 있습니다. 좀처럼 죽지 않는 짐승이 고양이인데 그러나 걱정이 생기니까 시름시름 앓다가 죽더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심리학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인간이 하는 걱정의 96%는 할 필요가 없는 걱정, 해봤자 아무런 도움도 안 되는 걱정이라니, 100가지 걱정 중에 네 가지 정도가 약간의 타당성이 있는 근심이라는 겁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밤에 잠자리에 들기까지 걱정으로 일관하는 사람들을 보면 "팔자도 참 더럽게 타고났다"고 빈정대게 마련입니다. 유가의 복의 네 번째 '유호덕'(덕이 있는 삶을 살라)는 당부는 "인격자가 되라"는 뜻으로 나는 풀이합니다. 인격자는 남들에게 존경을 받습니다. 그런 사람이 되지 못하면 행복한 삶을 누릴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오복의 마지막은 죽음에 관한 겁니다. '고종명'은 "제 명대로 살다가 편안하게 죽는다"는 뜻이라는데, 그게 어디 쉬운 일입니까? 하늘이 주신 수명이 있다지만 그걸 누가 압니까? 그러므로 더 살겠다고 발버둥치는 인간의 모습은 추악합니다. 영국시인 Walter Savage Landor(1775~1864)처럼, 나 인생의 불길에 두 손을 녹였거늘 이제 그 불은 꺼져가고 나 떠나갈 준비는 되어있다네 (I warmed both hands before the fire of life; It sinks and I am ready to depart.) 이런 죽음을 향한 자세가 아름답습니다. 김동길 www.kimdonggill.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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